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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탄 할머니 ㅣ 이야기 보물창고 21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월
지금처럼 책이 흔하지 않던 어린시절 오래된 카셋트에서 흘러나오는 옛날 이야기를 듣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고개를 넘어가던 떡장수 엄마를 잡아먹고, 남매까지 잡아 먹으려고 엄마로 분장하고 집을 찾아간 호랑이 이야기였지요. 하지만, 욕심꾸러기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 때문에 수수밭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그때부터 수수가 붉은색이 되었다는 얘기였어요. 그런가하면 호랑이와 곶감처럼 겁이 많은 호랑이 이야기도 있었고, 팥죽할머니와 호랑이처럼 어리석은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호랑이도 있었지요. 그렇다면 우리시대의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님은 호랑이를 어떻게 표현 하셨을까요?
눈이오는 겨울밤 화롯불에 구워먹는 고구마 대신, 막대사탕을 물고 마주앉은 고조할머니와 고손녀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연세가 드실수록 기억이 깜박깜박 하시지만, 옛날 이야기 만큼은 끝도 없이 풀어놓으시는 할머니랍니다. 고손녀는 그런 할머니의 치맛자락 속에는 이야기가 가득담긴 주머니가 숨겨져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지요.
오늘은 할머니가 호랑이를 만난 얘기를 해주신다는군요. 늦둥이 복동이를 업은 할머니가 출산을 앞둔 딸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답니다. 할머니가 이야기를 풀어나갈때마다 궁금한 것이 많은 손녀딸은 이런저런 질문을 하지요. 먼길을 걸어가는 할머니에게 차 타고 가면 된다고 얘기하는 손녀, 하지만 할머니는 차가 없어서 못 탄다고 했는데, 갑자기 버스가 나타나 버스를 타고 가게 되었다네요. 어쩌면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지만, 그냥 짜맞추어 나가는게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의 재미겠지요? ^^
그런데 갑자기 버스앞에 커다란 호랑이가 나타났어요. 호랑이 말을 알아 듣는 할머니가 호랑이에게 물으니, 사람들이 만든 자동차 때문에 동물도 사라지고, 걸어 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몇 날 며칠을 굶었다는군요. 그러니 먹이로 삼을 한 사람을 내놓으라고 호통을 치는 호랑이 입니다.
과연 누가 호랑이의 먹이가 될지 어떻게 고를까요? 고르는 방법은 현대판 제비뽑기예요. 벗어놓은 신발중에 호랑이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그 사람은 먹이가 된다네요. 아뿔사~~ 할머니가 뽑히게 될 줄 누가 알았나요.
할머니의 등에 업힌 복동이가 울어대고, 할머니도 울고, 버스안의 사람들이 하나둘 울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고 호랑이도 지난겨울 굶어 죽은 새끼 생각에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아... 이금이 작가님은 마음 따뜻한 호랑이의 모습을 그려주고 계셨군요. 할머니를 그냥 덥썩 잡아 먹었다면 옛날 이야기나 별반 다를게 없을텐데, 이야기를 살짝 바꾸니 무서운 호랑이가 정이 많은 호랑이로 변하게 되는군요.
결국 버스안의 사람들이 십시 일반으로 모은 재료로 떡을 만들어 호랑이를 배부르게 해주자, 휙휙 날아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이야기랍니다.
뭔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구요? 그래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손녀는 마지막 이야기를 살짝 바꾸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깜찍함을 보여주네요. 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의 마무리를 바꿔서 얘기해 보는건 어떨까요? 현대와 옛것이 만나는 아이들만의 기발한 상상력이 가미된 재미난 옛날 이야기가 탄생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