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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er Marie - Make This Moment
Inger Marie 노래 / 미디어신나라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은 오로지 지름을 목적으로 쓰여진 다분히 의도성 짙은 글입니다. 연말(年末) 여기저기 돈 쓰실 곳이 많아 절로 한숨이 나오시는 분은 조용히 ← 키를 눌러주시면 되겠습니다.
Inger Marie 를 처음 만난 건 그녀가 살고 있다는 7개의 섬 위에 세워진- 호수와 바위절벽으로 둘러싸인 피요르드 협곡이 너무나 아름답다던 노르웨이의 작은 항구도시- 아렌달이 아닌, 밤새 내린 서리로 하얗게 변해버려 앞이 잘 보이지 않던 차디찬 차 안이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트 안에 아직 덜 풀린 몸을 애써 구겨넣은채 난 작업장(?)으로 향했다. 모든 것이 깨어난다는 아침이었지만, 나의 몸뚱아리는 여전히 Hypnus의 魔手 아래에 놓여 있었다. 잠에 취해있던 난 무심코 카 오디오의 play 버튼을 눌렀고, 그 곳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다.
노래를 맛깔나게 부르는 것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음악은 비언어적 예술로 음악 그 자체로는 어떤 것을 말해줄 수도 보여줄 수도 없다. 만약 누군가가 베토벤의 교향곡 제 5번 OP. 67번의 “솔솔솔 미”를 듣고 운명을 느꼈다고 말한다면 그건 순전히 거짓말에 불과하다. 교향곡 5번 1악장의 주제 Motive는 그저 단 3도로 이루어진 음정에 불과할 뿐 운명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것을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느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습에 의해서이다.
이것은 Jazz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표제나 가사가 붙어있지 않다면, 우리가 그 음악을 어떻게 느끼냐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재량에 달려있다는 말이다.(내 쪼대로 다 할꺼야 ^^)
그래서 음악은 여타의 다른 예술보다 자유롭다. jazz의 경우 싱코페이션,프레이즈,악기의 편성을 어떻게 두냐에 따라 그 음악은 전혀 다른 음악으로 들리기 때문에, 너무나 유명한 Jazz의 Standard 곡들을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한다고해서 전혀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없다. 그건 당연한 거니까...
또한 그것이 바로 Jazz의 매력이 아닌가?
Inger Marie는 노래를 정말 맛깔스럽게 부른다. 노래에 자신만의 색깔을,감정을,분위기를 버무려 정말 맛깔스럽게 내 놓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타인을 압도할만한 풍부한 성량도, 화려한 기교도 없지만 그녀만의 눈부신 생명력이 있다. 차갑지만 따뜻하고, 평범하지만 독특하다.
Inger Marie의 <Let it be me>는 그런 그녀의 매력이 담뿍 담겨 있는데, 원곡은 로커빌리 가수로 유명했던 Everly Brothers의 1960년 발표,히트곡이다.
Let it be me
I bless the day I found you
I want to stay around you
And so I beg you
Let it be me
당신과 만난 그 날을 축복합니다.
난 당신 곁에 머물고 싶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간구합니다.
당신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
Don't take this heaven from one
If you must cling to someone
Now and forever
Let it be me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가버린다고 해도
나에게서 이 천국같은 행복을 앗아가지 마세요
지금이나 언제까지나
절 당신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
Each time we meet love,
I find complete love
Without your sweet love
Tell me, what would life be?
우리가 매번 사랑을 나눌때마다
난 완전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말해주세요
당신의 달콤한 사랑없이는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까요?
So never leave me lonely
Tell me you love me only
And that you'll always
Let it be me
절 외롭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
귓끝을 아리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겨울이 왔다.
창가에 어리는 서리를 입김으로 호호 녹이며 따뜻한 에스프레소 커피가 너무나 그리워지는 바로 그런 계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음반이다
이 음반은 여러 면에서 평범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편안하다. 그 심플함이야 말로 이 메마른 겨울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