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만의 시간을 억지로 짜냈다. 그리고는 동네 술집에 가서 맥주 한병과 마른안주, 담배 한갑을 시킨 후 이 책을 펼쳤으니 나도 울 준비는 한 셈이다. 술집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았다. 중년의 남자들 몇몇이서 호프집 여주인에게 언니, 이리 와서 언니도 한잔 해, 이따위 망발을 지껄이는 게 내 귀에 들렸으나 별로 거슬리지는 않았다. 아무렴 어떠냐는 마음이었다. 울 준비를 하고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도 남편과 아이들의 전화는 울리고 운전 중이란 말로 적당히 전화를 끊고 맥주 두병을 마시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 음주운전이란 걸 했다.
거기 나오는 여자들도 남자들도 다 나랑 같은 족속들이다. 작가가 위에 쓴 내 얘기를 소재로 열세번째 단편을 써도 좋을 것이다.
이 소설들이 잘 쓴 건지 아닌지 그런 건 알 수 없다. 다만 나에게, 너만 추운 건 아니라고, 사람들은 다 비슷하다고 말하며 위로 비스무리한 걸 건넸으니 나는 그걸로 족하다.
슬픈 것은 말다툼이 아니라 화해라는 것을 안다 ㅡ 이 말이 가장 가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