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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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출신 시인이 써 낸 사진 산문집에 호기심이 인다. 공대생이라고 해서 시를 못 쓰고 사진을 못 찍는 일이 아니다. 기존 시인들이나 작가들이 넓게 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 작가 이훤은 우리가 접하는 사물을 좀 더 깊게 가까이 들여다본다. 전체를 봄으로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일부를 보고도 전체를 볼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가 밝혔듯 하나라도 골똘히 들여다봐주길 요청한다. 그의 기쁨이다. 겉만 보고도 다 안다는 듯 말을 한다. 답은 그 안에 더 깊이 들어가야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천천히 읽고 더 깊게 바라보면 마음에서 뭔가 일렁이는 느낌을 받는다. 



매일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이 작가의 프레임에서 다르게 해석된다. 내가 본 것들과 다르지 않지만 깊이가 다른 시각은 생각의 차이를 만들고 삶의 깊이를 다르게 가져간다. 몸이 거하는 집 안 사물들에 집중하고 그것을 통해서 내 몸을 발견하는 일로 삶의 안식을 찾는다. 단어는 반복되고 문장은 서로 물고 넘어간다.



 문장은 리듬을 얻어 가다 다시 깨지며 자리를 찾아 앉는다. 세밀한 관찰 속에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 대상을 통해 일상을 돌아본다. 



갈라져 있다 너무 많이 갈라져 있다 흩어져 있다 너무 많이 흩어져 있다


흩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일 수 있다 모일 수 없어서 모일 수 있다


저마다의 생활로 퇴장하고 있다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다 마치지 못한


일들이 모여 우리를 메우고 있다


메우자마자 다시 만나기 위해 갈라지고 있다


-본문 65쪽 중



안과 밖 겉과 속 내면과 외면 인간과 사물 자연과 인공을 오가며 말을 걸어 뽑아내는 문장은 간결하지만 복잡하고 복잡하지만 음악처럼 마음을 흐른다. 안인지 밖인지를 구분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 사는 세상인데 그가 있는 곳은 또 다른 곳인가. 같은 곳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내놓은 문장은 서로를 타고 넘는다. 



한 공간에 존재하는 면들



하나의 수직을 성취하고 있는 사물들



몸을 세우거나


접어서, 


열거나 그리고 닫아서, 포기 않는, 면이라는 태도를 관찰한다.



반복되는 태도가 구축하는 신념을 생각한다. 


벽으로 


창으로 문으로


틈으로 구석으로 가장자리로


어깨로 이름으로


어귀로



존재하는 것들



멈춘다. 그리고 다시 움직인다.



응시하고 


닫고


입장하게 하는 것들 사이에서



찍다 말고 그들처럼 한 자리에 서 있거나 열려 있기도 한다



-본문 262쪽 <면>에서 일부 발췌



이처럼 그는 반복되는 자연의 패턴과 인간이 만든 인공구조물의 틈과 면에서 사람을 찾고 마음을 찾고 묻는다. 잠 못 들고 힘든 밤에나 잠들고 싶은 밤에나 답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 인생 같은 날일 때 다른 생각을 물리치게 하는 문장들이다. 



멀리 보는 게 낫다 싶은 인생살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 들여다보고도 느끼지 못한 나의 무딤을 돌아보게 하는 이훤 작가의 사진 산문집. 기존과 다른 편집과 문장 흐름이 인생 호흡을 빠르게 느리게 올려놓았다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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