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전해듣던 이야기 중에 밤에 손톱을 깍으면 귀신이 잡아간다는 등 밤에 해서는 안될 일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옛날 집에서 제일 따뜻한 아랫목에 늦게 귀가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상을 차려두는데 손톱을 깍으면 튀어 갈까봐 그랬다는 이유를 나이를 한참 먹은후에 알게 되었다. <한밤중의 고양이 손님>은 일본에서 옛날부터 전해오는 밤에 휘파람을 불면 도둑이 든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재미난 이야기로 아이들의 순수함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우리도 어린시절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거나 소풍을 가는 등의 행사를 하는 전날이면 웬지모르게 마음이 설레이고 비라도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 미쓰오와 논코 남매도 머리맡에 배가 불룩한 배낭을 놓고 다음날의 소풍에 설레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빠인 미쓰오가 장난삼아 휘파람을 불자 논코는 오빠를 나무란다. "할머니가 밤에 휘파람 불면 도둑이 든다고 하셨잖아."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남매의 창문을 두드리며 나타났다. 할머니의 말대로라면 도둑이어야 하는데 아이들의 방에 나타난건 고양이 손님이었다. 카다란 보따리를 매고 들어온 고양이가 자신은 수상한 녀석이 아니라며 남매를 안심시키고 하룻밤 재워주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뻔뻔하게 자기집인양 보따리에서 밤참까지 꺼내 먹으며 남매에게도 나눠주는 선심을 쓴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도둑질을 하기 위해 남매의 방을 방문한 밤손님 고양이의 계획하에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순진한 남매는 잠시잠깐 밤손님 고양이가 도둑이 아닐까 의심을 해보지만 고양이는 어설픈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야기의 하라이트인 이 부분이 너무 재미나게 표현되어 있어 읽는동안 미소가 머금어진다. 밤손님 고양이가 도둑인게 밝혀질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위기마다 식은땀을 흘리는가 하면 먹던 밤참이 목에 걸려 캑캑 거리기도하고 헛기침도 해가며 당황하는 고양이의 모습이라니... 결국 남매는 아무것도 모른채 적과의 동침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림에서 보듯이 남매는 단잠에 빠져 있는데 고양이는 한쪽으로 실눈을 뜨고 동태를 살피고 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텅빈 배낭을 보면서 고양이가 도둑이었음을 알게되지만 남매는 서로 마주보며 낄낄낄 웃는다. 그 무렵 고양이는 자신의 은신처에서 연필심에 침을 묻혀가며 기나긴 편지를 쓰고 있다. 어젯밤 신세를 진 미쓰오와 논코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도둑고양이로 살아가는 신세를 한탄하면서 자기는 안그러고 싶었는데 휘파람 소리 때문에 어쩔수 없이 찾아갔다는 귀여운 변명을 하고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여섯마리의 아기고양이가 미쓰오와 논코의 과자를 들고 행복해하고 있다. 하지만 밤손님 고양이가 어린고양이들을 위해 도둑질을 했다하여 면죄부를 받을수 있는걸까? 그렇다면 빵한조각 훔치고 19년동안 옥살이를 한 장발장은 어쩌라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