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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예끼놈! ㅣ 사계절 그림책
이은홍 지음, 박지원 원작 / 사계절 / 2010년 7월
절판
사계절 출판사에서 발행된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중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를 참 재미나게 보았다. 조선시대의 문인인 연암 박지원의 글을 작가 이은홍이 만화형식으로 꾸며, 아이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뿐 아니라 많은 깨달음을 주는 감명깊은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전 이은홍 작가가 다시한번 연암 박지원의 글 중 <호질>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사실 호질의 내용을 모르고 책을 보았는데,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모습을 꾸짖는 호랑이를 보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호질>은 당대 지식인들을 실랄하게 꼬집는 이야기로, 주인공인 북곽선생을 <호랑이가 예끼놈>에서는 <홀로홀로방방>이라는 재미난 이름으로 등장시킨다. 하늘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관모에 긴 수염, 고급 의상을 입은 홀로홀로방방 선생의 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과 찍은 사진으로 한가득이다. 그만큼 자신의 지위 높음을 과시하는 듯 하지만, 야비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니 쓴웃음이 지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그가 <아주 정숙한 부인>이라 불리는 과부를 희롱하러 밤길을 나선다. 하지만 과부의 아들들에게 들켜 줄행랑을 치다 똥구덩이에 빠지고, 눈이 부리부리한 호랑이를 만나는 곤욕을 치루게 된다.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싱싱한 젊은이를 만명 바치겠다 아부를 떨어 보지만 돌아온 것은 호랑이의 호된 질책 뿐이다. 겉과 속이 다르고 낮과 밤에 따라 말이 바뀌는 사람의 모습을 비판하는 글부터 하나하나 꼬집는 호랑이의 질책은 틀린말이 하나도 없다. 산과 숲을 파헤쳐 먹을 것이 없어 마을로 내려왔다는 말로 개발을 앞세운 자연훼손을 실랄하게 얘기하기도 한다.
겉으로만 고귀한척 잘난척 하던 홀로홀로방방은 무서운 호랑이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결국 호랑이는 자신의 원칙대로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다. 욕심쟁이에 잔머리대왕인 사람은 재수가 없어서 먹고싶지도 않단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배운 학식이나 업적만큼 존경을 받는 이도 있지만, 그 뒤에 감취진 위선적인 모습에 씁쓸한 경우도 많다. 요즘 벌어지는 인사청문회만 보아도 그 모습이 보이고, 얼마전 있었던 고위직 자녀의 직장문제도 그렇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그렇게 위기를 모면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렇게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만다.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배가 고파도 참고 있는 호랑이가 더욱 존경스러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우리 아이는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받아 들일지 함께 얘기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