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스스로 이 영어교재를 선택한 게 아니다. 취미삼아 회화공부를 하려고 접수한 곳에서 교재로 선택하여 알게 되었다. 내 수준은 거의 중학생 수준이랄까? 나이는 들었지만 영어와 친숙하게 지냈던 게 그 언제였을까 아스라할 정도로 오래되어서 불안감도 컸다. 그런데 이 책이 아주 도움이 되었다. 지금 1주일에 한 번 1시간 정도 강의 받는데, 두 달도 채 안되어 50문장을 다 외웠다. 선생님 강의 실력도 뛰어나서이겠지만,이 책 자체의 효율적이고 독특한 암기 방식 덕에 빨리 외운 것 같아 내 스스로 내가 신기하다. 0번부터 번호순으로 외워서 49번까지 외우게 되어 있는 이 책의 구조는 10문장마다 일정한 주제가 있고 그 주제에 따라 그림을 상중하로 그려 넣어 번호를 잘 외우도록 유도한다.그리고 테이프도 아주 많이 도움이 되었다. 사실 책은 많이 보지 못했고 테이프만 하루에 한두 번 들었는데 효과가 좋았으니 부지런하신 분들은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 같다.
이 책의 명성을 오래 전부터 듣다가 최근에야 읽었는데 참 좋았다. 정말 악바리같이 열심히 살아온 서진규의 삶이 나를 압도하였다. 어릴 적 '하버드대의 공부벌레들'이란 프로를 보며 막연히 저렇게 미친듯이 공부하는 것도 참 멋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딸을 가진 이혼녀가 하버드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에도 도전하는 걸 보며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딸이 증언한 이야기, 그녀가 일본어를 공부할 때는 샤워하면서까지 들었었다는 이야기는 그녀의 인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면서 딸도 잘 키워냈다는 것. 딸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 대통령상을 받거나 나중에 하버드에 들어갔다는 사실보다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키웠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 부러웠다. 자기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도전하는 그녀의 정신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처음에는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성차별을 심하게 하는 부모와 사회에 대한 저항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그녀는 안정된 삶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첫 결혼생활에서의 고통마저도 군대에 자원입대하면서 극복하려고 하였다. 내 자신이 초라하여 미워질 때, 내게 주어진 일상이 참으로 갑갑할 때 나는 이런 자전에세이를 읽게 된다. 그 속의 사람들이 몸으로 이야기하는 인생의 엄숙한 의미, 자기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인생의 시간들이 만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들이 모여 총체적인 '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자꾸만 되새기고 싶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날 동물들이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먹을 것을 발견하면 친구를 위해 하나만 먹고 하나는 친구집에 놓고 오는 친절한 동물들의 이야기이다. 토끼,당나귀,염소,사슴,토끼에게 이어지는 사랑이 참 훈훈하다. 문장도 거의 반복되고 이야기가 연쇄적으로 이어져서 아이들도 더 쉽게 듣고 이해하는 듯 했다. 그림이 투박한 듯 하면서도 동물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그들의 집이 개성있게 그려져 좋았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나는 동물들의 뜨거운 우정에 감탄하였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이런 이쁜 마음을 배워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커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우정의 순수함은 이 책에 나온 동물들처럼 아주 각박한 상황에서도 친구를 잊지않고 위해주는 데서 출발하는 것 같다.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친구에게 먹을 것을 전하러 가고, 친구가 자고 있으면 잠이 깨지 않게 놓아 두고 오고.... 따스한 배려와 사랑. 내 마음도 따스해진다.
아이들 책을 고르다가 인기가 많은 책을 골랐는데 후회가 없다. 작가 에른스트 얀들은 시인으로 더 평가된다고 하는데, 이 책 역시 언어가 매우 절제되어 있다. 어두운 전등 밑에 대기하고 있는 부상당한 다섯의 장난감들. '하나가 나왔어. 하나가 들어가고 넷이 남았어.' 이 정도의 문장이 책 전체에 몇 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참 좋아한다. 그리고 치료받고 나오는 장난감들의 편안한 표정들을 아이들은 잘도 잡아낸다. 후덕하게 보이는 의사선생님과 각종 도구들. 스패너,망치.톱 등 의사와 어울리지 않지만 또 잘 어울리는 공구들이 장난감들을 치료해 주려고 기다리고 있다. 이미지로 말하는 그림책. 분위기로 전하는 그림책. 말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그림책이다.
우리 아들들은 연년생이라 5분에 한 번씩 싸워요. 대개는 형이 장난하고 있는 장난감을 자기도 갖고 싶은 동생의 억지로 싸움이 전개되지요.하지만 그 억지는 모든 아이들이 갖고 있는 본능인지도 모르겠어요. 새로운 것에 반짝 하고 눈이 가는 본능. 이 책은 '치프와 초코는 사이좋게 지내요'가 좋아 보게 된 책인데, 한번 본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요새 매일 읽어달라는 통에 내가 참 바빠졌어요. 딸기밭에서 집으로 가는 도중 지칠 때마다 딸기를 먹고 싶은 유혹에 빠져드는 초코와 초코를 달래고 얼르다가 결국은 자기도 맛난 딸기에 푹 빠져드는 오빠 치프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아이들 심리를 참 잘 묘사한 작가 도이 카야의 다른 치프 초코 시리즈가 또 있으면 당장 구입할텐데 하는 생각이 있어요. 항상 아이들 싸움에 지쳐있는 나에게 이런 류의 책은 너무 반갑지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가르칠 때는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책을 인용해서 잔소리를 하는데 형제애 돈독히 하는 데는 이 책도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