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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네 네 형제 ㅣ 오치근 그림책 컬렉션 시리즈
백석 글, 오치근 그림 / 소년한길 / 2009년 8월
평점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이신 백석 선생님은 민요, 판소리, 사설시조 등에서 가락과 시어를 빌려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주로 쓰셨다. 평론집을 통하여 아동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시인은 산문보다 시가 아동문학의 표현에 적당하다 생각하여 <동화시>라는 독특한 형식을 만들었다. 동화시는 말 그대로 동시처럼 리듬이 있는 문장이 반복되면서 의성어, 의태어 등이 많이 사용되지만 내용에는 줄거리가 있는 동화같은 느낌이 드는 형태이다. 여러편의 동화시가 묶여 있는 동화시집이 출간 되었다는데 그것은 보지 못했고 단편으로 나와있는 <오징어와 검복>,<개구리네 한솥밥>,<집게네 네 형제>를 보았는데 반복되는 싯구 덕분에 아이와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큰소리로 읽어보면 읽는 재미가 있다.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하나같이 인간사의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백석 선생님의 동화시중 한 작품인 <집게네 네 형제>는 바닷가 물웅덩이 사는 집게 네 형제의 이야기이다. 컬러그림으로 나와있는 작품도 있지만 연필세밀화로 그려진 흑백의 그림에 붉은 글씨로 인쇄된 본문은 눈길을 사로잡는데 한몫을 한다.
집게 네 형제중 막내를 제외한 세 형들은 남들처럼 화려한 껍질이 없어 자신을 뽐낼 수 없다며 집게로 태어난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맏형은 굳고 굳은 강달소라 껍질을 쓰고, 둘째 동생은 곱고 고운 배꼽조개 껍질을 쓰고, 셋째 동생은 곱고도 굳은 우렁이 껍질을 쓰고 남의 흉내를 내며 살지만 막내동생은 아무것도 쓰지 않고 집게인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태어난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모습에 욕심을 낸 세 형들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맏형은 강달소라 먹고 사는 이빨 센 오뎅이에게 우두둑우두둑 깨물리고, 둘째 동생은 낚시꾼이 망둥이 미끼하는 배꼽조개를 돌로 쳐서 오지끈오지끈 부서지고, 셋째 동생은 우렁이를 좋아하는 황새부리에 오싹바싹 쪼박나 버린다. 세 형들이 죽어가는 모습은 가슴아픈 상황이긴 하지만 재미난 시어들 때문에 웃음이 나온다.
결국 바닷가 웅덩이에 네 형제를 소개했던 첫 그림과 같은 배경에는 빈 껍질들과 홀로이 살아남은 막내집게만이 보인다. 그림처럼 겉 모습은 허황된 껍질뿐인것을 사람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왜 남의 아름다운 모습에만 욕심을 내는건지... 진정한 아름다움이 어떤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막내 집게만이 평안하게 잘 살았다는 마무리로 묵직한 교훈을 남기며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