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더이상 사지 말고 있는 책이나 잘 읽자고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며칠 새에 책장에 새 식구가 늘었다. 연휴 때 읽으려고 계획했던 책들인데 어쩌다보니 계획이 하나도 진행되지 못했다.  켜켜이 쌓인 책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올해에도 ‘올해의 독서 목표’ 따위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선 글에서도 계속 말했듯이, 올해는 양보다 질을 추구하려고 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사유하는 독서. 물론 스트레스를 받고 때려칠 게 분명하지만 우선 지켜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봐야지.

그리고, 올해 꼭 읽고 싶은 책을 나열하는 식으로 허세에 취해본다. 크아-


-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벼르고 벼르던 톨스토이의 장편 <안나 카레니나>. 작년 12월부터 읽겠다 읽겠다 했는데 다른 책(독서에 관한, 읽기 쉬운 책들)에 밀려 순위가 내려갔다. 이번 연휴 때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긴 연휴기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못 끝내는 바람에 여전히 후순위다. 본작품을 읽어야 하는데 자꾸 해설과 작가 연보, 톨스토이 전기만 읽으려고 한다. 큰 고비를 맞이해 점점 겁쟁이가 되어간다.


 

-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

사실 재작년부터 ‘2015년에 읽겠습니다!’, ‘2016년에 읽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외쳤는데 몇십 장 읽다가 때려쳤다. <죄와 벌>까지는 꾸역꾸역 읽었는데(당연히 소화는 못했다) <까라마조프카의 형제들>은 엄두가 안 난다. 두께만 해도 <죄와 벌>의 1.5배가 될뿐더러 등장인물 수르르 대충 새봤는데, 오 마이 갓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니까, 마음먹은 김에 펴보기로 하자. 다 읽은 후에는 읽기에만 급급했던 <죄와 벌>을 다시 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저 바람으로만 끝나지 않게 신께 기도를...)




-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테리 이글턴)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첫 1장을 펴고서 생각보다 지루해서 중고서점에 팔아버렸다. 테리 이글턴의 책 중에 가장 쉬운 입문서 수준이라고 하길래 기대하고 펴봤더만 내 지식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책이었다. 그런 책을 눈물을 머금고 다시 구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라딘에서 주문할 때 5만원 이상 주문 시 증정하는 포인트를 받기 위해 그나마 그럴싸한 책을 고르다가 다시 손에 넣었다. 나의 모자람을 탓해야지 어쩌겠어. 소설을 읽는 방법을 조금 달리해보고자 시도하는 방법이니 후회 없이 열심히 읽어야겠다.




- 총, 균, 쇠(제레드 다이아몬드) /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역사에 관련된 두 책이다. <총,균,쇠>는 보급판이 나오자마자 구매했는데 3장까지 읽다가 내가 읽을만한 책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접었다. 두께에서 오는 부담감과 판형이 주는 시각적 지루함이 힘을 합쳐 나를 있는 힘껏 괴롭혔다.
<사피엔스>는 전자책으로 읽다가 도무지 작은 화면으로 읽기가 힘들어 종이책을 산 케이스다. 이 책은 사놓기만 하고 펴보지도 않았다.
두 권 모두 베스트셀러이지만 내용이 워낙 좋다는 평이 많아서 올해는 꼭 읽어내겠다.


-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한 친구는 말했다.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완벽한 책이라고. 자기는 이렇게 아름답게 쓰인 언어의 집합체는 보지 못했노라고. 니체의 ㄴ자도 모르는 나로서는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책을 샀지만 무지한 나로서는 역시 무리였다. 니체를 읽기 위해서는 니체 이전의 철학사도 줄줄이 꿰뚫어야 하는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철학을 훑었기에 니체의 말이 머리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뭔가 안다는 허영심, 자만심이 가져다 준 참혹함이었다. 참, 많은 이들이 니체 입문으로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 사람을 보라>, <비극의 탄생>,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입문작으로 꼽는데, 여기에 관한 의견이 있으면 적극 수용하겠다. 사실, 그 전에 니체 전기부터 봐야할 판이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2015년이던가, 가진 책 중 무서워서 못 읽는 책으로 꼽았다. 지하철에서 자본론에 관련한 책을 읽다가 한 노인분께 혼이 났다는 SNS 이웃의 증언 때문이었다. 잘못하면 빨갱이가 되는 세상에 어디 무서워서 자본론 책을 읽겠냐고! 하지만 역시는 역시, <만화로 보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더 세세한 내용이 필요했다. 이와 함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도 읽어야겠다. 어라, 근데 이 책은 개정판이 나왔네. 개정판으로 읽어야 하나. 허참.















- 페미니스트 4종 세트 :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리베카 솔닛) /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지즈코) /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
2016년 사회학을 선도한 분야는 단연 여성학이라고 할 수 있다. 개중 눈에 띄는 다섯 권의 책이 있는데,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이미 읽었다. 개론서, 입문서와 같은 책들인데, 감히 4종 세트라 일컫겠다. 책을 읽는다고 내가 완전히 바뀌지 않겠지만 적어도 생각을 더 열어주겠지. 유연한 사고를 위한 유연한 책이다. 더불어 깊게 들어가 <양성평등에 반대한다>까지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코스모스(칼 세이건)

역시 몇 년 전부터 읽겠다고 되뇌던 책이다. 언제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알라딘에서 매달 책을 선정해 같이 읽기(?)를 권했다. 전에는 양장본으로 보다가 하드커버와 반짝이는 종이가 너무 거슬려서 도중에 관둔 이력이 있다. 알라딘에서 뽐뿌를 받은 후 보급판으로 나온 반양장본을 받았으나 역시는 역시, <코스모스>는 쉽게 넘을 수 없는 책이었다. 당시에 2장까지 읽고 덮었던 기억이. BBC 다큐멘터리를 보면 흥미로울까 했더니 영상을 보다가 깜빡깜빡 졸았다. 예전부터 과학을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영 아니었나보다. 책장에 과학서적이 가장 적다. 여러 분야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문학, 역사, 철학, 사회, 과학이 적당히 섞여 있어 내심 기쁘다. 균형잡힌 독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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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1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계획이 어마어마한데요. 도스또예프스끼와 니체는 정말 의지가 중요합니다. 저도 이 두 사람의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몇 번 미끄덩했어요.. ㅎㅎㅎ

양손잡이 2017-02-01 13:18   좋아요 0 | URL
사실 저 책들은 이삼년 전부터 목표 목록에 올라왔던지라 새롭지도 않습니다. 의지박약과 귀찮음이 항상 함께 합니다 -_-;

카알벨루치 2018-05-0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설을 맞이해 일산 본가에 들렀다. 본가에 올 때 가끔 짐을 한가득 들고 온다. 회사 기숙사에서 다 읽은 책을 본가로 옮기기 위해서다.

다 읽은 책은 우선 다 가져온다. 원래 있던 책장이 부서지기 직전이라 작년에 새로 마련한 책장에 보관하거나 팔 책 구분없이 쌓아둔다. 그리고 설이나 추석, 휴가처럼 쉬는 날이 길 때 마음먹고 정리한다.

집에 물어보니 책장을 바꿀 때 막내동생이 나름의 규칙으로 책장을 정리했단다. 하지만 책은 어차피 다 내것이니 내가 정리해야 하는 게 응당 맞다.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까 생각했다.

회사 기숙사에서는 세계문학전집은 번호 순서대로, 나머지는 제목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책을 나열해놓고 기계적으로 꼽으면 되니 편하고 책을 찾을 때도 쉬이 찾을 수 있어 좋지만 뭔가 철학이 없다. 개인수납공간이 거의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본가 책장은 도서관처럼 꾸미고자 했다. 십진분류법은 무리고 책을 큰 틀로 나눴다. 우선 맨 처음은 총류, 작은 책(시집, 살림 지식총서)을 놔두었다. 책 중간중간 작은 책이 있으면 들쭉날쭉한 높이 때문에 별로 보기 안 좋을 것 같았다. 다음은 내 허세의 상징이자 정수, 세계문학전집이다. 기숙사에서 읽은 책만 가져왔기 때문에 양이 많지는 않았다. 산 책이 한참 남았는데, 아, 역시 허세에 사는 사람이란 걸 한번 더 느꼈다.

세계문학 뒤에는 바로 소설류를 뒀다. 한국, 일본, 해외소설로 구분했고, 기숙사와는 다르게 저자 이름 순으로 꽂아두었다. 저자 기준으로 정리하면 전작이나 이어 읽기가 편하다는 생각이다. 에세이, 산문집 등을 뒤이어 놓았다.

문학 다음에는 당연히 역사와 철학이 와야 하겠다. 인문학은 문사철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역시 잘난척 왕이다. 그런데 정리하고 보니 사, 철에 해당하는 책이 거의 없다. 관련한 책을 있는대로 끌어드려도 책장 한 칸을 채우지 못했다. 역시 가벼운 책을 읽어 재미만을 추구하는 인스턴트 독자...

인문 일반이 뒤를 이었고 정치, 경제, 사회는 한통속이니(?!) 한데 모아두었다. 나름 균형 맞춘 독서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과학책은 6권밖에 없다. 과학은 보통 잡지로 보기 때문에(뉴튼, 스켑틱) 수가 적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글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자기계발과 실용은 나에게 가장 후순위에 있기에 정리도 하지 않았다.

책, 읽기, 쓰기에 관한 책은 책장이 아니라 책상 위의 책꽂이에 따로 두었다. 책장 칸이 모자라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공간이다. 책과 읽기에 관한 책은 웬만하면 내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히 서평집은 계속 같이 가기로. 소설 쓰기 책은 우선 정리했으나 더이상 내 꿈이 아니므로 조만간 내칠 예정이다.

오늘 책을 정리하면서 30권 정도의 책을 내놓기로 하였가. 허세로라도 다신 안 읽을 책, 재미만 추구하는 책이다.

기숙사와 달리 책장에 꽂힌 책은 모두 읽은 책이다. 지금 책장에 꽃힌 책들은 언제든 펴서 읽어도 좋을 정도로 괜찮은 놈들이다. 물론 내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책도 많다. 책을 고르는 안목이 떨어지고 지식도 부족해 모아둔 책 질이 조금 떨어진다. 그래도 잘 정리된 책장을 보니 흐뭇하다. 모자란 나이지만 이만큼 읽었구나. 다시 읽어도 괜찮은 책을 고를 정도로.

책장 정리 후에 짬내서 읽을 책을 몇 권 뽑았다. 정말 사랑하는 만화책 <표류교실>과, 저번주에 사려고 했던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다. 쉬면서 읽겠다고 기숙사에서 가져온 책이 이미 네 권이나 있는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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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7-01-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나는 책장이네요

우민(愚民)ngs01 2017-01-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끔하게 자신만의 책 정리를 잘 하셨네요...
마음이 개운 하시겠습니다.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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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캠프에서 구호가 시작된다. 의료진은 난민의 상태를 보고 그들이 살아날 가망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구분한다. 무자비한 행동이라 비난할 수 있겠지만 한정된 자원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가망이 없는 이들에게 간호사는 그들의 아이는 너무 약하고 배급이 빠듯하니 손목밴드를 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상과 현실이 강하게 부딪혀 모순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구호현장에 장 지글러가 서 있다.

장 지글러는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우석훈은 그를 학자이면서 활동가이며 전문가라고 평한다. 학자로서 제네바 대학 교수와 제 3연구소 소장으로 역임했다. 활동가로서는 스위스 사회당원으로 일하고, 2000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했다. 국제적 기아문제를 분류하고 해석하는 시각이 뛰어나고 저작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통해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보여준다.

책은 저자의 아들 카림과 대화하는 형식을 취한다. 선진국은 먹을 것이 넘쳐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하고 음식 쓰레기를 마구 버리지만 아프리카나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의 아이들이 왜 굶어가냐고 아들이 질문하고 저자가 이에 답을 하면서 시작한다. 저자는 질답을 통해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기아 지역의 모습을 묘사한다. 그가 겪은 일화뿐만 아니라 UN에서 발표한 통계를 소개하면서 객관적인 지표를 말하기도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기아를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구분한다. 전자는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한다. 후자는 더딘 경제발전, 인프라의 미정비로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저자는 FAO와 다른 구분을 한다. 인간이 개입하느냐 하지 않느냐다.

저자가 묘사한 기아의 예시를 살펴보면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모두 인간이 관련된다. 앞에서 경제적 기아의 예시로 든 전쟁, 자기 민족을 망치는 군벌 우두머리, 나라를 지배하는 사회구조, 시카고 곡물거래소에서 거물급 곡물상이 결정하는 농산물 가격 등 인간이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하는 일들이 세계의 기아를 키운다. 저자가 세계 기아의 주범으로 꼽은 신자유주의도 이와 궤가 같다. 일부 자연재해도 안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욕심이 들었다.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아마존 삼림을 해치는 산업도 자본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토마스 상카라를 통해 희망을 보기도 했다. 이 젊은 개혁가는 나라가 자급자족을 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해도 사회정의가 이룩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통령에 취임하자 비효율적인 행정조직을 정비하고 인두세를 폐지했다. 철도사업을 진행하고 개간 가능한 토지의 국유화했다. 그는 부패가 심한 정치권, 턱없이 낮은 국내 생산량, 매년 적자를 보이는 무역수지를 타파하고 나라를 차차 개혁해나갔다. 외국세력에 의해 살해되어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저자가 언급한 기아에 의한 생명파괴에 어떻게 대처 방법의 실례이기도 하다.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원조보다는 개혁이 먼저, 인프라 정비)

일부 사람들은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한다는 엉터리 논리를 믿기도 한다. 심지어 많은 지식인이나 정치가, 국제기구 책임자들조차 이렇게 믿는다. 기아의 원인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선진국의 비겁한 변명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논리를 믿는다. 학교에서 기아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아에는 구체적인 원인이 있음에도 학생들은 모호한 이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만을 갖고 사회에 나오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뜬구름 잡는 식의 정서적 대응을 하기 일쑤다. 우리가 사회와 경제 시스템에 대해 더 공부하고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깊게 사고할 필요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7년 전에 발간된 책이지만 그동안 나아진 점이 없어 보인다. 1999년 8억 명이었던 영양실조 사람의 숫자는 2010년에 이르러 10억에 이른다. 태동하던 신자유주의는 이미 전세계에 위력을 과시하고 있고 광풍에 휩쓸려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전세계가 나서서 구호활동을 진행한 지 몇십 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세계의 기아는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을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는다. 그 소를 소비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다. 책은 기아를 없앨 방법을 명시하면서 독자에게 우리의 행동과 사고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자고 설득한다. 이런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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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1-2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전에 읽었던 책인데, 기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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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남자로서 모자라지만 조언 한 조각

페미니즘, 관련해서는 나도 남자고 잘 모르니까 말을 길게 못하겠지만, 하나만 말할게요. 세상은 변해가고 있어요. 작년의 화두는 단연 페미니즘의 득세였구요. 사회의 포커스가 왜 페미니즘으로 갔을까, 생각은 해봤나요? 과거 미국에서 흑인 차별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지금 보면 여전히 그들의 삶은 저열해요. 적어도 흑인이 느끼기에는 말이죠. 우리가 남성과 여성은 이제 동등하다고 말하지만 아직 여성의 여러 권리가 신장되지 못했다는 점이 똑같아요. 말은 평등을 이야기 하지만 안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보이죠.

솔직히, 나도 남자이기에 페미니즘에서 언급하는 말과 문장이 버거울 때가 많아요. 그럴 때 회피하지 말고 한번 더 생각해봅시다. 과격해보이는 의견도 잘 생각해보면 맞는 말일 때가 많거든요. (가끔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긴 해요. 그건 의식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은 해요) 자기 기분이 나쁘다고 무조건 피하는 건 성숙한 자세가 아니지요. 불편하더라도 머릿속에서 다루는 것, 그게 진짜 공부입니다. 나도 미숙한 면이 많지만. 공부는 무슨 공부냐 이대로 살아도 편하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살면 돼요. 단,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만 말이죠. 거기서 말하면 알아서 공감해줄텐데 뭐하러 밖에다가 말해서 욕 먹고 찡찡대나요.

책 한 권 소개합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100쪽도 안되는 적은 분량이면서도 전세계적으로 대두하는 페미니즘을 간명히 보여줘요. 거창하게 이론을 설명하지 않고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공감을 줘요. 그래요, 공감, 그거 하나면 됩니다. 공감과 긍정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약간 격하게 느껴지는 실천 운동이 보기 싫으면 먼저 이론을 접해 생각의 기초를 만들어봐요.

여자편 들어주는 책 읽으면 남자로서 쪽팔리고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다고요? 원래 그래요. 그게 변화고, 진보입니다. 지금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개념을 접하려는 노력 자체가 당신을 인간적으로 발전, 성장시켜줄 거예요.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시간이 너무 늦어 안 보겠지만, 여하튼, 세상을 보는 눈을 길렀으면 좋겠네요. 공부를 충분히 한 후 비판하는 것마저 뭐라고 할 수 없으니까, 우선 공부합시다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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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1-22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은 결국 여성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평등을 다루는 영역이라는 사실에 절감하게 됩니다..

양손잡이 2017-01-22 14:49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아직 공부가 부족하고 혼자 생각하는 능력이 모자라서 남에게 영향을 받는 부분이 많은데요, 이론을 말한 것도 꽤 괜찮은 인터넷 기사에서 언급한 거거든요 ㅠ 역시 저는 아직 많이 모자르네요... 더 공부하겠습니다. 덧글 감사합니다. :)

cyrus 2017-01-22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의 말씀을 살짝 빌리자면, 남성이 페미니즘을 여성을 다루는 학문으로 생각해서 접근하면, 아무리 여성차별을 인정해도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소극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이러면 전혀 도움 되지 않습니다. 단순한 공감에 그칠 뿐입니다. 왜 세상이 페미니즘을 주목하는지, 그리고 왜 공부해야하는지 기초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합니다.

양손잡이 2017-01-22 14:52   좋아요 1 | URL
위에 언급했듯이 공부가 일천하여 많이 부족합니다. 써주신 덧글처럼 생각해본 적은 없네요... 공감부터 시작이라는데 실천과는 다른 영역이었군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cyrus 2017-01-22 14:56   좋아요 1 | URL
저도 한창 공부해야 합니다. 간혹 하면 안 될 말을 꺼내서 여성이 기분 나빠할 수 있고, 여성차별 관련 문제를 바라볼 때 남성중심주의 시각에 갇혀서 문제의 본질을 못 보기도 합니다. ^^;;
 

이번주 일요일에 떠나는 제주도 힐링 여행에 어떤 책을 가져가야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 어제는 문학, 과학, 철학, 사회, 인문... 분야를 나눠서 골랐는데, 막상 어떤 책을 주문할지 고민하니 이 고민이 무한루프에 빠진다.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책도 읽고 싶어. 사놓은 책을 읽어야 하는데 인터넷 서점에는 왜 이리 재밌어 보이는 책이 많은지. 이 책을 사면 뭔가 문학인처럼 보이지 않을까. 지식인인 척 하려면 저 책 정도는 사야 하지 않을까. 들고다니면서 자랑하고 인스타그램에 나 이런 책 읽는 멋지고 똑똑한 사람이오, 라고 자랑해야지, 하는 허세만 가득한 독서. 이런 태도가 벌써 7년째다. 겸손이 아니라, 이건 진심이다.


책읽기 방법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 고민해본다. 다독이 아니라 정독으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싫어했던 이유가, 세상에는 수많은 읽기 방법이 있는데 그의 방법만이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온전한 방법이라고 설파하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한권을 읽더라도 끊임없이 사색하면서 읽어라. 진짜 의미를 알기 위해 끝없이 파고들어라. 초등학교 때부터 즐기는 독서로 해온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독서법이다. 이 세상에 재미난 책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포기하고 책 한권에만 머무른단 말인가?


그런데 남는 게 없네. 그저 읽기만 하는 지금의 독서로는 몸과 마음과 머리에 체득되는 지식이 없다. 지금은 그저 읽어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가끔 멋들어져보이는 글귀에 포스트잇을 붙히지만 그걸로 끝이다. 책을 덮고 표시해둔 부분을 다시 펼치면 그것끼리 아무 공통점이 없다. 그 문장들이 한데 모여 서로 상응하고 영감을 줘야 하는데,  애초에 읽는 사람이 아무 생각이 없으니 도리가 없다. 내게 책은 단순히 시간을 떼우는 도구에 불과하다. 불과했다, 가 아닌 이유는 일기를 쓰기 직전까지 손에 들었던 책마저도 위와 똑같은 생각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독을 통해서도 충분히 책이 주는 감정에 감응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 속독가들은 다들 의미가 없어진다. 허나 속독은 그들의 능력이고 무기인 것 같다. 빠르게 읽는다 해도 책이 주는 반짝이는 지점을 잘 캐치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훌륭한 능력을 지닌 것이다.

텍스트를 빠르게 소화시지 못하는 능력도 없어,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꾸역꾸역 뒤로 넘어가기만 바빠, 책 읽기가 과제인 마냥 마지막 장을 얼른 닿고 싶어 조바심만 내, 이게 지금의 내 모습이다. 주변 사람에게 책을 많이 읽는다, 1년에 몇 권씩 읽는다, 말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까지 내 독서는 아무 효용가치가 없었으니까. 독서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고 무가치한 독서를 지향하는 게 목표였는데 나름 지식의 틀을 갖춰야 소용이 있는가도 싶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에서 소개한 문사철 독서법을 읽고 다독이 무서워졌는지도 모르겠다. 문학을 읽으면 배경이 되는 역사(또는 작가의 연대기나 평전), 그 시절의 철학을 같이 읽는 게 문사철 독서법의 요지다. 내가 여태까지 읽은 대부분의 책은 앞뒤로 읽은 그것과 관련이 없었다. 지금의 사회를 비판하는 사회학 서적을 읽다가 뜬금없이 25세기의 우주활극을 읽고, 19세기 프랑스로 갔다가 고대 아테네의 광장으로 향했다. 앞뒤로 전혀 맥락없는 독서를 하니 책을 아무리 읽어봐야 세상이 세상이 전혀 넓어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문사철 독서법이란 개념을 접했으니 글자를 읽기 시작한 유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는 과연 진짜 읽기를 한 것인가 의심이 들었다. 이런 것이 진짜 다독이라면 나는 다독을 할 짬이 되지 않는다. 진실을 깨닫고 나니 드는 생각은 하나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천천히 깊게 읽으면 되잖아?


오늘부터는 책 읽기 속도를 조금 줄여보려 한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어폐가 있다. 이해하지 못하고 글씨를 훑는 읽기에서 글씨 한 자 한 자를 탐독하는 읽기로 바꿔야겠다. 300권 가까이 쌓인 책의 탑을, 헤쳐나가야 할 숙제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지낼 친구로 생각하면서.



결국 오늘의 일기도 끝은 허망하게 끝난다. 고민은 많고 자책도 많다. 그리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항상, 진리는 단순한 법이다.


그리고 결론은? 알라딘 장바구니에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담았다. 2013년 1월에 읽었으니 정확히 4년만이다. 그러고보니 공부한다고 해놓고 신나게 자기계발서를 사고, 독후감 쓰기 연습한다고 독서와 서평에 관한 책을 사고, 이제 독서 방법을 바꾼다고 그에 관한 책을 산다. 실제로 하지도 않으면서 하는 척하려고 티내는 이런 모습부터 버려야 하는데 잘 안된다. 천성이 게으름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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