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우의 전화박스
도다 가즈요 지음, 다카스 가즈미 그림, 이선아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용으로 나온 '여우의 전화박스'라는 동화가 있는데 어느것을 구입할까 고민하다 그림책으로 선택을 했다. 아이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아직은 그림책을 권해주는 편인데 탁월한 선택인것 같다. 어린이용 동화와 같은 사람이 그림을 그렸다니 아마도 내용을 잘 파악하고 신중하게 그림을 그렸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파스텔을 사용한 잔잔한 그림만으로도 이야기의 따뜻함이 전해질 듯 하다. 글을 쓴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일본의 안데르센상으로 불리는 히로스케상을 받았다고하니 관심이 안 갈수 없는 그림책...
이야기는 산기슭의 오래된 전화박스와 이 산속에 사는 엄마여우와 아기여우로 시작된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여우는 영특하고 교활하고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인데 일본에서는 우리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나보다. 아빠를 잃은 아기여우를 키우며 아이가 커가는 모습에 행복해하는 모성애 가득한 엄마여우로 표현하고있다.

그러나 그런 행복도 잠시... 아기 여우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혼자 남은 엄마여우는 매일매일 눈물로 보낸다. 아이데 대한 엄마의 사랑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찮가지 인가보다. 어린자식을 먼저 보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격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리가 없을것이다. 난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그러던 어느날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불빛이 반짝이는 전화박스를 보고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는 엄마여우... 그곳에서 아픈 엄마와 떨어져 지내며 매일같이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는 남자아이를 보게된다. 그 뒤로 엄마여우는 늘 전화박스에서 아이가 엄마와 통화하는 걸 들으며 마음의 위로를 받게된다.

여느때처럼 산에서 내려온 엄마여우는 불 꺼진 전화박스의 전화가 고장난 것을 알고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중얼거린다. "아, 가엾어라. 여기에 전화박스가 하나 더 있다면...... 내가 그 아이의 전화박스가 되어 줄 수 있다면......" 바로 그때 엄마여우가 전화박스로 둔갑을 하게된다. 책의 앞쪽에서 아기여우가 여우는 요술을 부릴수 있다는 말에 엄마 여우가 아무리 주문을 외워도 요술을 부릴수 없다고 했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하지만 엄마여우는 사랑의 힘으로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엄마여우는 아이가 도시로 이사가게 된 사실에 잠깐 실망을 하지만 아이가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는 것에 그리고 그 아이 덕분에 우리 아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에 행복해 한다.
엄마여우가 아이를 위해 요술을 부렸던 것처럼 고장났던 전화박스도 엄마여우를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불을 밝혀준다. 꺼져가는 엄마여우의 마음속에 다시한번 희망의 불을 밝혀 주는 것이다.

전화박스 불빛 아래, 엄마여우의 행복한 얼굴이 환히 비치고 있다.
소심하고 표현을 잘 못하는 우리 큰 아이도 이 책을 읽어주니 마음이 짠 한가보다. 자기도 밥 많이 먹고 건강할테니 엄마도 오래오래 살란다.^^ 표현을 잘하는 작은 아이도 나에게 연신 뽀뽀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따뜻한 모성애를 담은 동화책을 덮으며 이 밤 마음이 포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