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왜 이 책을 읽었는지부터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다.

오픈AI에서 챗지피티를 대중에게 처음 공개했을 때 관심이 꽤 많아서, 나름 열심히 사용해 왔다. 프롬프트를 공부하고, LLM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챗지피티를 이용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퍼플렉시티로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일들. 스스로 중간 정도는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기술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빨라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다. 결국 나의 AI 서비스 활용은 간단한 검색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는 상황에서 AI로 무언가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기술적인 공부를 더 해야 할지 아니면 단순한 사용자로서 조금씩 따라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인공지능의 기본부터 각종 도구의 선택, 조합과 실전 활용까지 안내해 준다는 <AI 리터러시>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2024년 12월에 초판이 나왔고 2026년 4월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책에 소개된 서비스와 기능들은 2026년 3월 기준으로 정리되어 있어 매우 최신 정보들을 담고 있다. 특히 2025년 중순부터 유행하던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최신 AI 기술 발전의 흐름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다.

보통 AI 관련 서적들은 AI의 역사부터 시작해 기술이 어디에 쓰이는지, 현재 기능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쭉 훑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1장은 AI 리터러시의 정의와 사회 변화를 다룬다. AI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AI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와 장단점과 윤리적인 문제를 언급한다. 이 부분이 꽤나 신선했다.

2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과정, 머신러닝, 딥러닝, LLM에 대한 기초 정보, AI 에이전트, 피지컬 AI, AGI 등 최신 동향을 다룬다.

3장과 4장은 각종 서비스를 활용해보는 부분이다. 3장은 실생활 - 검색,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생성을 다루고, 4장은 업무적 활용 - 보고서 작성, 홍보 콘텐츠 제작, 바이브 코딩을 통한 웹사이트 제작 등 실무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최신 기술까지 모두 상세히 기술했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인공지능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기술이 어떻게 발전했고, 또 그 맥락 안에서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등을 한 번씩 곱씹게 만든다.

가장 눈에 띄던 것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AI 기술들 , 예를 들면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 워치의 건강 모니터링, 자율주행을 이야기하며 이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어떤 부분을 윤리적으로 고민해야 할지 같이 논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부분에서, 기술적 원리를 소개하면서 AI의 의사 결정 과정을 이해시키고, AI의 판단이 항상 완벽하지 않음을 환기시킨다. 단순히 기술을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뒤따라오는 명과 암을 모두 같이 제시함으로써 AI를 읽는 다양한 시야를 제공한다.

그 부분 외에도 이 책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4장이다. 보고서 작성이나 홍보 콘텐츠 제작 같은 것을 간단히 몇 장으로 끝내지 않고, 각 업무를 우리가 실제로 일을 하듯이 여러 단계로 쪼갠 다음 각 단계별로 어떤 툴로 어떤 방법으로 실행하면 좋을지 같이 제시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 같은 경우, 보고서 작성의 워크플로우를 기획, 조사, 집필, 팩트체크 및 교정, 시각화 총 5단계로 나누고 각 다섯 과정마다 좀 더 이 과정에 특화된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제시함으로써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을 실전에 적용할 수 있게 풀어쓴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바이브 코딩으로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부분에서, 다른 AI 서비스 관련 책들과 다르게 구글 오팔이라든가 러버블을 사용하는 법까지 안내해줘서 꽤나 신선했다. 이런 책들은 사실 러버블까지 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참, 라이너도 소개한다.

이 책은 AI 서비스를 하드하게 사용하는 사람보다는 AI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알고 싶거나, 나같이 발전의 속도에 지쳐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뒤처진 느낌을 받는 이에게 다시 시작할 힘을 준다.

AI 서비스를 이용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단순히 이용자의 입장일 뿐이다. 앞으로 AI 콘텐츠가 더 많이 생성되고 각종 관련 뉴스와 소식을 접하게 될 때, 이를 단순한 기술적 발전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할테다. 그 지점에서 <AI 리터리시>는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게 함으로써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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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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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노숙견 이시봉이 고양이를 구하는 동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시작된다. 앙시앙 하우스에서 이시봉을 찾아온다. 꼬질꼬질하고 더러운 이시봉이 사실은 고급 혈통을 자랑하는 비숑 프리제였다! 시습은 이시봉을 앙시앙 하우스에 입양시키라는 요청을 받고 큰 고민에 빠진다. 시습과 주변인들 모두 마음이 흔들리는 가운데, 비숑 프리제의 찬란하면서도 비극적인 역사가 펼쳐진다.

이야기꾼 이기호의 소설답게 500쪽이 넘는 책이 후루룩 읽혔다. 읽는 재미는 엄청난데, 결말이 상당히 아쉽다. 초반에 흥미롭게 벌려 놓은 사건과 설정이 명쾌하게 회수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책을 다 읽고 든 생각. 개가 무슨 죄가 있겠니, 다 사람이 문제지. 이시봉은 의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도, 혈통과 돈에 미쳐 그를 뒤쫓는 사람들의 온갖 군상도 모두 사람이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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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일하는 삶의 경제학
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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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도파민 뿜뿜 소설에 빠져 지내다가, 오랜만에 사회과학 서적을 꺼내들었다. 책걸상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제목부터가 현재의 대한민국 나아가 전세계에 묵직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워낙 호평을 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었다. 책은 실업과 고용이라는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노오력이나 정치의 숫자놀음이 아닌 복잡한 사회적 함의를 지닌 거대산 담론임을 깨닫게 해준다.

2.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100% 반영하지 못하고 얼마나 왜곡하는지 지적하며 시작한다. 임금, 노동 시간, 기술 발전, 이주 노동 등 일자리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폭넓게 다룬다. 저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일할 의지나 육아 휴직 등의 여러 변수가 고용 지표를 어떻게 모호하게 만드는지 설명한다. 또한 높은 임금과 최저 임금이 오히려 생산성과 시장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하려고 한다. 나아가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일자리 감소가 주로 비숙련직에 집중되는 현상과 이주 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편견에 반박한다.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헌법적인 노동 권리 보장과 올바른 재정 정책 같은 사회적, 공적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3.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임금과 생산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부분. 흔히 기업은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주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때 노동자가 느끼는 ‘배신감‘이 근본적으로 생산성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이익에 비해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직원의 성토가 있던 당시, 언더마이닝 효과(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심리학 이론보상)를 사내 게시판에 게시했다가 직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삭제했던 해프닝이 있었다. 책의 주장처럼,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따르지 않을 때 노동자는 기업에 대한 애착을 잃고, 이는 결국 기업의 손해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경영진들은 그저 숫자에 매몰되어 간과하곤 한다. 높은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통념 역시, 봉급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는 저자의 분석이 날카로웠다.

4. 이외에도 많은 부분을 배웠다. 러다이트 운동이, 기계가 일자리를 뺏는다고 단순한 기계 파괴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이것이 실업에 대한 제도적, 정치적 해결책이 부재하자 노종자가 선택한 최후의 수단이었음을 설명한다. 또한, 이주 노종자가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오해와 달리, 그들이 기피 업종을 선택함으로써 산업의 지탱하고 기반을 다져준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특히 이주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해당 산업 전체의 임금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런 차별이 결국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음을 경고한다.

5. 다만 책의 결론인 9장은 다소 아쉽다. 앞선 장들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분석과 현실적인 통찰에 비해, 9장은 일할 권리 보장이나 올바른 재정 정책 같은 다소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방법 제시에 그친 감이 있다. 너무 바른 말만 나열하다보니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이상을 끈질기게 추구해야만 팍팍한 현실의 노동 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는 일자리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고, 노동 시장의 구조적, 현실적 문제를 직면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길잡이라 할 수 있겠다. YG의 코멘트처럼, 일자리 정책 담당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동 가치를 고민하고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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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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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5년 봄, 한번 입소문을 타고는 유행이 들불처럼 번졌던 <혼모노>. 5월에 전자책으로 사놓고는 읽기 못했는데, 유행하고 유명해서 청개구리 심보로 안읽은 게 아니라, 그냥 사놓은 책은 안 읽게 되는, 책 맥시멀리스트라면 응당 느낄 감정 때문에 쉽게 책을 펴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고 연말이 되어서야 읽게 된 책은,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처럼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는, 소위 잘 읽히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2. 이 소설집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을 집어보자면... 겉과 속이 다른 세상, 즉 표리부동함 속에서 우리가 믿어왔던 가치들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것일테다. 작가는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진짜(혼모노)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규정하는 수많은 경계들이 얼마나 모호한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3. ‘스무드‘와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가 이런 모순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스무드‘의 화자는 겉으로는 매끄러운 구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예술 작품처럼, 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모순된 상황에 던져진다. 극우 집회에 참여하여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드는 노인들은 사회 통념상 부적적인 대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곤경에 처한 화자에게 가장 따뜻한 호의를 베푸는 개인으로 다가온다. 집단으로서의 광기와 개인으로서의 선량함이 공존하는 이 장면은, 나는 타인을 어떤 잣대로 재단해왔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물론 따뜻한 개인이 모여서 광기의 집단이 된다고도 볼 수 있고. 
‘길티 클럽‘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사랑하고 지지하는 대상이 도덕적 결함을 드러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그를 옹호하거나 비난할 수 있는가? 작가는 맹목적인 지지와 방관, 그리고 합리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4. 이러한 질문은 ‘구의 집‘과 ‘우호적 감정‘으로 이어진다. 고문을 자행하는 권력자를 위해 설계된 건축물은 과연 인간을 위한 예술이라 불릴 수 있는가. 자본의 논리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진정으로 좋은 방법인가. 소설은 돈과 법, 그리고 기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좋음과 올바름의 정의가 어떻게 왜곡되는지 파해친다.

5. 물론 모든 단편이 모두 와닿지는 않는다. 표제작인 ‘혼모노‘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작품인 ‘메탈‘은 전형적인 청춘 소설의 문법을 답습하여 앞선 작품들이 주었던 날선 시선에 비해 다소 평이하고 진부한 인상을 준다.

6.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가운데 <혼모노>는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었다. 소설 속 인물이 겪는 모순과 그들이 마주한 딜레마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매우 어려운 숙제와도 같았다. 나는 과연 어떤 시선으로 혼돈이 가득한 이 세상을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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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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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잘 오지 않는 밤에 읽기 시작했다. 2017년에 출간된 리커버판은 사두기만 하고 읽기 않았는데, 증보판이 나왔다길래 큰 맘 먹고 읽었다. 2009년에 초판이 나온 책인데, 개정판이 나오며 문장을 다듬었다고 하나 15년이 지난 지금에는 책이 말하는 이야기들이 이미 다른 창구를 통해서 익숙했다. 내용 자체는 아주 새롭게 다가오진 않지만 지식인 유시민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특유의 느낌이 좋았달까.

책은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몰입도가 더 높다. 유한계급론, 진보와 빈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역사란 무엇인가까지. 이 책들이 현대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더 많았다.

다만, 이번 특별증보판에 새롭게 추가된 자유론 파트는 많이 아쉽다. 고전 자체에 대한 이야기나 저자의 깊은 감상보다는, 책 내용의 단순 요약이 많았고 전 정권을 비판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정권 비판을 위해서 이번 특별증보판을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전 판본을 가진 독자라면 굳이 특별증보판을 구매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자유론 부분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될듯.

책을 덮으며 든 마지막 생각은 역시 역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문학이든 사회학이든, 혹은 경제학이든 그 본질을 꿰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는 별개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식의 역사적 흐름과 맥락을 짚어내는 그의 시각만큼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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