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엄마 어렸을 적엔...>이란 주제로 1960년대를 재현해준 인형전시회가 있었다.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는걸 보면서 손끝으로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든 인형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 작품을 만들었던 이승은, 허헌선 작가가 이번엔 인형뿐 아니라 글까지 쓰신 오로지 그분들만의 책을 만드셨다. 두분은 결혼하여 함께 먹고 자고 함께 일하는 잉꼬 부부시라는데, 이승은 선생님은 인형을 만드시고 허헌선 선생님이 인형들의 집과 살림들을 마련하신단다. 어찌나 정성을 들여 실감나게 만드셨는지 책장을 넘길때마다 아이와 함께 '우와~~'를 연발하며 보았다. ^^ 이야기는 가난했던 우리네 옛날 모습으로 시작된다. 엄마가 빨래일감과 삯바느질로 살림을 꾸려가는 돌이네는 설날이 오는것이 반갑지만은 않았을게다. 돌이 또한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아이지만, 언제나 일감으로 바쁜 엄마 대신에 동생 분이를 보살펴주는 듬직한 오빠의 모습을 보인다. 설 전날까지 떡국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엄마는 일을 나서고, 엄마와 함께하고 싶었던 어린 분이는 결국 "엄마, 가지 마!"하며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돌이는 그런 분이를 달래가며 보살펴 주는가하면, 설빔 입고 노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분이를 위해 멋진 가오리연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설 전이라 엄마는 더욱 바쁘셨는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엄마를 기다리던 분이는 엄마의 치맛자락에 얼굴을 묻고 엄마의 냄새를 맡으며 잠이든다. 그 모습이 얼마나 실감나는지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온 엄마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팠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좋은생각...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고 와서 피곤할텐데도 아이들을 위해서 밤새도록 등불 밝히고 설선물을 준비하신다. 문밖에 내리는 하얀눈처럼 엄마도 그 밤을 하얗게 지새우셨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뜬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이 담긴 색동저고리와 색동목도리를 선물로 받는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뿐인 엄마사랑표 설빔이다. 삯바느질하다 남은 자투리 천을 정성스레 이어붙인 곱디고운 무지개빛 설빔... 아마도 엄마는 밤새 설빔을 만드시며 수차례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셨을게다.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와 편히 몸을 뉘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이들 생각에 마음만은 행복했을게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 미안해 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엄마의 마음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의 마음을 십분의 일이나마 알게 되지 않았나싶다. 그 해 설날은 분이의 고운옷과 환하게 웃는 돌이와 분이 때문에 온 동네가 환해졌단다. 책장을 덮으며 잔잔한 감동과 짠한 마음이 동시에 밀려온다. 먹는것 입는것이 모두 부족했던 시절이지만 자식들을 위해 내 한몸 아끼지 않으셨을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이번 주말은 어버이날인데 결혼해서 10년이 넘은 지금 처음으로 어버이날에 친정부모님을 찾아뵙게 된다. 오랜만에 엄마랑 맛난것도 먹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하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