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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1 ㅣ 만화 상상력 사전 3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수박 그림 / 별천지(열린책들) / 2010년 8월
구판절판
우리에게 <개미>,<신> 등의 작품으로 너무나 유명하게 알려져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원작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만화로 펴낸 책이다. 원작은 베르베르가 열네살 때부터 자신이 상상하는 것, 자신의 흥미를 끄는 새로운 사실 등을 기록해온 노트에서 시작되었으며, 3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노트의 기록이 계속되고 있다니 앞으로 출간될 책도 기대해 볼만 하겠다.
이 책은 프랑스의 만화를 번역한 책이 아니라 한국에서 기획하여 만들어진 한국만화라는데 눈길이 간다. 글로만 되어 있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재미난 그림과 함께 원작자인 베르베르와 만화가 본인까지 책속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이끌어 가고 있다. 그래서 딱딱한 지식을 전달한다기 보다는 인간, 동물, 자연, 과학 등 여러방면에 대해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처럼 가나다순(약간 비껴간 제목도 있지만)으로 97개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마음 내키는데로 어느쪽을 펼쳐보아도 흥미로울것 같다.
베르베르의 개미에 대한 사랑은 이 책의 여러곳에 개미를 등장 시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중 아르헨티나 개미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나 동종간의 연대성을 이야기하며 쿠바혁명을 이끈 체게바라 개미를 등장 시킨다. 체게바라가 아르헨티나 사람이었다는 것으로 인간이 가지는 성격을 개미에게서도 찾는 재미난 발상이 숨겨져 있다.
언어가 발전해 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들이 대뇌신피질에서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휘의 발전으로 인해 파란 하늘의 색을 보고 너무도 다양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기도 한다. 아마도 이 책이 프랑스 원작만화의 번역본이었다면 이런 맛깔스런 말들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도시의 구역배치에도 재미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것을 알았다. 파리의 경우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부는것으로 부자구역과 빈민구역의 배치를 했다니 조금은 비겁해 보이기도 한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에서는 빈민구역을 중심에 두고 부자지역을 변두리에 두어 경찰들에게 유리한 배치를 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1990년 프랑스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나타난 두려움의 원천 열가지는 흥미롭기도 하다. 뱀, 현기증, 거미, 쥐, 말벌, 지하주차장, 불, 피, 어둠, 군중 이라는데 우리의 현실과 조금 비껴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렵다고 느끼는 것은 마찮가지인듯 싶다.
냉동실에 갇힌 선원의 이야기는 다른데서도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그림과 함께 다시보니 사실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섭씨 19도였단 컨테이너 안에서 냉동실이었다는 생각만으로도 사람이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얼어죽울 수 있다니... 생각의 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여 발전의 계기로 삼으라는 마지막 말은 깊이 새겨야 할 것 같다.
노인과 갓난아이의 죽음에 대해서도 대륙별로 생각의 차이가 크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은 많은 경험을 쌓아 부족민에게 도움을 주지만, 갓난아이는 세상의 경험이 없어 자기의 죽음조차 의식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노인의 죽음을 슬퍼한다고 한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갓난아이가 살았다면 나중에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었을거라며 아기의 죽음을 안타까워 한다고 한다. 어느것이 옳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노인의 살아온 삶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승리>라는 제목의 이 부분은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승리 뒤에는 언제나 허망함이 찾아오고, 패배 뒤에는 언제나 새로운 열정이 솟아나면서 위안이 찾아온다. 패배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진리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겨낼 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좋은 음식과 영양의 섭취로 지금보다 체격조건이 좋아지게 될 것이다. 멀리볼 필요가 없기에 근시도 심해지고, 교통의 발달로 혼혈이 일상화 되며, 의술의 발달로 오래 살게 된단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이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심리적 경향으로 나이를 한참 많이 먹은 자식이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언제까지 용납하며 살아야하는 건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외모는 남녀 구별이 어려워 질 수도 있으며, 인기인은 여자같고 아이같은 요소를 두루 갖춘 사람이 될 것이라니 조금 섬찟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는 아직 옛날 사람인지라 여자는 여자답고, 남자는 남자다운 모습을 갖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사람은 풀 수 있지만 어떤 컴퓨터도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에 놀랬다. 정말 한참동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니 여러분도 풀어보시길~~ <세 딸아이의 나이를 곱하면 36이고, 세 딸아이의 나이를 더하면 13이고, 맏이는 금발입니다.>라는 조건으로 해답을 생각해야 한다.ㅎㅎㅎ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은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도 새로운 생각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책이다.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바로 책을 보아야 할 것이다.
*** 옥의 티 - 소인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p.113 아래쪽 그림의 "그 극단은 대한한 성공을~~"에서 대한한->대단한 이 되는게 맞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