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공주처럼 사계절 저학년문고 67
이금이 지음, 고정순 그림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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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공주처럼](이금이 글/고정순 그림, 사계절)
-스포일러 주의.

권일한 선생님이 이 책을 가지고 독서토론하신 것을 보고 이 책을 샀다. 선생님이 쓰신 발문들 보면서 책을 읽고 발문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선생님이 만드신 발문은 슬픔과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정작 이 책을 살 때 후기를 살펴보니 양성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은 양성평등에 관한 책인가? 권일한 선생님이 발문한 내용은 그런 내용이 없었던 것 같은데..

다 읽고 나서 말하는 한줄평은 이 책은 두고 두고 읽어야겠다는 것이다. 동화이지만 진정한 ‘나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책이다. 망나니 공주는 오늘날 우리나라를 사는 아이들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나답게 자라지 못하고 무조건 바르고 옳게,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로 살아야 한다. 바르고 옳게 살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바르고 옳게 살아야 하는 동기가 망나니 공주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면, 나답게 사는 것이 아니라 망나니 공주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어른의 바람답게 사는 것이 되고 만다. 콜버그 도덕성 발달 2단계처럼 벌을 받지 않기 위해 도덕을 지키는 단계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더 나가지 않은 것이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망나니 공주 전설에 나오는 망나니 공주와 왕자는 앵두공주의 엄마와 아빠인 것 같았다. 자신이 잘하는 일만 하고 살면 좋을 텐데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나는 늘 질문을 던진다. 내가 교사로서 잘하는 일이 무엇일까? 학교 가는 일이 마음에 큰 짐이 되고 있는(몇 해는 그렇지 않았다.) 현재에도 여전히 질문한다. 내가 계속 교사로 있는 게 맞을까?
양성평등에만 초점을 두고 이 책을 읽으면 책을 반쪽만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여자다움, 아이다움을 넘어서서 나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일 텐데(글쓴이의 말 87쪽) 얼마 나오지도 않는 양성평등에 대한 책으로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집안일 하기‘에 적합한 책으로 [돼지책]을 고르는데, 아이들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읽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책을 더 읽기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읽으라고 하니까 책을 읽게 하는 것 말고, 목적을 두고 읽게 하는 것 말고, 좋아해서 읽으면 좋겠다.
교과와 관련된 책 읽으며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책을 읽는 도중 만난 이 책은 가뭄에 단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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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위한 초등학교 과학수업 따라하기
박병태 외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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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위한 초등학교 과학수업 따라하기](박병태, 최현동, 김용근, 노영민, 박상민, 최동섭, 전성수, 고민석, 김자영 공저, 이담)

과학전담을 맡아 과학수업과 관련된 책으로 무엇을 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검색 후 이 책을 선택했는데, 결과론적으로는 잘 선택한 것 같지는 않다.
총 열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한 파트씩 논문처럼 작성되어 있다.
1파트인 과학수업모형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나 개론적이다. 나는 항상 수업모형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다. 수업모형을 교대에서 직접적으로 배웠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수업모형 수는 엄청나게 많고, 수업 단계 명칭이 제각각이다. 심지어 같은 수업모형이라도 수업 단계 명칭이 달라 왜 다른지 생각한다. 나는 잘 모르겠다. 각각의 수업모형을 통해 아이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루하루 수업하기 급급한 교사들 중에 수업모형 제대로 적용하시는 분들 과연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올해 전담이니 이왕이면 수업모형 적용해보고 싶은데, 이 책에 나오는 수업모형도 다는 아닌 것 같아서 수업모형에 대한 책을 좀 더 사서 볼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지도안에서 나오는 질문과 답변의 용어가 초등에서 쓰는 질문과 답변은 아닌 것 같아서 아쉬웠다. 내가 아이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생각하고 있나?
제일 흥미있었던 부분은 5파트 측정수업 따라하기였는데, 내가 몰랐던 내용이 많이 있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과학적 지식이었던 것일까?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파트는 동기유발, 평가, 연극, 영재 교수-학습모형에 대한 부분이었다. 동기유발이나 평가, 연극은 (영재 교수-학습모형도 비슷하지만) 과학뿐 아니라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과학 교과와 연계한 부분이 적은 것이 아쉬웠고, 특히 연극은 너무 전문적인 것을 요구해서(이러면 수업은 언제하나..) 아쉬웠다. 영재 교수-학습모형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우리나라는 영재에 대한 부분은 수면 위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지만(영재교육원이나 영재학급 등) 학습부진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담당할 책임으로 돌리고 영재만큼 논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학습부진은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여긴다. 영재에 대해 할당한 만큼이나 학습부진에 대해서도 할당하면 좋겠다. 물론 교과부진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사이트가 있지만, 그 사이트는 국어, 수학에 치중되어 있고(국어, 수학을 잘해야 다른 과목을 잘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자료도 단계별로 제시되어 있지는 않아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기도 하다. 아무튼 이건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아쉬움이다.
어쨌든, 개론적인 이야기보다 실제적인 이야기를 알고 싶은데, 지금 읽고 있는 지도서를 통해서 그런 부분이 채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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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학급경영 - 허쌤의 첫 만남 프로젝트
허승환 지음, 허예은 그림 / 꿀잼교육연구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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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학급경영](허승환/허예은 그림, 꿀잼교육연구소)

허승환 선생님은 초임 때부터인지, 대학생 때부터인지 알았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끔씩 예은이네에 들러 자료 받을 게 없나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있다. [두근두근 놀이수업]을 보고 여러가지를 적용했고, [토닥토닥 심성놀이]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적용해 보리라 생각하며 사두었다. 그럼에도, 지금껏 아이들과 많이 놀지 않았는데, 내가 몸으로 노는 것을 힘겨워하기 때문이다. 머리 쓰며 노는 것만 지나치게 좋아해서(스도쿠, 로직, 1000퍼즐, 나노블럭, 십자말, 빙고, 루미큐브 같은 놀이들) 아이들이 힘겨워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놀기의 고수(?)이다보니 협력하는 놀이를 힘들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 책은 새 학년 새 학기 첫 일주일 동안 선생님의 학급경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매우 자세하고 꼼꼼하게 적혀 있는 책이다. 허쌤(!)과 가상의(?) 초임 선생님과의 대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읽기가 편하고 술술 넘어갔다. 교과 전담이 확정된 이후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전담 시간에도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어서 적용해볼 생각이다.
사실, 12년 동안 교직에 있으면서 ‘나다운‘ 학급경영이 무엇인지 아직 찾지 못했다. 에너지 많고 아이디어 많으신 주변 선생님들을 보면서 도전이 되기도 했지만, 답답하기도 했다. 그나마 성공(?)했던 것은 리코더와 학급일지 쓰기였다. 그마저도 학급일지의 용도는 아이들 협박용(?)이었지만. 내가 좋아하고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에는 끝까지 할 수 있지만, 이제껏 해왔던 학급경영은 이 선생님이 하고 있는 것, 저 선생님이 하고 있는 것, 이것 저것 좋아보이는 것은 다 끌어다가 적용해서 일관성도 없고, 주체적이지도 않았던 것 같다.
허승환 선생님은 놀이로 유명하신 분이지만, 이 책에서는 놀이와 함께 평화를 중요하게 다룬다. 요즘처럼 학교폭력 문제로 많은 선생님들의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에 적절한 책이 아닌가 싶다.
내가 원하는 교실이 어떤 교실인지, 교과 전담을 하는 1년 동안 찬찬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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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 - 눈빛을 반짝이게 하는 글 마음에 깊이 남는 글
권일한 지음 / 우리교육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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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권일한, 우리교육)

권일한 선생님 책은 [성경을 돌려드립니다],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에 이어네 번째 책이다. 선생님 책을 읽으면 선생님의 문체가 느껴진다. 그래서 좋다. 내 글에도 내 문체가 있을까?
다음 시즌(?!) 독서모임 주제가 ‘권일한 선생님 읽기‘라서 이 책을 또 읽게 되겠지만, 또 읽게 되면 어떤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올지 기대가 된다.

아이들이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나는 글을 잘 쓰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아이들이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걸까? 또, 나는 글을 잘 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초등학교(그땐 국민학교였다.) 5학년 때 일기상을 받았다. 초등학교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상이었다. 매달마다인지 분기별마다인지 일기상을 주었던 기억이 나는데, 나는 상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서 기대하지 않았다가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일기 쓰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기상 받고나서도 일기를 매일 쓰지 않았다. 가끔 썼고, 오래 쉬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가끔이라도 일기를 썼던 것은, 일기를 쓰면서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고, 글로 쓰면서 안전함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내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위험하다,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나의 감정을 아이들에게도 투사해서, 아이들의 감정을 글로 잘 써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서인지, 다른 책에 대한 서평을 쓸 때보다 쓰는 것에 좀 더 조심스럽다. 그것은 아무래도 책의 마지막 부분 ‘줄이고 지우고 짧게 쓰세요.‘라는 선생님의 글이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고, 문장을 지나치게 길게 쓰고 있지는 않나, 라는 생각도 든다. 부사, 대명사도 상당히 많이 쓰고 있는 편이었고, 수동태도 많이 쓴다. 나도 가끔 느끼지만, 내 글에서는 ‘~생각이 든다‘, ‘~같다‘, ‘~게 되었다‘라는 표현도 많다. 내 글이 마음에 안 드는 까닭이 여기에 있었던 걸까. 맞춤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것‘이 아니라 ‘내 거‘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부끄러웠는지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이 자세하게 쓸 수 있도록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들은 상담할 때의 질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사랑하시기에 궁금한 것이 생기고, 질문들을 자세하게 던질 수 있는 것일 테다. 대학원 다닐 때 동기 언니가 ‘내담자를 따라가면 된다‘라고 이야기한 게 생각난 것은 우연일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너무 나만 사랑하고 있다. 질문을 찾지 못하는 것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복직을 하며 담임을 맡으면 글쓰기 지도를 따라해 보리라 생각하며 책을 읽었는데, 어쩌다보니 교과 전담을 맡게 되어 이 책 활용은 한참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갈래별 글쓰기에 나온 과목별 글쓰기 예시를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시간으로 지도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기록은 남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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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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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정혜신, 해냄)

이 책 제목은 많이 보았다. 딱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이번 달 독서모임 책이라서 읽게 되었다. 페이스북에서인가, 언뜻 이 부부가 같이 나온 뉴스(?)를 지나쳤는데, 그래서 나는 남편(이 책에서는 영감자라고 따로 책 표지에 나와있기까지 하다.)도 정신의학과 의사이거나 상담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물론 최근까지 심리기획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현재도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은이와 영감자가 둘 다 적혀 있으니 이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검색을 했는데, 음.. 나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뭐, 제3자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영향과 사적인 부분은 따로 봐야 할까? 좀 혼란스럽다(대학원 수업 때 들은 건데, 가장 큰 스트레스 1위는 사별, 2위는 이혼이라고 했었다. 그러니 내가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것도 ‘당신이 옳다‘이지 않을까?).
처음 책을 펼치면 영감자 이명수 씨의 글이 나온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만 안 할 수 있어도 공감의 절반은 시작된 거다.‘(9쪽)는 대목을 보고 이 책을 평가하지 말라는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다른 사람에게 충조평판하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 한 권 읽고 충조평판 안 하기가 쉽나. 쉬웠으면 벌써 했다. 상담 공부 7년 해도 여전히 하고 있는 충조평판인데. 교사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하고 있고. 뭐, 행동의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니 변명이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다.
지금도 나는 정신과 의사와 상담가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글쓴이는 사실 정신과 의사보다는 상담가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상담 공부할 때도 둘의 차이를 배웠던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정신과 의사도 경험한 적이 있고, 상담가도 경험한 적이 있다. 나는 둘 다 별로였는데, 오히려 대학원에서 만난 동기 언니가, 대학원 교수님들이 훨씬 공감을 잘해줬었다. 물론, 공감받지 못했던 공감을 받은 수업도 있었다. 감정이 차게 식었고, 수업이 끝난 이후로 너무 화가 났었다.
그렇다. 이 책은 공감에 대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공감을 조금 더 잘할 수 있을까, 살짝 기대도 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이명수 씨가 초반에서 극찬을 해서 기대를 했건만. 이 책이 기술적인 부분을 말하는 책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이라면 차라리 지금 읽고 있는 [교사의 마음리더십]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옳다‘는 말은 (그릇된) 행동의 배후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글쓴이는 계속 ‘나‘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내 상처가 ‘나‘가 아니라 내 상처에 대한 나의 느낌과 태도가 더 ‘나‘라는 말이다.‘(105쪽)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이 심리적 CPR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밑도 끝도 없이 이 질문, 던져도 괜찮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면서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위험부담을 안는 일이기도 하다.

공감은 상대를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깊은 감정도 함께 자극되는 일이다. 상대에게 공감하다가 예기치 않게 지난 시절의 내 상처를 마주하는 기회를 만나는 과정이다. 이렇듯 상대에게 공감하는 도중에 내 존재의 한 조각이 자극받으면 상대에게 공감하는 일보다 내 상처에 먼저 집중하고 주목해야 한다.(120쪽)

역전이를 설명하는 것 같고, 그 상황에서는 자신의 상처에 먼저 집중하고 주목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기도 한다. 저자는 역전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 부분이 안심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는 말에는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대학원에서 본 사람들은 타고난 공감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것이 공감이다, 저것이 공감이다, 라고 사례도 들고 비유적으로 설명하지만(개인적으로 왜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썼는지 모르겠다. 비유는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라고 본다면 비유를 통해 더 쉽게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더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공감을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나와있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기술적인 책이 아니다. 공감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많고, 그 요소들을 인지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아닌 이상(그 요소들을 인지하면서 대화하면 대화에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소모되는지 안 겪어본 사람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공감은 힘들다. 책에서도 말한다. ‘타인을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공감까지 가는 길 굽이굽이마다 자신을 만나야 하는 숙제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245쪽)‘ 애초에 ‘나는 왜 공감하려고 하는가?‘
나에게 공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보다, 공감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책이 이것은 공감이고, 저것은 공감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 ‘니가 하는 건 공감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알고 있는데, 그걸 다시 각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사람 존재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만 공감이 가능한데, 나는 사람 존재 자체에 관심이 있는 걸까, 그냥 내가 이해하기 위해서 묻고 있는 걸까? 나를 사랑하는지, 상대를 사랑하는지에 따라 공감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까지 지나쳐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제대로 공감해주지 않고 윽박지르기만 한 것 같아서. 마음 한 켠에는 늘 죄책감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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