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키노 > I Remember Miles! - 그 첫 번째 이야기


밝고 희망찬 순간보다 우울하고 어두운 순간들로 가득했던 2005년을 뒤로하고 어느덧 병술년 2006년의 밝은 해가 떴습니다. 2006년이라 뭐 새로운 게 있을까? 이렇게 푸념조로 한해를 시작하시는 분도 있을 줄 압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주어진 시간은 그냥 흘러가라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인생이 뭐있나'하는 자조 속에도 우린 내심 뭔가 2006년을 '의미와 가치'라는 묵직한 것으로 채워줄 수 있는 무엇을 기대하게 됩니다.

대중음악계의 2006년의 전망, 딱히 뭐라 얘기할 순 없어도 그다지 밝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이 음악적 난세에 조용필이나 서태지 혹은 비틀즈와 너바나와 같은 '영웅'의 출현을 행여 기대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과거의 단순한 재현이 아닌 이전보다 진일보한 색다른 그 무엇을 이 나라의 대중음악이 제시해주길 기대하는 실낱같은 소망입니다. 그러기에 결국 우리는 과거에 명멸한 음악 영웅들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과거 역사의 필연적인 반복이니까요.

저는 2006년을 맞이하면서 바로 이 사람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바로 쿨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입니다. 올해 2006년은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탄생 8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재즈계는 이 명멸한 트럼펫 주자에 관한 여러 추모행사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럼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네요. “왜 21세기가 시작된 지 한참지난 지금까지도 마일스 데이비스인가?” 구체적으로 들어가 물어본다면 과연 내가 듣고 있는 가요 한곡, 팝 하나, 재즈 앨범 하나와 마일스 데이비스는 어떤 관계가 있는건가요? 그가 죽은 지 어느덧 1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마일스의 65년 인생동안 남긴 음악적 유산은 분명 이 난국의 대중 음악계에 뭔가 시사해 주고 있다는 겁니다.

'재지한 재즈속으로' 지면을 통해 앞으로 3회에 걸쳐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명쾌한 답변을 찾아보겠습니다. 이번 마일스 데이비스 탄생 80주년 특집은 '스타일의 창조자 마일스 데이비스', '뛰어난 전략가 마일스 데이비스', '블랙 파워의 지존 마일스 데이비스'란 타이틀로 3회에 나눠서 진행됩니다. 먼저 '스타일의 혁신자 마일스 데이비스'입니다.


1.스타일의 창조자 마일스 데이비스
재즈 역사가 100년이 조금 넘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수많은 아티스트가 있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존 콜트레인 등등, 우린 그들을 음악적으로 일가를 이뤘다는 의미에서 '대가'라는 호칭을 붙였습니다. 일일이 그들의 업적을 빼곡히 밝힐 순 없어도 다들 혁신과 실험이란 기치아래 재즈의 진보를 일궈낸 인물들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역시 앞에 언급한 대가들 중에 한 사람입니다. 고혹적인 선율과 담백한 주법이 느껴지는 쿨 재즈를 창조했고, 이어 10년마다 새로운 연주 스타일을 제시해 낸 대가입니다. 그런데 마일스 데이비스는 앞에 언급한 다른 재즈 뮤지션들과 사뭇 다른 점이 발견됩니다.

록 전문지 롤링스톤 2003년 겨울호는 “역사상 위대한 500대 록 명반”을 선정한 특집호였는데 이 순위에서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1959년 역작 'Kind of Blue' 가 12위에 랭킹 돼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재즈 록 퓨전의 효시를 알린 1970년작 'Bitches Brew'가 94위, 1960년작 'Sketches of Spain'이 356위를 차지했습니다. 재즈 아티스트의 앨범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3장씩 록 음악 잡지에 명반으로 거론된다는 것은 마일스의 음악이 재즈의 영역을 넘어 전체 대중음악에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쿨을 시작으로 하드밥, 모달, 그리고 퓨전에 이르기까지 마일스의 음악 인생은 부단한 '스타일과의 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백인의 관점에서 흑인의 비밥을 해석한 처녀작 'Birth of cool'(1949), 비밥(Bebop)을 한층 구조적이고 세련되게 창조한 하드밥 명반 'Round Midnight'(1956), 재즈를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버금가는 음악성으로 끌어올린 'Miles Ahead'(1957), 코드 변환에 의거한 연주가 아닌 음계(스케일)가 연주의 중심이 되는 모달 주법을 시한 'Kind of blue'(1959), 대중적인 록 음악을 재즈의 관점에서 해석한 재즈 록 퓨전의 효시 'Bitches Brew', 환갑의 나이에 아랑곳없이 첨단 일렉트로닉 재즈를 연주한 'TuTu'(1986)를 선보입니다.

마일스는 기존에 익숙해진 연주 스타일을 과감하게 내던지고 오로지 새로운 연주법을 찾기에 골몰했습니다. 사람이 뭔가로 유명해지면 자칫 나태해지고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너리즘이란 말은 그럴 때 쓰는 거죠. '쿨'의 창조자란 명성만으로도 마일스는 충분히 재즈 계를 군림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일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갑자기 국가 대표 축구 감독 히딩크의 명언이 떠오르네요. 16강에서 8강을 거쳐 꿈에도 없었던 4강전을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이정도면 됐다'라는 여론 속에서 히딩크의 답변은 명작이었습니다. '난 여전히 배가고프다'라고.

그의 음악적 야망의 끝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연주법이라도 조금 시간이 지나 익숙해진 것이 됩니다. 마일스는 이럴 때 마다 기존의 스타일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걸 찾아 골몰했습니다. 일례로 마일스는 1986년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카인드 오브 블루의 명연 'So What'을 다시 연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마일스는 '그 똥 같은 연주, 다시는 하지 않아'라고 일축했답니다. 새로운 스타일에 늘 목말라하는 마일스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답입니다.

재즈뿐 아니라 모든 음악장르를 막론하고 하나의 명반을 낳기 위해선 엄청난 산고를 겪게 됩니다. 기존의 익숙한 것을 과감히 버리고 무(無)의, 백지의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두고 볼 때 그런 음악인들의 무모한 결단은 경험은 명반이란 결실을 낳았고 결국 음악계 전반을 풍성하고 생명력 있게 했습니다.

스타일의 창조자,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를 뛰어넘어 모든 음악계의 귀감이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쿨 에서 퓨전에 이르기까지 그가 일궈낸 창조를 위한 고군분투는 재즈 스타일을 한층 다양하게 했고 재즈가 클래식에 버금가는 창조의 예술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줬습니다. 아울러 재즈가 고상한 일부 계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접할 수 있는 대중화의 방법론도 제시했다고 봅니다.

1991년 9월 25일 불꽃같은 예순 다섯 해의 인생을 살고 마일스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원로이길 거부하고 영원한 현역이길 고집한 마일스 데이비스. “음악은 한때 하다가 그만두는 유행이 아니다. 평생, 죽을 때까지 씨름해야 할 업(業)이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지금 이 순간 이 시대 대중음악들에게 전하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다음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2006/01 정우식 (jasbso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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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성 인류학 - 무의식에서 발견하는 대안적 지성, 카이에 소바주 5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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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욕망에 정확히 부합되는 이미지를 만난다는 것은 매일 있는 일은 아니다

written by 자크 라캉


제가 이해한 바로는 이 책의 저자 나카자와 신이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원화된 비대칭적 사고로 형성된, 오늘날의 현대문명은 억압적이고 비인간적인 자본주의 국가질서와 자연에 가해지는 폭력적이며, 무분별한 개발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 대칭적 사고(유동성 지성)로 제 2의 형이상학 혁명을 이루어 내어 현대문명의 이런 문제점을 치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제시한 유동적 지성이 과연 현대문명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의 백신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단 논외로 접기로 하겠습니다.

문제는 그가 자신의 사상의 논거로 제시한 예들에서 발생합니다.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합한 사실 데이터(Fact Data)의 제시에 있다고 봅니다. 사상의 논거로 제시한 예시가 사실이 아닌 가설이거나 불확실한 정보만을 담고 있다면 신뢰성을 갖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가 제시한 몇 가지 실례들을 살펴보면,


첫째>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해부학적 증거

 

저자는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의 진화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 네안데르탈인 보다 훨씬 더 긴 미숙아의 단계를 거침으로써 상징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진화경쟁에 있어서 생물학적 우위가 반드시 진화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미 밝혀진 바입니다. 진화에는 어느 정도의 ‘운’이 작용하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다”라는 법칙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게다가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은 극히 소수이며, 완전한 모습이 갖추어진 채 발견된 적도 없습니다. 하물며 이런 극소량의 화석화된 해부학적 증거만으로 네안데르탈인의 마음의 구조를 밝힌다는 것은 다소 무모한 행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둘째> 행복론

 

저자는 인간의 행복에 있어서 무의식 속에서 작동하는 대칭성의 원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담당하고 있다고 저술하고, 성(性)적 체험이나 종교적 체험, 예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고양감등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성적 체험이나 종교적 체험 같은 경우는 너무나 개인적이며, 그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증언에만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논거로는 적합하지 못합니다. 저자는 “성녀 테레사”의 종교적 체험을 몇 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언급하고 있는데, 그것은 괴담이야기에나 어울릴 듯한 것이지 전문적인 학술서나 사상서에서 다룰만한 것은 아닙니다.

예술이 주는 열락과 같은 행복감도 개인의 환경이나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그리 적합한 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저자는 모네의 <수련>을 보고 행복의 파편들을 느낄지는 모르지만 저자를 제외한 60억 인구 모두가 수련을 보고 마냥 행복감만을 느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 외에도 저자가 제시하는 교환/증여론의 논거들도 엄밀하지 못하며 때로는 어설프기 까지 합니다. 물론 이 책이 대학교 1,2학년을 상대로 하여 매우 쉽게 쓰인 교양서라는 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학술서나 사상서의 이름을 달고 있다면 그 학문적 논거는 엄밀하고 단단한 사실만을 다루어야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나 소수의 개인적 증언에만 의지하여 논증을 펼친다면 그 누구도 신뢰하기 힘들 것입니다.


물론 이 책의 장점이라면, 대부분의 인문교양서들이 흔히 가지는 지루함이나 따분함 등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흥미를 끄는 재미있는 사례들이 많고, 저자의 알기 쉬운 친절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인류학의 입문서로는 적당한 듯싶습니다.

저 또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미루고만 있었던,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나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을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으니까 어쩌면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대양으로 나아가는 좋은 길잡이를 구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책의 제본이 충실하지 못하고 해제나 각주가 불충분하여 읽어나가는 동안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원초적 억압> 같은 자주 등장하는 개념들은 알기 쉽게 밑에 각주를 달아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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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ta 2006-02-2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레사성녀의 종교적 신비체험을 괴담이야기에나 어울릴만한 이야기라고 한말은 무척 잘못된 시각입니다. 님은 어떤 체험의 진위여부를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의 '수'로서 판단하시는가요? 역사적으로 테레사성녀와 같은 신비체험을 했던 사람은 꽤 많습니다..단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없을 뿐이지요. 님말대로라면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신비체험은 다 믿을수없는 괴담에 불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단지..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의 수'가 적어서라는 얼토당토한 논리로 말이죠. 예술적/종교적 체험은 다수의 사람들이 동질적으로 체험할수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카자와 신이치가 이야기하듯..대칭적 체험/사유가 되는 것이지요..님이 그것을 "괴담"이다라고 이야기하는것 자체가 님이 바로 비대칭적 사유에 매몰되어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보르헤스 2006-02-2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빌라의 테레사"의 종교체험을 단지 종교체험만으로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테레사는 아주 부유한 귀족출신이었으나,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당시 사회적 필요에 의해 12살에 수녀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엄격한 수녀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병이 났고, 그로 인해 환속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시 아빌라에 돌아온 테레사는 곧 남자와 사랑에 빠졌으나, 아버지 반대로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해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테레사가 살던 시기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유별난 종교체험"들을 많이 하였고, 그 중에서도 테레사의 종교체험이 역사적 사료로 남게 된 것은 테레사의 아버지가 수도원에 한 막대한 기부에도 적지않은 영향이 있습니다. 이른바 테레사는 그냥 수녀가 아니었습니다. 귀족에다 부유한 출신의 수녀입니다. 당시 분위기에서 보자면 테레사의 증언은 일반 민중이 아무렇게나 지껄인 신비체험과는 다른 강도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또한 그녀의 체험은 정신분석학적으로 사실 억압된 성적충동의 발현이라고 보는 학자도 많이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증언만으로 학문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것이고, 그래서 정신분석학도 '과학의 이름을 빌은 문학'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yoonta 2006-02-2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아빌라의 테레사의 체험이 단순한 종교체험이냐 아니냐하는데 있지 않습니다. 저는 종교적 체험/신비체험/무의식 체험등과 같은 합리적으로는 설명불가능한 불가해한 체험/사유가 실제함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리고 위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그 체험자가 극히 소수이고 언어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체험이기 때문에 님처럼 괴담처럼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을 언어적으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 실제성은 부인하기 힘들죠..정신분석에서의 무의식분석도 이러한 인간의 심리속에 잠재되어있는 불가해한 실체를 밝혀내려는 시도이고 그렇기 때문에 님의 표현처럼 '과학의 이름을 빌은 문학'이라는 평가도 받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들을 모두 괴담이다라고 보는 시선은 지극히 편협하고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바로 그러한 편협한 시선이나 논리야말로 비대칭적인 것이라고 나카자와 신이치는 <대칭성 인류학>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고요.

보르헤스 2006-02-2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교체험/신비체험/무의식체험 등의 사유가 있나 없나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기에 저로서는 그것의 실재성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가 오늘날 현대문명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는 여러 문제들이 대칭적 사고로의 전환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도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대칭적 논리가 지배하던 고대사회에는 오늘날의 현대문명이 야기하는 여러 문제점이 없었을까요? 설사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것과는 또다른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했을거라고 봅니다. 고대사회에서도 인간/동물에 대한 대량학살은 쭉 있어왔고, 여러 역사적 사료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나카자와 신이치가 이른바 현대문명의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대칭적 사고로의 전환을 설명함에 있어서, 과학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사실 데이터의 제시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예시가 불충분하였고, 자신의 전제를 입증하기 위한 논리 또한 엄밀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단순히 이론이나 가설을 소개하는데에서 그쳤다면, 테레사의 성녀의 예도 무난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하였고, 그 주장을 뒷바침하기 위한 논지로 테레사의 성녀를 예로 들었습니다. 테레사의 성녀의 증언은 사실 검증하기도 검증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 증언을 예시로 삼는 것은 논제를 전개하기에는 불충분하다라는 것입니다.
 
납치된 공주
카렌 두베 지음, 안성찬 옮김 / 들녘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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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소설의 기본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고 평면적이며, 전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할 수 있는 기본 구성에서 단 한걸음도 벗어나지 않는다. 결말 또한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점이라면 다른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곤 하는 인물들의 전형성에서 탈피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인물들의 개성들이 파격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기사문학이나 판타지 문학에서 주로 등장하는 영웅적 기상의 왕자라던가 아님 청순가련하며 낭만적인 공주라는 획일적인 인물상에서는 확실히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기사문학의 형식을 빌어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우 현대적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부재하는 이들이다. 그들 모두는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는 자들이며, 이를 자신들의 내면 내지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끊임없이 외부로만 눈을 돌릴 뿐이다.


애정없는 결혼관계로 맺어져, 마치 타인처럼 살아가는 바스카리아의 국왕부처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고 태어난 아들을 증오하는 아버지를 둔 기사 브레두르

어머니의 사랑을 끊임없이 간구하지만 결코 어머니로부터 사랑은 받지 못한 불행한 디에고 왕자

아름답고 현숙하지만,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없는 리스바나 공주.

이 밖에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난장이 페드시나 리스바나 공주의 시녀 로자문데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들은 모두 결핍과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개성있는 각 인물들의 등장으로 인해 재미난 얘깃거리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우리 현대인이 느끼는 상실감, 공허감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상실감과 공허감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를 <납치된 공주>의 작가 카렌 두베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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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키노 > 10명의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2005년 베스트 음반 [1]

마돈나부터 시작해야겠다. 이어 로비 윌리엄스, 뉴 오더, 디페쉬 모드, 케미컬 브러더스, 로익솝, 모비, 켄트, 오아시스, 콜드 플레이, 스타세일러, 폴 매카트니, 에릭 클랩튼, 롤링 스톤스, 헬로윈, 빌리 코건(스매싱 펌킨스), 드림씨어터, 시스템 오브 어 다운, 스완 다이브, 하바드,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자미로콰이 등등이 신보를 내놓은 2005년(취향이 쏠렸고 사대주의에 절었고 네임 밸류만 따진다고 비난해도 좋다. 귀는 두짝밖에 없고 지갑은 텅 비었는데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 듣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최고의 음반을 꼽아달라고 대중음악평론가 10명에게 부탁했다. 어불성설인가? 그렇다면 ‘2005년 그들만의 베스트 음반’이라고 해두자. 10명의 평론가가 각각 한장의 베스트 음반을 추천했고 10장의 베스트 리스트를 보내왔다. 어떤 이들은 순위를 매겼고, 어떤 이들은 무순으로 응답했다. 대부분은 (우리의 요청에 따라) 국내 발매본에 한정해 리스트를 만들었지만 어떤 이들은 수입 음반을 포함했다. 제아무리 각자의 취향대로 음반을 골랐다 해도 제법 중복 언급된 음반들이 있는 것을 보면 명반은 명반으로 평가받게 마련인 듯하다. 대중음악평론가 10명이 선정한 100개의 음반 목록이 2005년 당신이 놓친 보석 같은 음반을 발견케 하는 계기도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 아티스트 여제후의 사랑의 서사시, 이선희 <사춘기>

강헌/ 대중음악평론가·한국대중음악연구소장

한 시대를 일인제국으로 평정한 조용필의 역사적 권위에 비견할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을 지닌 여성 아티스트는 단연 이선희일 것이다. 그는 2005년 봄에 펼쳐놓은 열세 번째 노래의 향연 중 <장미> 단 한곡으로 여제후로서의 그것을 완벽하게 증명한다. 당당하며 단호한, 그러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숙한 향기를 머금고 있는 이 노래가 흐르는 4분39초 동안 우리는 마치 감전된 것처럼 이선희가 펼쳐놓는 사랑의 서사시의 흐름에 빠져들게 된다.

물론 우리는 보컬리스트로 출발하여 자신의 음악의 주재자로 진화한 몇 안 되는 여성 뮤지션의 목록을 알고 있다. 이상은과 한영애, 그리고 장필순 등등. 하지만 이들은 언더그라운드의 영웅들의 보이지 않는 조력을 받았거나 스스로 언더그라운드로 걸어들어간 이들이다. 거품 같은 인기를 상실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비정한 주류의 경기장에서 예술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연금한 이선희의 경우는 대단히 예외적인 풍경이며 그래서 더욱 소중한 성과인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이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도탄에 빠진 지금-여기의 한국의 대중음악사는 여성의 손으로 한뜸한뜸 만들어진 이 정교하고도 따뜻한 앨범에 겸허한 경의를 표해야 한다.

오프닝 트랙 <인연-동녘바람>부터 여덟 번째 트랙 <사랑이 깊어지고 있습니다>를 지나 이 앨범의 에필로그인 피아노 솔로곡 <피아노>에 이르는 동안 우리는 단 한순간도 빈틈이 없이 완벽하게 직조된 사랑의 찬가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이 고귀한 트랙들은 그저 붕어빵 찍어내듯 공장에서 생산된 숱한 사랑 타령과 구별된다. 이 노래들의 갈피마다 피상적인 매너리즘으로는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성숙한 성찰이 음악적 장치로 전환되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속류화한 리듬앤블루스의 발라드가 어지러이 쏟아지는 현시점에서 <사춘기> 같은 곡의 담백한 발성은 어쩐지 밋밋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노래야말로 수많은 격정의 표현력을 넘어 이선희가 오늘 도달한 투명성의 높이이다.

<사춘기>는 오랜 불황을 넘어 권토중래를 꾀하는 2005년 봄 시즌 한국 대중음악계의 빛나는 축복이다. 이 앨범 역시 시장의 천민적인 논리에 좌절하고 모욕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앨범을 듣고 난 뒤 그 모든 위협도 이 앨범이 분만하는 아름다움의 한 자락을 해칠 수 없다는 확신이 스치고 지나간다.

BEST MUSIC 10(무순)

유열 <Largo>(신나라뮤직)
윈디시티 <Love Record>(T엔터테인먼트)
김건모 <Be Like>(예당엔터테인먼트)
거미 <For The Bloom>(YG엔터테인먼트)
이선희 <사춘기>(Hook엔터테인먼트)
드렁큰타이거 <1945 해방>(도레미)
한대수 <The Box>(서울음반)
김용우 <어이 얼어자리>(서울음반)
웅산 <The Blues>(Blue Note)
스윗 소로우 <Sweet Sorrow>(서울음반)

삶의 향기 품어낸 민중음악의 새로운 길, 연영석 <숨>

박준흠/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가슴>(www.gaseum.co.kr) 편집장·광명음악밸리축제 예술감독

‘90년대 중반 꽃다지의 앨범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노동가요 음반’이라는 평가를 받는 연영석의 2집 <공장>(2001, 맘대로레이블)을 듣고 있으면 한국에서 ‘노동가요’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노동음악은 ‘노동자의 정체성,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을 갖고 그들이 향유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를 노래하는 것’이다”라는 신념하에 ‘반복되고 밀려오고 넘쳐나다 죽어가는 신자유주의 사회 민중의 삶을 통렬하게 고발하며’(<공장>) ‘결코 시키는 대로 다하다가 당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이씨 니가 시키는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연영석의 목소리는 참으로 간절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대부분 피해갈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는 시점에서 그의 노래는 절절함 이상의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1천만 노동자’가 있다는 한국에서 역설적이게도 연영석과 같은 ‘노동음악가’의 노래를 들어주는 이가 너무나 적어 보인다. 지난해 광명음악밸리축제의 ‘민중음악30년’ 코너에 연영석은 그의 음악적 파트너인 고명원(편곡, 기타)과 함께 록밴드 체제로 참여하여 1만여명의 관중 앞에서 연주했는데, 이는 아마 그의 음악생활 10년 만에 처음일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연영석과 고명원, 이 둘이 이를 악다물고 ‘질주’하는 자세로 노래 부르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 점에서 이번 3집 <숨>(The Breathe)은 ‘드디어’ 발표되었다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소중하면서도 의미있는 앨범이다. 지난번 <공장>을 듣고 받았던 감동은 이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그의 노래가 갖는 통찰력은 현재의 민중음악가 중에서도 그를 단연 돋보이게 한다. 일례로 ‘이주노동자’ 문제를 신랄하게 노래하는 <코리안 드림>은 ‘누구나’ 쉽게 만들어서 불렀을 법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았음에 놀라게 된다. “때리지 마세요 욕하지 마세요 내 돈을 돌려주세요/ 내 몸이 아파 마음이 아파 여기서 도망치고 파”라는 식의 직설적인 표현은 ‘읽었을 때’는 생경하게 들리겠지만, 그의 해학(?)이 담긴 목소리를 통해서 폭발적인 록사운드를 깔고 ‘들었을 때’는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게 바로 그와 같은 노동‘음악가’만이 해낼 수 있는 작업인 것 같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피해자’의 위치에서 어느덧 ‘가해자’의 위치가 되어버린 우리의 자화상을 이렇게 노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표현해서 불편함과 분노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낸다. 전체적으로 인간과 노동의 문제를 다루는 그의 음악은 한마디로 ‘간절’하면서도 ‘통쾌’해서 나와 같은 평론가에게는 음악평가에서의 기준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자신의 현장작업을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게 가능해야 세상이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라는 그의 답변은 참으로 경청할 만하지 않는가?

BEST MUSIC 10

1. 연영석 <숨>
2. 스왈로우 <Aresco>(샤레이블)
3. DJ Son <The Abstruse Theory>(한량사)
4. 문샤인 <Songs Of Requiem>(아트로미디어)
5. 관악청년포크협의회 <Vol.1 꽃무늬 일회용휴지/유통기한>(붕가붕가레코드)
6. 나윤선 with Refractory <Nah Youn Sun with Refractory>(AMP)
7. 트리오로그 <Speak Low>(풍류)
8. 미스티블루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 B>(파스텔뮤직)
9. 게토밤즈 <Rotten City>(쌈넷)
10.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소규모아카시아밴드>(Soulshop)

아프리카 말리의 블루스+마누 차오의 비트, 아마두와 마리암 <Dimanche a Bamako>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EBS-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DJ

이 앨범은 정확하게는 2004년 11월에 발매되었지만 2005년에 소개되고 유통되었다. 2005년 한해 동안 월드뮤직 신에서(특히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의 대상이 되었던 음반이라 할 수 있다. 아마두와 마리암(프랑스어로는 Amadou et Mariam)은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맹인 부부 듀엣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아프리카 말리는 미국 남부의 흑인 떠돌이 음악에서 출발한 ‘블루스’의 진정한 아프리카적인 고향으로 여겨진다. 말리는 특히 20세기 후반에 미국의 흑인 음악, 로큰롤이 역수입되면서 블루스적인 전통과 결합, 독특한 록 음악을 생산해내는 지역이 되었다. 마틴 스코시즈의 블루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에서 마틴 스코시즈가 직접 만든 <Feel Like Going Home>을 참고하라.

<Dimanche a Bamaco>(바마코에서의 일요일, 바마코는 말리의 수도) 앨범은 아마두와 마리암의 블루스와 마누 차오의 비트가 만나 빚어낸 독특한 화학작용의 결과물이다. 마누 차오는 지금은 해체된 전설적인 프렌치 월드비트 펑크 밴드인 ‘마노 네그라’의 리더로서, 또 솔로 아티스트로서 너무도 유명하다. 한때 남아메리카를 돌아다니며 게릴라들을 후원하기도 했던 그의 편곡과 샘플링은 아마두와 마리암의 블루스를 월드뮤직의 ‘스탠더드’ 비트로 포장한다. 말리인들의 절망, 희망, 아프리카 특유의 순수함이 그 스탠더드로 인해 세계인들에게 이해 가능한 음악 언어를 얻는다. 그것을 좋게, 또 나쁘게도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은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싱글 커트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Senegal fastfood>를 비롯, 모두 15곡이 담겨 있다. 절망 속에서 꿈꾸는 듯한 힘을 느끼게 하는 마리암의 멋진 보컬과 아마두의 칼로 끊어내는 듯한 날카로운 블루스 프레이즈의 기타 사운드가 마누 차오의 라틴풍 리듬과 버무려져 우리의 귀를 깨어나게 한다.

BEST MUSIC 10(무순)

아마두와 마리암 <Dimanche a Bamako>(수입)
영화 <Kill Bill> O.S.T(워너뮤직)
영화 <오로라 공주> OST(서울음반)
윈디시티 <Love Record>(T엔터테인먼트)
화이트 스트라입스 <Get Behind Me Satan>(서울음반)
롤링 스톤스 <Bigger Bang>(EMI)
고릴라즈 <Demon Days>(EMI)
에이머리 <Touch>(소니BMG)
카니예 웨스트 <Late Registration>(유니버설뮤직)
시구르 로스 <Takk>(EMI)

몇 광년 앞선 밴드의 신나는 파격, 시스템 오브 어 다운 <Mezmerize>

성우진/ 대중음악평론가

신선하지는 않지만 꼭 “유쾌, 상쾌, 통쾌”라는 카피를 빌려 써야만 직성이 풀릴 듯한 밴드가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 이하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팝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2005년 한해 이들이 보여준 활약이나 성과는 역대 사상 최고였다. 헤비메탈 형태의 음악으로는 매우 드물게 거의 모든 음악 관계자들이나 팬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낸 이들은 인디 팝/록 웹진들로부터도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아마추어 시인이기도 한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 대런 맬러키언의 자작시였던 ‘Victims of a Down’을 두고 멤버 전원의 찬사를 얻었던 덕분에, 그 시의 제목에서 첫 단어만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System’으로 바꾸어 지금의 밴드명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이 팀은 1995년 미국의 문화도시 LA에서 특별하게도 아르메니아 태생의 보컬리스트 세르이 탄키안을 중심으로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그리고 드러머의 4인조 라인업으로 결성됐다.

할리우드 클럽가에서 활동하다가 1997년에 레이블 사장이자 명프로듀서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앨범으로도 유명한, 릭 루빈에게 발탁된다. 2005년 이들은 <Mezmerize> 앨범 외에도 공언한 그대로 그 후속편인 <Hypnotize>까지 발매해서 지금까지 차트를 점령 중인데, 시스템의 현재 특징이라면 곡의 중간 중간에 튀어나오는 놀랍고도 재치있는 구성 능력이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이들을 “여타 밴드보다 몇 광년 앞선 밴드”라 표현했는데, 갑자기 중동풍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코믹한 오페라식 창법도 들이민다. 그야말로 21세기 트렌드 중 하나인 엽기 코드를 사용해 변칙의 극단을 달리는 다른 트랙으로 인해 헤비메탈도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세르이의 보컬톤이 가장 돋보이는데 빠른 랩, 샤우팅 그리고 슬로 템포 멜로디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압도한다.

첫 싱글인 <B.Y.O.B.>는 전쟁에 대한 비판을 담아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 기타 리프로 시작해서 변칙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트랙이면서도 멜로디를 정확히 전한다. <Revenga>는 북유럽풍의 멜로딕 메탈을 연상케 하는 화음이 멋지고, 가장 돋보이며 웃음을 자아내는 엽기 메탈 오페라 <Cigaro>는 탄키안의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노래 연기력이 뛰어난 트랙이다. 블랙 메탈 대부인 킹 다이아몬드가 연상될 정도로 보컬 연기력이 뛰어나다.

BEST MUSIC 10(무순·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시스템 오브 어 다운 <Mezmerize>(소니BMG) 두번째 달 <2nd Moon>(라임라이트뮤직) 오디오슬레이브 <Out of Exile>(유니버설뮤직) 카니예 웨스트 <Late Registration>(유니버설뮤직) 블록 파티 <Silent Alarm>(서울음반) W <Where The Story Ends>(Fluxus) 프란츠 퍼디난드 <You Could Have It So Much Better>(소니BMG) 제임스 블런트 <Back To Bedlam>(워너뮤직) 트리비엄 <Ascendancy>(소니BMG) 윈디시티 <Love Record>(T엔터테인먼트)

한국 포크록 대부의 멀고 먼 37년 음악인생, 한대수 <The Box>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

‘영원한 자유인’ 한대수의 음악여정을 집대성한 박스세트 <The Box>에선 음악인생의 ‘결산’과 앞으로의 ‘행보’를 느낄 수 있다. <The Box>앨범은 타이틀에 걸맞게 데뷔앨범인 <멀고 먼-길(‘74년작)>을 필두로, <고무신(’75년작)> <무한대(‘89년작)> <기억상실(’90년작)> <천사들의 담화(‘91년작)> <1997 후쿠오카 라이브> <이성의 시대, 반역의 시대(’99년작)> <Eternal Sorrow('00년작)> <고민(‘02년작)> <상처(’04년작)> <2001 Live/2CD('05년작)> <Et Cetera>까지 12장의 앨범과 1장의 DVD, 그리고 사진과 글이 곁들여진 두툼한 책자로 구성되어 있다. 항상 ‘불후의 명반’이란 평가를 지겹도록 들어온 1,2집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간 구하기 어려웠던 여러 앨범과, 70년대 말 뉴욕시절 결성했던 그룹 징기스칸의 곡들과 미발표 곡들이 함께 수록된 <Et Cetera>앨범은 오직 박스세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2집 이후 14년 만에 발표했던 명반 <무한대>는 한대수의 천재적 재능이 번뜩이는 앨범이며, 90년대에 발표한 일련의 문제작들은 그가 ‘행복의 나라’와 추억과 향수 속에 박제된 70/80 가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박스세트의 또 하나의 미덕은 ‘디자인’에 있다. <The Box>앨범은 외국의 그것과 비교해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모든 음반이 마치 한 권의 책처럼 예쁘게 포장된 네모난 상자를 처음 열어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번 앨범은 뛰어난 음악과 아름답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보기 좋게 어우러진 걸작 박스 세트이다. ‘트리뷰트’열풍이 몰아쳤던 지난 90년대에도 한대수에게는 그 흔한 헌정앨범 하나 없었다. 이제 그 미안함을 <The Box>앨범으로 조금이나마 대신하고 싶다. 한대수는 자신의 저서 <영원한 록의 신화 Beatles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Bob Dylan>에서 이들을 ‘록큰롤의 정액’이라고 설파했다. 한대수, 그는 분명 한국대중음악의 정액이다. 그리고 그 정액은 여전히 음악의 자궁 속을 힘차게 헤엄쳐 다니고 있다.

BEST MUSIC 10(무순·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한대수 <The Box>(서울음반)
유근상, 김준, 박신영 <Kafka>(뮤직마운트)
편집음반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The Best Of Latin American Music>(알레스뮤직)
베보 발데스 & 카를링유스 브라운 영화 <The Miracle Of Candeal> O.S.T(소니BMG)
오마라 포르투온도 <Flor De Amor>(워너뮤직)
초민 아르톨라 & 아마이아 수비리아 <Folk-Lore-Sorta-1>(서울음반)
폴로 몬타네즈 <Guajiro Natural>(코레뮤직)
엔조 엔조 <Paroli>(소니BMG)
유진 프리센 <Arms Around You>(세일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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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키노 > 10명의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2005년 베스트 음반 [2]

달콤쌉싸름한 감성파 포크의 절정, 제임스 블런트 <Back To Bedlam>

원용민/ 대중음악평론가·월간 <52street> 편집장

처음 이 음반이 발매되었을 때만 해도 제임스 블런트는 독특한 팔세토의 목소리를 지닌 신인 가수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다. 2004년 말 첫 싱글 <High>가 영국 싱글 차트 3위에 오르면서, 그가 영국 왕궁 근위대 장교로 복무했고 그 이전엔 코소보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파견되기도 한 직업군인이었다는 특이한 이력 때문에 화제를 모았지만 그건 단순한 이야깃거리 이상의 것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싱글 <Wisemen>이 또다시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2005년 7월, 세 번째 싱글 <You’re Beautiful>과 앨범 <Back To Bedlam>이 싱글과 앨범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자 그를 보는 음악계의 시선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평단에서는 그에게 ‘벡과 엘리엇 스미스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라는 찬사를 퍼붓기에 바빴고 버진 라디오에서 실시한 ‘역대 최고의 노래 500곡’이라는 설문에서 히트 싱글 <You’re Beautiful>이 당당히 10위에 올랐을 만큼 대중의 호응도 뜨겁다. 제임스 블런트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 킨 등의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일군의 영국 록 밴드들 그리고 배들리 드론 보이 같은 솔로 뮤지션에 이르는 영국 아티스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서정미를 음악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낸 인상적인 노랫말과 듣는 순간 곧바로 빠져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에 포크와 팝, 록 등의 음악적 요소를 가미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덧붙여 강한 흡인력을 지닌 달콤쌉싸름한 목소리 역시 최고의 매력 포인트. 1월 초 현재 <You’re Beautiful>이 여전히 영국 싱글 차트 20위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네 번째 싱글인 <Goodbye My Lover>가 9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등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Beck To Bedlam>은 왜 그가 2005년 영국 음악계가 수확한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꼽히는지 잘 보여주는 음반이다.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제임스 블런트 <Back To Bedlam>(워너뮤직)
2. 존 레전드 <Get Lifted>(소니BMG)
3. 잭 존슨 <In Between Dreams>(유니버설뮤직)
4. 콜드플레이 <X&Y>(EMI)
5. 개빈 디그로 <Chariot Stripped>(소니BMG)
6. 제이미 컬럼 <Catching Tales>(유니버설뮤직)
7. 머라이어 캐리 <The Emancipation Of Mimi>(유니버설뮤직)
8. 두번째 달 <2nd Moon>(라임라이트뮤직)
9. 클래지콰이 <Color Your Soul>(Fluxus)
10. 시스템 오브 어 다운 <Hypnotize>(소니BMG)

팝,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의 절묘한 강약 조절, 파이스트 <Let It Die>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weiv](www.weiv.co.kr) 편집위원

캐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Leslie Feist)의 ‘메이저’ 데뷔 음반이다. 2004년 캐나다에서 마이너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뒤 컬트적 인기와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2005년 전세계로 확대, 발매되었다. 10대 때 펑크 로커로 활동한 파이스트는 성대 이상이란 음악적 금치산 선고를 받기도 했으나, 골방에서 기타를 뚱땅거리다 연주와 작곡에 눈을 뜨고는 세션 기타리스트로, 또 거짓말처럼 성대가 회복된 덕분에 세션 보컬리스트로 활약해왔다.

<Let It Die>는 내밀한 자기고백과 차분한 사운드로 갈무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싱어송라이터의 큰 줄기에 속한다. 하지만 팝, 재즈, 인디 록, 포크, 프렌치 팝, 트립합, 보사노바, R&B, 디스코 등 상이한 장르의 줄기들과 다채롭게 접목하고 있어서 폭넓은 유전인자를 함유하고 있다. 쉽게 비유하면 에바 캐시디 혹은 케렌 앤의 음악을 분방하고 인디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음반이다.

보사노바 스타일의 <Gatekeeper>, 사디(Sade)풍의 R&B <One Evening>식으로 얘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이종(異種) 음악 스타일을 개성적으로 소화해 이종(移種)한 곡들이다. 이는 전반부의 자작곡 가운데 팝, 재즈, 가스펠을 발랄하게 결합한 <Mushaboom>이, 후반부의 커버곡 중에서는 비지스의 디스코 넘버를 포크와 재즈로 버무리고 콜레스테롤을 낮춘 <Inside and Out>과 론 섹스미스의 숨은 명곡을 춤추기 좋게 데친 <Secret Heart>가 대표적이다.

크게 싱어송라이터, 보컬 재즈, 로파이 인디를 꼭지점으로 하는 이 음반의 사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파이스트의 보컬이다. 간유리로 덧씌운 듯 다소 탁하고 허스키한 그녀의 보컬은 변화무쌍하면서도 묘한 일관성을 지닌 음반 전체의 무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는 ‘관계’에 관한 가사와 맞물려 마음 깊은 곳의 연한 속살을 건드리며 아련한 통증을 남긴다. 그래서 이곳저곳의 ‘2005년의 음반’ 리스트에 빠짐없이 오르내릴 음반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곁에 둘 만한 몇 안 되는 음반 중 하나다.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파이스트 <Let It Die>(유니버설뮤직)
2. 피오나 애플 <Extraordinary Machine>(소니BMG)
3. 넬리 매케이 <Get Away From Me>(소니BMG)
4. 몽구스 <Dancing Zoo>(비트볼)
5. 다미엔 라이스 <O>(워너뮤직)
6. 더 짜르 <Goodbye>(파스텔뮤직)
7. 일스 <Blinking Lights And Other Revelations>(서울음반)
8. 스왈로우 <Aresco>(CJ 뮤직)
9. 눈뜨고 코베인 <Pop To The People>(비트볼)
10. 양병집 <넋두리>(리듬온, 재발매), 한대수 <The Box>(서울음반, 재발매 전집)

마침내 완성된 미완성의 전설, 브라이언 윌슨 <Smile>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IZM(www.izm.co.kr) 편집장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와 더불어 대중음악의 천재로 불리는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은 음악적 실험의 결정판 그리고 매카트니과의 음악 경쟁에 방점을 찍기 위해 1966년 하반기 또는 1967년 상반기에 <Smile>이란 제목의 앨범을 기획했다. 작품은 4개월에 걸쳐 만든 곡 <Good vibrations>를 시작으로 잘 진행된 듯했지만 그 무렵 브라이언 윌슨의 심각한 정신분열증과 약물중독으로 중도에 작업은 전면 중단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수록하려고 했던 한곡(<Mrs O’Leary’s cow>)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소방수 모자를 쓰고 스튜디오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Smile>은 입에서만 떠돌고 형체는 없는 미완성의 미궁으로 영원히 빠져버렸다. 그는 비치 보이스 활동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40년 가까운 세월이 무심하게 흘렀다. 환갑이 훨씬 넘은 2004년에 브라이언 윌슨은 오랜 세월 묻혀 있던 기획, 하지만 반드시 끝을 봐야 했던 음악적 비전의 실현에 들어가, 마침내 <Smile>은 38년 만에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최고의 ‘역사적 지각’ 작품인 셈. 살기 전에는 죽어도 못 볼 것 같았던 미완성이 완성으로 바뀐 벅찬 감격, 그 최고의 발굴에 음악관계자들은 흥분했다. ‘결코 발표되지 않았던 가장 유명한 팝 음악 앨범’이라고 한 <뉴스위크>는 그 기쁨을 ‘Found!’라는 말로 대신했다. 브라이언 윌슨은 영국에서 먼저 공연으로 작품을 소개,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에 만들어져 이미 소개된 <Surf’s up> <Cabin essence> <Heroes and villains> 그리고 <Good vibrations>를 위시해 <Roll plymouth rock> <I’m in the great shape> <Old master painter/You are my sunshine>은 클래식, 민요, 성가, 블루스, 서프 뮤직 등 브라이언 윌슨의 믿기지 않는 광대한 음악적 팔레트를 웅변한다. 물론 비치 보이스의 특장인 보컬 하모니는 그대로 살렸다. 그것은 대중음악의 지평이 얼마나 넓고 끝이 없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천재성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일정한 도식과 히트 방정식에 감염된 요즘 음악계는 ‘대중음악도 이렇게 만들어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 60년대에 대한 추억과 회고가 아닌 지금 음악계에 대한 경고장이다(앨범은 본고장에서는 2004년 가을에 발매되었으나 국내에서는 2005년에 나왔다).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브라이언 윌슨 <Smile>(워너뮤직)
2. 피더 <Pushing The Senses>(포니캐년)
3. 롤링 스톤스 <A Bigger Bang>(EMI)
4. 부카 킹스 <The Renaissance>(T엔터테인먼트)
5. 원도연 <V.1>(강앤뮤직)
6. 로라 베어스 <Year Of Meteors>(워너뮤직)
7. 토리 에이모스 <The Beekeeper>(소니BMG)
8. 시아라 <The Goodies>(소니BMG)
9. 두번째 달 <2nd Moon>(라임라이트뮤직)
10. 거미 <For The Bloom>(YG엔터테인먼트)

새트리아니-바이-페트루치가 펼치는 궁극의 기타 배틀, G-3 <Live In Tokyo>

전영혁/ KBS-FM <전영혁의 음악세계> DJ

최악의 음반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5년은 역으로 내실있는 좋은 앨범들이 많았다. 10편의 리스트 외에도 에릭 존슨, 브라이언 브롬버그, 드림씨어터, 마젤란, 쉐도우 갤러리, 라크리모사, 시구르 로스, 팻 메시니 그리고 일본 아티스트인 히로미와 프라이드 프라이드 등의 앨범이 좋았다. 한편 The Bird, J-Breaker, Prelude, 곽윤찬, 송영주, 서지나 Omega3, 강인오 등의 신선한 국내 앨범들도 많았고 <위대한 손기정>(살타첼로/피터 쉰들러), <독도를 위한 기도>(마이클 호페) 같은, 우리가 해야 할 음악을 부끄럽게도 외국 뮤지션들이 대신 발표하기도 했다.

기타로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G-3는 오래전 퓨전 3인방(존 맥러플린, 파코 데 루치아, 알 디 메올라)이 펼쳤던 <Friday Night In SanFrancisco>의 일렉트릭판이라 할 수 있으며 현존하는 일렉트릭 기타의 무림 고수들로 군림하고 있는 조 사트리아니, 스티브 바이, 에릭 존슨, 잉베이 맘스틴, 존 페트루치 등이 의기투합하여 펼치고 있는 G-3 시리즈의 3탄이다.

물론 올해의 앨범은 G-3의 <Live In Tokyo>다. 조 사트리아니, 스티브 바이, 존 페트루치로 펼쳐진 이 실황 앨범은(베이시스트 빌리 쉬한, 드러머 마이크 포트노이 협연) 기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록기타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지망생에게도 출중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두장의 CD에 존 페트루치(2곡), 스티브 바이(3곡), 조 사트리아니(3곡), The G-3 Jam(3곡) 등 총 108분의 러닝타임(콘서트 완판)을 담았다. 앨범의 백미는 당연히 The G-3 Jam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Foxey Lady>, ZZ Top의 <La Grange>,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등 3곡의 잼은 청자를 무아지경으로 안내한다.

<Live In Concert> <Live In Denver> <Live In Tokyo>까지 G-3 라이브는 CD로 들어도 좋지만 AV로 보고 들으면 그 감흥은 배가 된다. CD는 모두 국내 발매되었으며 DVD도 수입되어 있다. 아예 모두 컬렉션해두면 폭발적인 사운드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두고두고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것이다.

BEST MUSIC 10

1. G-3 <Live In Tokyo>(소니BMG)
2. 얀 가바렉 <In Praise Of Dreams>(수입)
3. 사비나 야나토우 <Sumiglia>(수입)
4. 찰스 로이드 <Jumping The Creek>(수입)
5. 아릴르 안데르센 <Electra>(수입)
6. 마이클 갈라소 <High Lines>(수입)
7. 이언 앤더슨 <Plays Orchestral Jethro Tull>(수입)
8. 존 웨튼, 제프리 다운즈 <Icon>(수입)
9. 스티브 헤킷 <Metamorpheus>(수입)
10. 영화 <코러스> O.S.T(워너뮤직)

힙합의 최전선이 들려주는 물 흐르는 듯한 사운드, 카니예 웨스트 <Late Registration>

최민우/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weiv>(www.weiv.co.kr) 편집장

오늘날 미국의 힙합 신은― 예전 로큰롤이 그랬듯― 가장 야심만만하고 건방지며 탁월한 감각을 지닌 뮤지션들이 군웅할거하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유행이 빠르고 경쟁도 치열하며 그들이 겪는 성공과 몰락의 일대기는 고드름처럼 뾰족한 그래프를 그린다. 시카고 출신의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니예 웨스트는 그 살벌하고 화려한 경쟁 속에서 2004년과 2005년을 온전히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제이-지(Jay-Z)와 같은 유명 힙합 뮤지션의 곡을 프로듀스하면서 인정받아온 그가 2004년 자신의 첫 데뷔 음반 <Collage Dropout>을 발매했을 때 사람들은 이 음반이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음반의 내용물은 출중했다.

그러나 <Late Registration>을 듣다보면 <Collage Dropout>이 마치 습작에 불과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만약 좋은 음반의 조건이 다양한 시도를 일관성있게 조직하면서 그것들을 대중적 감성과 조화하는 것이라면 <Late Registration>은 2005년에 발매된 음반들 중 이 조건을 가장 만족스럽게 구현한다. 그를 유명 프로듀서로 만든 재기 넘치던 ‘샘플 장난’이 줄어든 대신 이른바 ‘클래식 솔’(classic soul)에서나 느낄 수 있던 느긋하고 흥겨운 감흥에 만화경처럼 화려한 사운드와 비트가 정교하게 맞물린다. 듣는 이들은 행복해진다. 랩·힙합의 영역을 넘어서는 거대한 팬을 거느리기에 모자람이 없으며, 힙합이 우리 시대의 가장 창의적이고 생기 넘치는 음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음반.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카니예 웨스트 <Late Registration>(유니버설뮤직)
2. 시스템 오브 어 다운 <Mezmerize>/<Hypnotize>(소니BMG)
3. 블록 파티 <Silent Alarm>(서울음반)
4. M83 <Before The Dawn Heals Us>(와우뮤직)
5. 콜드플레이 <X&Y>(EMI)
6. 디페시 모드 <Playing The Angel>(EMI)
7. 하드-파이 <Stars Of CCTV>(워너뮤직)
8. 고릴라즈 <Demon Days>(EMI)
9. 피오나 애플 <Extraordinary Machine>(소니BMG)
10. 시구르 로스 <Takk>(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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