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다시 운동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몸의 실루엣을 만드는 작업이겠지만,
시작한 이후로 통 입맛이 없다.
매 끼마다 닭 가슴살과 오이, 당근, 달걀흰자를 먹어대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수도사의 고행과도 같은 저녁 식사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요즘은 통 보지 않던 tv를 켰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마침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난 인류 멸망의 징조를 예지하고 말았던 것이다! 쿠쿵!
오프라 윈프리는 3명의 독신 여성을 초대해 그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런 저런 가벼운 담화를 나누었다.
초대된 3명의 여성은 경제적으로는 아무 불편이 없어 보였다.
한 명은 소아과 의사였고, 다른 한명은 변호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남성들이 독신 여성을 바라봄에 있어서 가장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인,
외모에 있어서도 그들 3명은 평범한 편이었다.
그 중 한명은 남성을 사귀기 위해,
유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려놓았다고 고백했다.(아마도 그녀는 유태인이었을 것이다.)
또 다른 한명은 개 공원에 산책 나오는 남성들에게 쉽게 말을 걸기 위해 애완견을 한 마리 구입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다 30대 후반의 소아과 의사라고 소개했던 여성이,
자신은 이미 결혼을 포기 했지만 아이를 갖고 싶어 정자은행에 정자 기증 신청을 해 놓았다는 은밀한 사생활을 마침내 털어 놓고 말았다.
정자 기증 신청이라니!
생식하고자 안달이 난 암컷 생명체를 그대로 내버려두는 종(種)의 미래라니!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살펴보라!
인류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생식을 위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다수의 수컷이 하나의 암컷을 사이에 두고 경쟁하고 투쟁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생식을 위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손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이런 사태를 유발하게 만든 현대문명 자체에 나는 깊은 회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즉 우리가 이루어낸 진보라는 것의 정체가 결국 이런 것이었나 하는…….
정보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개인과 집단, 혹은 개인과 개인과의 소통은 점차 힘들어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결국 각 개인은 분자 단위로 원자 단위로 쪼개어져 고립화될 것이 분명하다.
가상 사이버 공간에 불과한 인터넷 온라인을 통해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 종(種)의 미래란 종말 외에 무슨 대안이 있을까?
정자 기증자라는 것의 정체 또한
결국 다수의 여성이 “현재” 선호하는 소수의 특정 유전자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런 소수의 특정 유전자만이 유전자 풀을 장악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미래”에 있어서 종의 다양성과 적응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만약 그 소수의 특정 유전자에 치명적인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나 병이 발생한다면?
인류전체는 필연적으로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작정 ‘들이대는’ 유전자가 필요하다!
앞 뒤 안 가리고 무조건 들이대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말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도(mix & match) 때론 멋들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다가오는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선 무작정 들이대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 인류를 창조하시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 하라!’ 라는 사명을 내리셨다니
우리는 이에 따름이 지극히 합당한지라,
아직 혼자인 독신남성과 여성들은 부지런히 서로에게 들이대야만 하는 것이다.
여행을 계획 중이라서 그런지 오늘 아침엔 여행 가방 사는 꿈을 꾸었다.
난 아주 단순한 편이라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유난히 잘 들어맞는 편이다.
꿈의 출처가 아주 명확하고, 나의 무의식도 분석하기 용이하다.
평소 봐 둔 가방이 몇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무작정 들이대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면세점에 가봐야겠지.
그리고 가격을 보고 흡족해 하거나 아니면 절망해야겠지.
Anyway, 오늘 잡생각은 여기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