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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 가발공장에서 하버드까지
서진규 지음 / 북하우스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명성을 오래 전부터 듣다가 최근에야 읽었는데 참 좋았다. 정말 악바리같이 열심히 살아온 서진규의 삶이 나를 압도하였다. 어릴 적 '하버드대의 공부벌레들'이란 프로를 보며 막연히 저렇게 미친듯이 공부하는 것도 참 멋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딸을 가진 이혼녀가 하버드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에도 도전하는 걸 보며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딸이 증언한 이야기, 그녀가 일본어를 공부할 때는 샤워하면서까지 들었었다는 이야기는 그녀의 인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면서 딸도 잘 키워냈다는 것. 딸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 대통령상을 받거나 나중에 하버드에 들어갔다는 사실보다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키웠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 부러웠다. 자기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도전하는 그녀의 정신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처음에는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성차별을 심하게 하는 부모와 사회에 대한 저항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그녀는 안정된 삶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첫 결혼생활에서의 고통마저도 군대에 자원입대하면서 극복하려고 하였다.
내 자신이 초라하여 미워질 때, 내게 주어진 일상이 참으로 갑갑할 때 나는 이런 자전에세이를 읽게 된다. 그 속의 사람들이 몸으로 이야기하는 인생의 엄숙한 의미, 자기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인생의 시간들이 만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들이 모여 총체적인 '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자꾸만 되새기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