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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이전의 자존감이 평생 행복을 결정한다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해서 결혼 전 조카들도 무지 아꼈었다. 그러다 나도 엄마가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여쁜 아기들을 보며 뿌듯한 행복감을 느끼던 날들이 많았다. 길을 가다 아이를 혼내키는 아줌마들이나 식당에서 아이들에게 퉁명스럽게 대하는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많았다.
그런데 어쩌다 연년생 아들 둘을 둔 엄마가 되어 3,4년이 흐르자 내 머리는 늘 수세미처럼 헝클어질 때가 많았고, 돌아서면 돌발 사태가 벌어지기 일쑤였다. 나직한 음성으로 부드럽게 말하던 내가 어느 날부턴가 소리를 지르는 엄마가 되어 버렸다.
이제 아이들은 여섯 살, 일곱 살이 되어 육아에 대해 조금 숨 돌리게 되었지만 가끔 어떻게 해야 가장 현명한 엄마의 모습인지 답답할 때가 있다.
이 책은 내게 생수를 마시는 것처럼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이따금 보여지는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그리고 나의 행동에 대해..
이 책의 제목은 '8살 이전의 자존감이 평생 행복을 결정한다'이지만 자존감의 중요성이 단지 유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인간의 자존감은 그 가정의 행복과 그 사람의 발전, 부부의 의사소통 등 여러 가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는 걸 여러 각도로 설명해 준다.
또한 부부싸움을 하고 대응하는 방식에서 '투사(남의 탓 하기)'나 '내사(내 탓 하기)' 둘 다 안 좋다는 것, 부부의 언어형태에 숨겨진 심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 열심히 읽었다.
아이가 어릴 때 자신이 설정한 자아가치에 따라 그의 인생 항로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데에도 많이 공감했다.
'부모는 아이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와 '문제행동은 언제나 옳다'를 읽으면서 충격에 빠지기도 하였다.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는 점,아이들의 문제행동은 내적인 갈등과 충족되지 못한 욕구의 또다른 표출이라는 진단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말하지 않은 아이의 욕구를 읽을 수 있는 부모, 아이의 행동으로 아이를 판단하지 않는 부모, 아이의 고유성을 그대로 긍정하는 부모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워주고, 아이를 조건없이 사랑하라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책임한 아이로 키우라는 뜻은 아니다. 취학 전이나 취학 연령의 아이들에겐 글로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일깨워 주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한다.
물론 이 책을 읽어서 내가 갑자기 바뀌어지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어제부터 아이들의 대답에 더 성의있게 대답하고, 아이들의 질문 속에 담겨진 욕구를 더 들여다 보게 되고, 더 이성적으로 갈등상황을 읽어내려 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안아주려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느낀다.
이 책을 알게 되어 기쁘고, 나처럼 아이를 키우며 길을 몰라 답답하거나 돌파구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 보고 싶다. 이런 유형의 책들은 가끔 일부러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