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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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생 제주 출신의 시인이 만든 삶의 문장을 통해 다른 세대 속의 삶의 태도를 들여다본다. 같은 시대를 살지만 다른 공간과 문화 속에 사는 시인의 삶을 통해 내 삶의 모습을 돌아본다. 외롭고 쓸쓸한 삶, 이별과 만남 사이를 오고 가는 시인의 하루가 던지는 메시지는 독특하다. 문장을 만드는 데 주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삶의 에피소드는 문장을 만드는 힘이 된다. 나는 안전하게 살려고 해서 그런지 그런 에피소드가 없다. 문장을 만들어낼 만한 에피소드가 부럽다. 때로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녀가 만나 가정 공동체만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사회 말이다. 내 꿈은 여자친구들과 모여 숲에서 사는 것이다. "?


새로운 생각은 다른 세대의 삶을 통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 다른 공간 다른 세대의 이야기는 생소하기도 하고 동의하기도 때로 어렵다. 다른 세상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기분이다. 정신과를 찾아간 일도 있고 우울증도 겪으며 아픈 시절을 통과하기도 했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그만큼 겪으며 시를 만들고 산문을 만들었다. ?


"왜 사람들이 웃을 때 나는 웃지 못할까? 생각해보면, 세상이 웃는 방식으로 내가 웃었다면, 애초에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미소 짓지 않는 방식으로 내가 미소 지었으므로 시를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슬픈 이야기다."


문장 좋다. 다른 방식으로 산다. 남들이 사는 방식으로 살면 시를 쓸 수 없다고 말한다. 뭔가를 만들려고 애쓰지 말고 삶의 리듬을 타고 때로는 리듬을 깨면서 오는 바람을 따라 사는 맛은 어떨까. ?


"인생에서 가장 크고 다급한 문제는 시간이 남아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남아돌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범한 길을 걷다가 발을 삐고, 골목의 자판기가 고장 나며, 기르던 개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을뿐더러, 이따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운 좋게 키스를 받기도 하지만, 다음 날 발가락이 부러지는 식으로 인생이 흘러가는 것이다."


저자는 이별과 사랑의 에피소드 속에서 독서 경험을 소개한다. 사랑의 기쁨과 슬픔, 이별의 아픔과 고통을 통해 작가는 더 성숙한 문장을 만든다. 잘 사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없앨 게 무엇인지 살펴보자. 단조로운 삶을 자극한다. 


"아침부터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아주 좋다. 내가 하는 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좋다. 진심과 실제로 하고자 하는 말은 형체를 얻지 못한 채 강지 속에서 꾸물거리기만 한다.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치의 훼손도 오해도 없다. 입을 다물었을 때의 포만감. 나는 안전하다."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면서도 다시 긍정의 창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부러운 일이다. 잘못 처방받은 약 이야기나 집 판 이야기가 그렇다. 좋은 인연을 맺고 사는 게 사람의 일이 되어야 할 텐데 이별은 그 인연 사이에서 언제나 맴돈다. 밍밍한 삶을 돌아보며 다양한 삶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문장이 더운 봄날을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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