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그림부터 재미난 <도마 이발소의 생선들>은 아이가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와 재미나게 읽었던 <내 고추는 천연기념물>의 작가이신 박상률 선생님의 작품이다. <내 고추는 천연기념물>에서도 포경수술을 앞둔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고 묘사해 주시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초라한 이발소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일인칭 시점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해 주셨다. 이 작품은 작가가 아들 솔별과 함께 다니는 단골 이발소의 이야기를 토대로 추억을 살려 재미난 이야기로 엮었기에 더욱 실감나게 읽힌다. 요즘 동네에서 이발소를 찾아보기 힘든데 아마도 솔별이가 주인공 훈이처럼 투덜거리며 아빠를 따라 이발소에 다녔는가 보다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주인공 훈이는 친구들처럼 머리를 기르거나 동네의 화려하고 깨끗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싶다. 하지만 아빠의 소원이 아들과 함께 손 잡고 이발소에 가는 것이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아빠의 손에 이끌려 한달에 한번씩 이발소에 간다. 하지만 훈이는 손님들의 취향과 상관없이 이야기 거리에 따라 머리를 마음데로 자르는 이발사 아저씨가 불만이다. 그래서 훈이도 소심한 복수로 '이발사 아저씨'의 '이'자를 잘라내고 '발사 아저씨'라고 부른다. 훈이가 보는 발사 아저씨의 현란한 가위질 솜씨는 흡사 영화 가위손에 나오는 인물같이 보이기도 한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발사 아저씨는 언제나 싱글벙글하며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부지런히 일하시는 분이다. 훈이가 이발하다 귀가 잘렸을까봐 당황해 할때도 재치있는 농담으로 훈이를 안심시켜주는 따뜻한 분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훈이도 아빠의 소원을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 동막 이발소를 찾아오는 듯 싶다. 한자리에서 20여년동안 자리를 지켜온 동막 이발소는 간판이 지워져 이제는 '도마 이발소'로 보인다. 거기다 키 작은 훈이가 머리를 자르기 위해서는 의자위에 널판지를 놓고 올라 앉아야한다. 일단 의자에 앉고나면 훈이의 바램과는 달리 발사 아저씨 마음데로 머리가 잘려 나간다. 그래서 훈이는 자신을 요리사가 마음데로 칼질을 해도 아무소리 못하는 생선과 같다고 생각한다.ㅎㅎ 머리를 자르고 나서도 세면대에 가서 커다란 물통의 물을 떠서 빨래 비누로 머리를 감는다. 이 그림은 예전에 TV에 나왔던 종로 골목길의 허름한 이발소를 연상하게 한다. 파고다공원에 놀러 오시는 할아버지들의 머리를 저렴하게 깍아주시며 함께 늙어가시던 이발사 아저씨... 그곳에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몇십년 단골이라 그냥 자리에 앉으면 이발사 아저씨가 머리를 깎아주시고 염색도 해주시곤 했다. 그 분들도 따뜻한 정과 추억속에 그 곳을 계속 찾아 오신다 하셨다. 아마 훈이도 자신이 도마위의 생선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빠와 함께 계속 도마 이발소에 다니게 될 것이다. 어쩌면 훈이가 아들을 낳아 함께 갈지도 모르겠다. 아빠와 아들 사이에 느껴지는 세대공감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는 재미난 동화였다. 우리 아이들은 아빠와 어떤 추억을 쌓아가고 있을까? 주말이면 밖에나가 신나게 뛰어놀고 집에 들어와 함께 목욕할때, 아빠의 등이 너무 넓어 힘들다고 투덜거리며 밀어주었던 모습을 기억해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