
이걸 먼저 보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봤다면 나는 하울의 평을 아주아주 좋게 써 주었을 것이다.
아이들 둘은 재밌게 보더라만(얘들도 하울이 더 낫다고 한다) 나와 남편은 영 맘 편히 영화를 즐길 수가 없었고, 특히 남편은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영화를 보고 나와 머리를 내 저었다.
일단 너무도 시끄러웠고, 그들의 '영웅'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역겨웠으며, 악역을 조롱하는 태도가 비열해 보였다.
내 생각에 인크레더블맨은 좀 혼나도 된다. 자기를 도와주려는 순진한 어린이에게 집에 가서 발닦고 자라는 식으로 얘기한 사람은 좀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크레더블맨을 못살게 구는 보험회사 사장은 딱 일본인 아니면 한국인의 얼굴이다. 내가 너무 인종적 편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상체 딱 벌어진 육중한 체구의 금발 서양인 옆에서 3분지 1도 안되는 체구의 검은 머리 동양인이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비웃어가며 봐줄만큼 너그럽지는 못하겠다.

영화의 완성도 이런 건 모르겠고 하여간 내내 불쾌하였다. 그 보험회사 사장과 인크레더블보이(신드롬이라 하던가) 때문에 말이다. 서부영화의 총잡이가 황야의 건맨이 아니라 인디언 학살자라는 걸 알아버린 때부터, 나는 미국영화의 악역과 나를 동일시하게 되어 버렸다. 이래서야 영화를 그 자체로 즐길 수가 있나 말이다.그래도 픽사의 니모나 토이스토리 등은 재미있게 본 것 같은데, 인크레더블의 향상된 3D 기술에 다들 탄복하는 모양이나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데 머리카락 휘날리는 게 진짜 같다거나 뭐 이런게 눈에 들어와야 말이지.
미국영화의 수퍼히어로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이 영화에서 한 엑스트라가 해 주었다. 자살하려고 건물에서 뛰어내린 남자를 구해주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누가 구해 달랬냐고~"
제발 미국이 세계를 그만 구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