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미래의 직업'이었다.
미래의 사회변화를 예상하고, 그에 따라 생기는 신종직업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미래는 주로 과학 기술의 변화에 따른 것인데 그 폐해를 생각하기보다는 주로 장밋빛 미래를 예상한다.

1. 기상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이 지구가 엉망진창이 되면 어쩌라구)
2. 인간을 냉동했다가 다시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과연~~~?)
3. 로봇이 힘든 일을 다 해줄 것이다.(인간은 뭐 하고 사나? 편하면 좋은 건가?)
4. 유전자 변형식품(쌀 한톨이 왕따시만하다든지)을 먹을 수 있어 배고픔이 없어질 것이다.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다)
5. 자가용 비행기로 교통체증을 없앨 것이다.(영화에서 봤구나)
6. 옛날에 멸종한 동식물을 되살릴 것이다.(쥬라기 공원을 봤군)

설왕설래하다가 한 녀석이,

"알약 하나만 먹으면 배가 부를 거예요. 피자맛 나는 알약, 치킨맛 나는 알약......"

다른 얘기는 다 응, 그래 그래, 하고 넘긴 내가
이 시점에서는 왜 참지 못했던 것일까? 갑자기 정색을 한 나.

"얘들아, 너흰 진정 그렇게 되길 원해?"

"??????"

"너네는 피자맛 나는 알약으로 만족할 수 있어? 난 싫은데.
난 피자 그 자체를 원해!! 피자맛, 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렇지 않냐?"(이 줄은 절규하듯 읽어야 함다^^)

그제서야 이해한 아이들.

"맞아요~~~ 그건 싫어요~~~~"

이래서 알약은 캔슬.(정말 평소에 얼마나 먹을 것에 목숨걸고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ㅡ,,ㅡ;) 

 

어쨌든, 미래의 사회변화를 예상했으니 이제 신종 직업을 예상할 차례.
이런 저런 발표가 나오다 한 녀석 왈

"나라를 위해서 전투로봇을 만드는 사람이 생길 것 같아요"

여기서 반짝 하고 떠오른 단편소설 하나.

"얘들아. 그런 로봇 생기면 좋을 것 같지? 내가 소설얘기 하나 해 줄게.
미래의 지구에 전쟁이 나서 사람들이 전투로봇을 만들었어. 상대편을 보면 무조건 죽이게 프로그래밍된 로봇이야. 그런데 한쪽 편이 그런 로봇을 만드니 다른 편이 가만 있겠어? 똑같이 상대를 죽이는 로봇을 만들었겠지? 그래서 서로 죽고 죽이고 했는데, 처음에는 사람이 로봇을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로봇들이 지능이 발달해서 자기들이 업그레이드된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어. 로봇이 로봇을 만들기 시작한 거야.
그런데 얘네들이 어떤 로봇을 만들었냐면, 멀리서 봐도 로봇이다 알 수 있는 로봇을 만들면 좀 좋아? 보고 도망갈 수가 있잖아? 글쎄, 사람하고 똑같이 생긴 로봇을 만든 거야. 나중에는, 아주아주 불쌍한 아이들처럼 보이는 로봇을 만들었어. 군인들이 불쌍해서 돌봐주려고 다가가면 목을 싹둑~~~~(아이들 경악)
그래서 지구에는 이제 사람이 하나도 없고, 마지막 남은 사람들이 달 기지로 우주선을 타고 피난을 가려고 했는데, 거기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 사람인 척 하고 탔어.......그리고.........이 얘기는 끝이야.............."

(아이들 한동안 멍~)

"무섭다........"
"선생님, 이 얘기 영화로 만들어요. 대박이에요"

"내가 쓴 소설이 아니라서 말이야. 내맘대로 못하지."

 

필립 K.딕 덕분에 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디스토피아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었다.
(좋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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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2-1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아~!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꿀까?" 하면서 기계적인 웃음을 한번
날리시면..더더욱 공포스러웠을텐데요..^^

물만두 2006-12-12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아이들이 더 잘 이해하게 되니 결과적으로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마늘빵 2006-12-1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깍두기 2006-12-12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애들한테 블레이드 러너를 보여주는건.....안되겠죠?^^

물만두님, 앗! 만두님. 20만 축하부터 하구요!!!!
뭐 저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요^^

아프락사스님, 오랜만에 오셔서 웃고만 가시네^^

바람돌이 2006-12-12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들은 대답 잘해서 좋겠습니다. 이놈의 중딩들은 수업시간에 대답하면 죽는줄 안다니까요? ㅠ.ㅠ

깍두기 2006-12-1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는 벌떼같이 손들어서 누굴 시킬까 고민인데.....
안 시켜주면 또 얼마나 원망들을 하는지.
제 고민은 행복한 고민이군요. 염장인가^^

sooninara 2006-12-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런 이야기 해주시는 선생님. 넘 멋져요.^^

깍두기 2006-12-1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정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