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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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사람의 행동은 태어난 환경과 자신의 성격, 시대적 배경과 또래집단에 의해 행동양식을 접하고 학습한다. 우리는 말을 하면서, '사람은 말이야',  '남자는 말이야', '여자는 말이야...'을 시작으로 말을 꺼내고 때로 듣는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정한 방식과 경험에 의한 학습으로 어떤 집단이나 혹은 단어 정의를 내리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많은 대상 중에 세상의 절반이라고 일컬어지는 '남자' 혹은 '남성'이라는 존재는 지구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렇게 보면 놀랍게도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때로는 여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강한 남성으로 살아야?


남자로서의 나의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머니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근처에 가지도 못하게 했다. 어머니는 남녀 간 질서를 지켜야 하는 전통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한 경험들이 자식들의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지금은 이전과 같이 그렇게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 따로 구분하고 사는 시대는 아니다. 






"맨 박스는 남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명령을 내린다. 뿐만아니라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맨 박스는 남자다움의 행동 강령에 맞춰 행동하는 이들을 추켜세우는 반면, 기준에 미달하는 행동을 한 이들을 가차 없이 처벌한다. 남성들만의 이런 강령은 할아버지 세대에서 아버지 세대로 그리고 오늘날 남성들에게로 전해 내려왔다. 선한 의도를 가진 대다수 남성들이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고쳐 나가려면 맨 박스가 담고 있는 사회적 규범을 하나하나 해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48쪽


<맨 박스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은 남성으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제대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살아오면서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당연한 것은 없는데도 마치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처럼 남성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여성들에게 무례하게 행했던 일들이 없는가.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 남성들의 잘못된 석 개념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왔는가. 


남자다움이라는 말에 갇혀 거칠게 행동하며 살지 않았는가. 말로 인격적 살인을 하고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자다움이라는 의식 속에서 여성을 제압하는 불법적이고 불량한 삶을 살지 않았는가. 


"나는 이 책이 남성들에게 남성성의 사회화를 더욱 잘 이해하고 검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선량한 남성들조차  자기도 모르게 여성 폭력을 조장하는 사회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그런 문화가 마치 표준인 양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남자가 가진 장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26쪽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로 활약 중인 토티 포터의 <맨 박스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은 우리의 성에 대한 역할과 개념을 다시 짚어볼 것을 재촉한다. 저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솔직한 고백은 남자다움의 의미 속에 갇힌 남자들이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하고 살아왔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모두 9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본문을 통해 남자다움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러한 행동을 한 남자들의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문제가 있는 것들이 더 많이 발견되고 그러한 문제들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괜찮다고 생각하며 행동했던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상처를 주는 일이라면 계속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그러한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자고로, 남자는 말이야..."


남자다움이라늠 말에 갇혀 살지 말고 밖으로 나와 보다 넓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남자다움을 앞세우기 전에 우리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삶을 살아야 할 일이다. 바른 인간으로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좀 더 고민하고 살아갈 일이다. 책 속에서 제시하는 저자 토니 포터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남자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얼마나 많은 폭력이 행해졌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러한 잘못된 행동들이 마치 통과의례처럼 이루어졌던 지난날들을 끊어내는 것은 결국 '남자다움'을 해체하는 일이다. 


"우리가 이 세대에서 진정한 성 평등을 이루고자 한다면 남성들이 맨 박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성을 존중하는 방법과 더불어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145쪽


남자들의 행동과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어떤 문제를 불러왔는가를 매 챕터에서 다양한 인터뷰와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이해시킨다. 맨 박스에 갇혀 '나약한 남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강요 속에서 남자들이 행한 일들이 무엇인가. 저자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고 내 가정의 문제고 내 자식들의 이야기가 된다면 어떻겠는가 하는 마음을 가져보길 권한다. 그러면 문제를 좀 더 들여다보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마음속에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자각 능력을 키우다 보면 자신이 여성들의 말을 무시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른 남성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식조차 하지 못할 때 자각 능력이 있는 남성들은 최소한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자각 능력을 키운 후엔 자신이 언제 맨 박스 안에 갇혀 행동하며 언제 맨 박스 밖으로 벗어나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184쪽


맨 박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남성의 길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이루어진다면 폭력을 행하는 남성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것을 못 본 척 눈감아주는 시대는 끝이 나야 한다. 지금까지 그러한 묵시적 행동들이 일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때다.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산다면 변화는 것이 없다. 여성들이 문제를 키워왔다고 생각하는 한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진정한 남성은 맨 박스에서 벗어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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