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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 각자의 현실 너머, 서로를 잇는 정치를 향하여
권성민 지음 / 돌고래 / 2025년 6월
평점 :
작년에 꽤 화제가 되었던 예능 프로그램 ‘더 커뮤니티‘. 이 프로그램의 피디인 저자가 전공을 살려 사회학 서적을 썼다. ‘더 커뮤티니‘를 보진 않았지만, 커뮤니티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봐왔기 때문에, 대략 어떤 흐름인지는 알고 있다. 프로그램의 비하인드를 다룰 거라 예상했는데, 그 비중은 적다. 오늘날의 사회가 왜 극단과 혐오, 서로의 배제의 흐름에 놓여 있는지 사회학적 개념으로 풀어쓴다.
저자는 사회를 바라보는 네 가지 축 - 정치, 계급, 젠더, 개방성 - 을 제시한다. 예능을 시청함에 앞서 시청자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태도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테스트해보는 ‘사상검증 테스트‘의 네 축이기도 하다. 단순히 말하면 MBTI식 분류이지만, 저자는 이에 ‘스펙트럼‘을 말한다. 좌파-우파, 서민-부자 등의 단순한 이분법보다는,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위치함을 뜻한다. 또한 각각의 성향이 혼합되어 부자이지만 좌파이고, 페미니스트이지만 보수적인, 여러 경향이 혼합되어 어딘가에 위치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네 개의 축 중에는 젠더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데, 그만큼 요즘 사회에서 민감하고 첨예하게 갈라진 주제이다. 정치, 계급, 젠더는 양극단을 제외하면 정규분포도를 그리는 반면, 젠더는 이상하리만치 양극단의 목소리만이 들린다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다소 진보적인 태도를 가졌는데, 그래도 양쪽의 상반된 주장과 이야기를 최대한 공정하게 다루려는 노력한다.
또한 ‘개방성‘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기존 규범을 얼마나 중시하느냐, 새로운 규범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의 차이가 결국 소수자와 타인을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진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었다. 더 나아가 ‘무지의 장막‘과 같은 사고 실험을 인용하면서,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불완전하더라도 대화와 교류를 통한 점진적 개선임을 강조한다.
책의 장점은 사회과학의 여러 주제를 대중적이고 간결한 언어로 정리해냈다는 데 있다. 사회과학 입문자에게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고, 이미 사회과학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지금의 사회 현상을 되짚어보는 개괄서 역할을 한다. 다만 주제의 폭이 넓은 만큼 각각의 주제를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저자가 말하는 최저점이 단단히 보장된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선함이 유지될 수 있는 공동체의 비전은 이상적이지만 동시에 꼭 필요한 목표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