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 관계 -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심리의 첫걸음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외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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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2강으로 이뤄졌다. 12강 12색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 이러한 일들이 모두 완벽하게 마무리될 수 없다. 문제가 일어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일들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소통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는 소통의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생활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 답을 제시한다.  시대는 변화를 맞고 있지만 전혀 안테나를 세우지 않고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세상이 바뀌고 사회도 변했다. 끊임없이 창의성과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각자의 요구도 다양해졌다. 비즈니스의 성격이나 성공을 위한 요구 조건도 바뀔 수밖에 없다.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은 의의로 단순하다.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그룹 내에서 나와 달라 보이는 사람을 찾아라. 그리고 그에게서 답을 찾아보라. 물론 그러려면, '다름'과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103쪽


사회생활의 곤란함은 인간관계의 불편함에서 비롯된다. 타인에게서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사람은 원인을 밖에서 찾지만 답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문학은 결국 타인의 생활을 들여다보기 전에 나의 상태를 보자는 것이 아닌가. 나의 심리적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알아보고 각자가 삶의 행복을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제시한다. 나에게 맞는 답은 무엇인가 하나하나 퍼즐 조각 맞추는 기분이다.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개인지향형 사회구조가 퍼지고 있다. 멈출 수 없는 추세다. 이에 따라 산업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1인가구, 개인과 사회, 소확행 등 3파트 12강으로 구성된 가운데 건강, 뇌, 인간심리,  노동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의 성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니. 맥빠진 퇴근길에 희망을 던져줄 메시지를 차분히 접해보자.


"거리에 즐비한 상점들 안에 있는 어떤 대상이 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지점을 들여다보면, 나의 감각이 깨어나고 나의 무의식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게 된다. 그 취향으로 우리의 이상이 드러나고 새로운 사회의 이상이 형성된다. 취향은 각자의 분야에서 혁신의 언동력이 될 수도, 평준화된 시장적 취향에 대한 저항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에 의한 문화의 평준화는 무취향을 만들며, 결국 사치를 조장한다. 무취향적 사치는 바로 본능적 충동에 다름 아니다."-348쪽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물으면 물을수록 내 삶의 목표는 좀더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내가 좀 더 잘해보려고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에 대한 질문을 해야 나는 좀 더 강해질 수 있다. 인문학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내 안에 기질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남과 다른 나를 부족하다 생각하지 않으며 내 안의 장점을 찾아 확대시켜나는 일이다. 


"요리가 되었든, 글쓰기가 되었든, 예술이 되었든, 창의적인 생산이 가능하려면 과거의 어떤 요소가 현실로 올라와야 한다. 잠재된 과거로 추억을 되짚어 들어가 거기 있는 수많은 다면체 가운데 내가 필요로 하는 특정한 면을 끌고 나와서 현실과 조우하게 만드는 것이 창조의 힘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잠재력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변화가 가능하며 또 스스로의 역량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해 무심하다."-337쪽


퇴근길 인문학 수업-관계는 그러한 지점에서 인생길의 새로운 길을 이야기한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짚어봄으로해서 현재 부딪히고 있는 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책 가운데 자녀의 일탈 행위에 대한 해석은 인상적이다. 부모의 대화 단절을 느낀 자녀가 일탈행위를 통해 부모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일탈행위가 해결책임을 느낀다는 것이다. 부모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녀의 일탈을 탓하기 전에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지적하고 비난하기에 앞서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 일을 거꾸로 처리하지 말고.


잘 사는 길은 지금의 관계가 어떠한 가를 늘 돌아보고 점검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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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 일상의 신호가 알려주는 격변의 세계 경제 항해법
피파 맘그렌 지음, 조성숙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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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전문가 피하 맘그렌의 시그널은 아직 데이터로 처리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다양한 신호를 담았다. 새로운 경제 건설을 위한 경쟁 속에서 신호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면 한 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다. 어떻게 신호를 읽어낼 수 있을까. 보이는 신호와 보이지 않는 신호를 읽어내려면 다양한 해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 <시그널>은 그에 관한 책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드러나고 있는 신호를 한 번 생각해보자. 무엇이 있는가. 경제에 대해서는 매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의 경제는 그렇게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 좀 더 깊이 들어가서 볼 일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정말 다행히도 두려움과 고통, 손실이 혁신의 훌륭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보인다. 사람들은 이미 내일의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389쪽 중


우리의 선택과 관점은 미래 사회의 경쟁력이다. 신호를 읽어내는 사람이 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 책 11장에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시도를 위해 일어나고 있는 분야를 살펴보며 그 신호를 잡아낸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한 번 그 안으로 들어가 보자.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읽어내는 것은 마케터로서 중요한 능력이다. 이 능력은 다른 이들에게도 필요하다.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구입하고 착용하는 모든 제품을 살펴봐야 하다. 경기의 흐름이 어떠한지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을 잡는 사람이 능력자다. 저자는 거기에 자신만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신호가 일어나는 네 이 가운데 진짜 신호가 뭔지를 골라내는 것도 능력이다. 신호 해석의 실패는 기업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진로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러한 발표에 한국은행도 금리에 관한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세계 경쟁의 흐름을 바꾸는 정책 출발점을 주시해야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데 이 지점을 놓지 면 경제적 손실은 물론 다음 단계 진입을 꼬이게 만들 수 있다.


돈은 미디어다.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인간 사회의 구조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러한 돈은 경제를 이루고 경제는 세계를 움직이는 강력한 무기다. 이 무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지구 인간 운명이 달라지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 그들이 만들어내는 경제 보고서가 비즈니스의 운명을 또한 좌우하나.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갖고 어떤 신호가 일어났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를 살펴본다. 이렇게 다양한 신호의 기록은 저자의 연구 폭이 대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례를 갖고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나라와 그 정책기관들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미래를 예측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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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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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사람의 행동은 태어난 환경과 자신의 성격, 시대적 배경과 또래집단에 의해 행동양식을 접하고 학습한다. 우리는 말을 하면서, '사람은 말이야',  '남자는 말이야', '여자는 말이야...'을 시작으로 말을 꺼내고 때로 듣는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정한 방식과 경험에 의한 학습으로 어떤 집단이나 혹은 단어 정의를 내리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많은 대상 중에 세상의 절반이라고 일컬어지는 '남자' 혹은 '남성'이라는 존재는 지구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렇게 보면 놀랍게도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때로는 여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강한 남성으로 살아야?


남자로서의 나의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머니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근처에 가지도 못하게 했다. 어머니는 남녀 간 질서를 지켜야 하는 전통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한 경험들이 자식들의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지금은 이전과 같이 그렇게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 따로 구분하고 사는 시대는 아니다. 






"맨 박스는 남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명령을 내린다. 뿐만아니라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맨 박스는 남자다움의 행동 강령에 맞춰 행동하는 이들을 추켜세우는 반면, 기준에 미달하는 행동을 한 이들을 가차 없이 처벌한다. 남성들만의 이런 강령은 할아버지 세대에서 아버지 세대로 그리고 오늘날 남성들에게로 전해 내려왔다. 선한 의도를 가진 대다수 남성들이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고쳐 나가려면 맨 박스가 담고 있는 사회적 규범을 하나하나 해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48쪽


<맨 박스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은 남성으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제대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살아오면서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당연한 것은 없는데도 마치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처럼 남성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여성들에게 무례하게 행했던 일들이 없는가.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 남성들의 잘못된 석 개념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왔는가. 


남자다움이라는 말에 갇혀 거칠게 행동하며 살지 않았는가. 말로 인격적 살인을 하고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자다움이라는 의식 속에서 여성을 제압하는 불법적이고 불량한 삶을 살지 않았는가. 


"나는 이 책이 남성들에게 남성성의 사회화를 더욱 잘 이해하고 검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선량한 남성들조차  자기도 모르게 여성 폭력을 조장하는 사회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그런 문화가 마치 표준인 양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남자가 가진 장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26쪽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로 활약 중인 토티 포터의 <맨 박스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은 우리의 성에 대한 역할과 개념을 다시 짚어볼 것을 재촉한다. 저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솔직한 고백은 남자다움의 의미 속에 갇힌 남자들이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하고 살아왔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모두 9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본문을 통해 남자다움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러한 행동을 한 남자들의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문제가 있는 것들이 더 많이 발견되고 그러한 문제들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괜찮다고 생각하며 행동했던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상처를 주는 일이라면 계속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그러한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자고로, 남자는 말이야..."


남자다움이라늠 말에 갇혀 살지 말고 밖으로 나와 보다 넓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남자다움을 앞세우기 전에 우리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삶을 살아야 할 일이다. 바른 인간으로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좀 더 고민하고 살아갈 일이다. 책 속에서 제시하는 저자 토니 포터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남자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얼마나 많은 폭력이 행해졌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러한 잘못된 행동들이 마치 통과의례처럼 이루어졌던 지난날들을 끊어내는 것은 결국 '남자다움'을 해체하는 일이다. 


"우리가 이 세대에서 진정한 성 평등을 이루고자 한다면 남성들이 맨 박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성을 존중하는 방법과 더불어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145쪽


남자들의 행동과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어떤 문제를 불러왔는가를 매 챕터에서 다양한 인터뷰와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이해시킨다. 맨 박스에 갇혀 '나약한 남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강요 속에서 남자들이 행한 일들이 무엇인가. 저자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고 내 가정의 문제고 내 자식들의 이야기가 된다면 어떻겠는가 하는 마음을 가져보길 권한다. 그러면 문제를 좀 더 들여다보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마음속에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자각 능력을 키우다 보면 자신이 여성들의 말을 무시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른 남성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식조차 하지 못할 때 자각 능력이 있는 남성들은 최소한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자각 능력을 키운 후엔 자신이 언제 맨 박스 안에 갇혀 행동하며 언제 맨 박스 밖으로 벗어나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184쪽


맨 박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남성의 길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이루어진다면 폭력을 행하는 남성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것을 못 본 척 눈감아주는 시대는 끝이 나야 한다. 지금까지 그러한 묵시적 행동들이 일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때다.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산다면 변화는 것이 없다. 여성들이 문제를 키워왔다고 생각하는 한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진정한 남성은 맨 박스에서 벗어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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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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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출신 시인이 써 낸 사진 산문집에 호기심이 인다. 공대생이라고 해서 시를 못 쓰고 사진을 못 찍는 일이 아니다. 기존 시인들이나 작가들이 넓게 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 작가 이훤은 우리가 접하는 사물을 좀 더 깊게 가까이 들여다본다. 전체를 봄으로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일부를 보고도 전체를 볼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가 밝혔듯 하나라도 골똘히 들여다봐주길 요청한다. 그의 기쁨이다. 겉만 보고도 다 안다는 듯 말을 한다. 답은 그 안에 더 깊이 들어가야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천천히 읽고 더 깊게 바라보면 마음에서 뭔가 일렁이는 느낌을 받는다. 



매일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이 작가의 프레임에서 다르게 해석된다. 내가 본 것들과 다르지 않지만 깊이가 다른 시각은 생각의 차이를 만들고 삶의 깊이를 다르게 가져간다. 몸이 거하는 집 안 사물들에 집중하고 그것을 통해서 내 몸을 발견하는 일로 삶의 안식을 찾는다. 단어는 반복되고 문장은 서로 물고 넘어간다.



 문장은 리듬을 얻어 가다 다시 깨지며 자리를 찾아 앉는다. 세밀한 관찰 속에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 대상을 통해 일상을 돌아본다. 



갈라져 있다 너무 많이 갈라져 있다 흩어져 있다 너무 많이 흩어져 있다


흩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일 수 있다 모일 수 없어서 모일 수 있다


저마다의 생활로 퇴장하고 있다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다 마치지 못한


일들이 모여 우리를 메우고 있다


메우자마자 다시 만나기 위해 갈라지고 있다


-본문 65쪽 중



안과 밖 겉과 속 내면과 외면 인간과 사물 자연과 인공을 오가며 말을 걸어 뽑아내는 문장은 간결하지만 복잡하고 복잡하지만 음악처럼 마음을 흐른다. 안인지 밖인지를 구분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 사는 세상인데 그가 있는 곳은 또 다른 곳인가. 같은 곳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내놓은 문장은 서로를 타고 넘는다. 



한 공간에 존재하는 면들



하나의 수직을 성취하고 있는 사물들



몸을 세우거나


접어서, 


열거나 그리고 닫아서, 포기 않는, 면이라는 태도를 관찰한다.



반복되는 태도가 구축하는 신념을 생각한다. 


벽으로 


창으로 문으로


틈으로 구석으로 가장자리로


어깨로 이름으로


어귀로



존재하는 것들



멈춘다. 그리고 다시 움직인다.



응시하고 


닫고


입장하게 하는 것들 사이에서



찍다 말고 그들처럼 한 자리에 서 있거나 열려 있기도 한다



-본문 262쪽 <면>에서 일부 발췌



이처럼 그는 반복되는 자연의 패턴과 인간이 만든 인공구조물의 틈과 면에서 사람을 찾고 마음을 찾고 묻는다. 잠 못 들고 힘든 밤에나 잠들고 싶은 밤에나 답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 인생 같은 날일 때 다른 생각을 물리치게 하는 문장들이다. 



멀리 보는 게 낫다 싶은 인생살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 들여다보고도 느끼지 못한 나의 무딤을 돌아보게 하는 이훤 작가의 사진 산문집. 기존과 다른 편집과 문장 흐름이 인생 호흡을 빠르게 느리게 올려놓았다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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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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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생 제주 출신의 시인이 만든 삶의 문장을 통해 다른 세대 속의 삶의 태도를 들여다본다. 같은 시대를 살지만 다른 공간과 문화 속에 사는 시인의 삶을 통해 내 삶의 모습을 돌아본다. 외롭고 쓸쓸한 삶, 이별과 만남 사이를 오고 가는 시인의 하루가 던지는 메시지는 독특하다. 문장을 만드는 데 주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삶의 에피소드는 문장을 만드는 힘이 된다. 나는 안전하게 살려고 해서 그런지 그런 에피소드가 없다. 문장을 만들어낼 만한 에피소드가 부럽다. 때로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녀가 만나 가정 공동체만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사회 말이다. 내 꿈은 여자친구들과 모여 숲에서 사는 것이다. "?


새로운 생각은 다른 세대의 삶을 통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 다른 공간 다른 세대의 이야기는 생소하기도 하고 동의하기도 때로 어렵다. 다른 세상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기분이다. 정신과를 찾아간 일도 있고 우울증도 겪으며 아픈 시절을 통과하기도 했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그만큼 겪으며 시를 만들고 산문을 만들었다. ?


"왜 사람들이 웃을 때 나는 웃지 못할까? 생각해보면, 세상이 웃는 방식으로 내가 웃었다면, 애초에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미소 짓지 않는 방식으로 내가 미소 지었으므로 시를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슬픈 이야기다."


문장 좋다. 다른 방식으로 산다. 남들이 사는 방식으로 살면 시를 쓸 수 없다고 말한다. 뭔가를 만들려고 애쓰지 말고 삶의 리듬을 타고 때로는 리듬을 깨면서 오는 바람을 따라 사는 맛은 어떨까. ?


"인생에서 가장 크고 다급한 문제는 시간이 남아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남아돌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범한 길을 걷다가 발을 삐고, 골목의 자판기가 고장 나며, 기르던 개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을뿐더러,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운 좋게 키스를 받기도 하지만, 다음 날 발가락이 부러지는 식으로 인생이 흘러가는 것이다."


저자는 이별과 사랑의 에피소드 속에서 독서 경험을 소개한다. 사랑의 기쁨과 슬픔, 이별의 아픔과 고통을 통해 작가는 더 성숙한 문장을 만든다. 잘 사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없앨 게 무엇인지 살펴보자. 단조로운 삶을 자극한다. 


"아침부터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아주 좋다. 내가 하는 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좋다. 진심과 실제로 하고자 하는 말은 형체를 얻지 못한 채 강지 속에서 꾸물거리기만 한다.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치의 훼손도 오해도 없다. 입을 다물었을 때의 포만감. 나는 안전하다."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면서도 다시 긍정의 창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부러운 일이다. 잘못 처방받은 약 이야기나 집 판 이야기가 그렇다. 좋은 인연을 맺고 사는 게 사람의 일이 되어야 할 텐데 이별은 그 인연 사이에서 언제나 맴돈다. 밍밍한 삶을 돌아보며 다양한 삶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문장이 더운 봄날을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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