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정치 (양장) -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비전
짐 월리스 지음, 정성묵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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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정치](짐 월리스/정성묵 옮김, 청림출판)
-다북다복 11th.
-절판

정치,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정치적 중립이다. 교사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해도 안 되고, 모든 정치적 발언에 제한을 받는다. 정치에서 소외되어 있는 집단이다. 작년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사의 말은 정치적으로 얼마나 무의미한지, 무능력한지 깨닫게 되었다.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권침해 사건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는데, 노동3권 중에 단체행동권, 이제는 가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려면 또 한 번 피바람이 불어야 할지도 모른다. 교권침해로 사기가 저하된 현 상태에서, 그 피바람을 견딜 교사는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럼에도, 일상의 모든 부분이 정치와 연결되어 있는데 교사만 정치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말이다.

이런 특수성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굳이 정치 성향을 이야기한다면 중립에 가깝다. 정책은 왼쪽을 많이 지지하지만, 왼쪽 정치인들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기득권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약자 편에 있는 것 같지만, 이용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들을 속인다는 점에서(약자를 위하는 척 하므로) 오히려 더 역겹게 여겨지기도 한다. 선거에서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치에 환멸이 난다.-아, 여기에서 정치를 가지고 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른쪽 정치인들이나 왼쪽 정치인들이나 보기 싫기는 매한가지다. 정치적 중립은 무책임하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는데, 중립도 하나의 정치적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15년 전 미국의 상황을 다룬다. 하나님은 공화당의 편도, 민주당의 편도 아니라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종교의 본분은 이데올로기나 당파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불변의 도덕적 잣대로 좌파와 우파 모두를 비판하는 것이다.(21쪽)

🏷진짜 이슈는 ‘신앙을 정치에 적용하는 일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다.(23쪽)

개신교 내에서의 서로 다른 교리 내용을 통합하려는(?) 시도도 있다. 개인 영성을 중요시하는 분파와 사회 운동을 중요시하는 분파의 (정치적 영성) 통합이랄까.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적 경건과 사회 복음 사이의 어려운 균형점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무조건 예언자적 종교로 돌아가야 한다. (중략) 개인적인 하나님과의 관계를 공적 영역으로 이어가는 것이 예언자적 메시지의 핵심이며, 종교와 정치를 모두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76쪽)
이 ‘예언자적 종교‘에 대해서 계속 언급한다. 정치-사회 변화-에 대해 희망을 가져야 하며, 새로운 ‘바람‘, 즉 가치를 언급해야 한다.-정치인이 바뀔 것을 바라서는 안 된다. 어디서? 종교 공동체에서. 🏷종교 공동체는 단순히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하는 조직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회를 모두 새롭게 하려는 역동적인 반문화 공동체다.(35쪽) 🏷오직 사회적 양심을 일깨우는 새로운 영적 부흥만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36쪽)
‘바람‘은 방향, 즉 비전이 중요하다. 🏷비전이 없으면 사회적 관계에서 의미와 목적이 떨어져 나가고, 공익을 추구하는 마음이나 인간애가 사라지며, 사회 결속이 느슨해져 개인들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 챙기게 된다.
(중략)
비전에서 가치가 나온다.(57쪽)
우리 사회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 오로지 자기 자신만 챙기는 것. 지금, 여기를 강조해서인지 비전은 구닥다리가 된 것 같다. 지금, 여기를 생각해야 할 부분에서는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비전)를 생각해야 할 부분에서는 현재를 떠올린다. 나도 비전을 언제 떠올렸는지 가물가물하다.

영적 가치는 도덕성 그 이상이지만(그렇게 생각하지만), 도덕성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같다. 도덕성조차 없는 신앙인이(신앙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지만) 많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우리를 정치적으로 극심하게 분열시킨 주범은 당파 싸움에서 비롯된 선택적인 도덕성이다.‘(390쪽)라고 말하는데, 동의한다. 무조건 자신이 옳고, 자기 당이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 상대 당을 까내리는 행태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의 정치가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이기에 신앙과 정치를 혼동할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글쓴이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가족 가치.성적 순결.개인적 책임에 대해서는 전통적 혹은 보수적인 반면에 빈곤과 인종차별 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과격하기까지 한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이다.(115쪽)

이 책은 미국 대선에서부터 테러, 전쟁, 비폭력 운동, 중동, 빈곤과 부(공정무역, 개발도상국), 인종, 가족 가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젠다를 다룬다(책에서 ‘어젠다‘라는 표현을 쓰니 나도 한 번 써본다.). 결국 공익을 이뤄내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이 둘을 분리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34~35쪽)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실천하는 🏷‘사회 정의를 위한 봉사는 영적 빈곤을 극복하는 열쇠다.‘(309쪽)라고까지 말한다. 그렇다. 행함이 없는 믿음이 죽은 믿음이라는 것은, 이런 데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똑같은 사회 봉사를 하지는 않지만, 같은 가치 아래에서 활동하는 봉사는 서로 존중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 가치를 우위에 두는 글쓴이는, 동성애자 축복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정확한 쪽수는 기억나지 않는데, 동성애자를 환대하는 교회를 비난하지 말아야 하고, 동성애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회라고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가(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 있어 계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니 논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글쓴이의 의견대로라면, 감리교 목사님 출교 사건은, 동성애자를 축복해도 괜찮은 교단에서 이루어졌다면 상관 없었을 일인데, 그렇다고 동성애 옹호론자들이 감리교에 손가락질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언제나 보수적인(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에 동성애를 옹호하는 사람이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이것도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명이나 인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신앙 가치에는 맞지 않는 걸 어떡하나. 신앙 가치에 맞지 않는 죄를 버젓이 범하면서 징계는 없는 현 교회에, 동성애만 가지고 들불같이 달려드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그럼에도 교회가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지금, 동성애 허용이 마지노선일 것 같고.

자, 그럼 투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완벽과는 거리가 먼 후보자들 중에서 (그나마 덜 나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은 도덕적 타협인가 아니면 점진적 변화를 기대한 윤리적 결정인가?(122쪽)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차악이니까 뽑는다는 말이 이 질문 내용과 같은데.. 글쓴이는 우리에게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내가 이해한 글쓴이의 결론이다.
🏷공익을 보호하려면 개인들과 가족들 사이의 결속, 즉 공동체 의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결속을 유지하는 일에서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새로운 정치적 합의가 싹틀 수 있다.(434쪽)

의문. 글쓴이는 민주주의를 영적 가치(?)로 보고 있다. 영적 가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선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시민이 주인‘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신정합일이 아닌 이상 최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민주주의인 걸까. 그렇다면, 이미 잘못된 가치가 최선인 상태에서, 영적 가치를 정치 가치에 녹여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이 사는 사회가 완벽하지 않으니 이상적인 사회는 천국에서나 만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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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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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이꽃님, 문학동네)
-제8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스포일러 주의

은유의 편지와 은유의 편지가 계속 이어지는 소설이다. 한 명의 은유는 엄마, 한 명의 은유는 딸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편지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은 여러모로 모순을 안고 있다. 내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그랬다. 현재의 인물이 과거에 손을 대면 현재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개연성을 잃는다. 이 책은 현재의 인물이 과거에 손을 대지만, 현재의 사건 안에서만 손을 대기 때문에(그렇다고 해도 머리가 혼란스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다.

현재의 은유는 아빠랑 산다. 엄마가 어떻게 가족을 떠나게 되었는지 아빠가 말해주지 않았다. 중2병을 앓고 있는 은유는 엄마가 궁금하다.
현재의 은유가 보낸 편지가 과거의 은유에게 도착했다. 과거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보다 어리다. 하지만 이 나이는 빨리 뒤집힌다. 과거의 은유가 겪는 세월과 현재의 은유가 겪는 세월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의 영향을 받아 (듣는 사람에게는 이상하다고 생각할) 미래 얘기를 자주 했다. 과거의 은유를 통해 자신의 엄마가 누군지 알아보려던 현재의 은유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한다. 그리고 과거의 은유가 보내는 편지는 점차 흐릿해진다.

언니가 사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데 어째서 편지는 점점 더 희미해지는 걸까.
언니 아직 거기 있는 거지?(207쪽)

가족, 특히 엄마와 딸 사이의 편지라는 점에서, 나는 이미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다. 엄마와 나 사이에 있는 장벽을, 나와 딸 사이에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엄마와 나 사이의 장벽을 내가 허물어야 함에도, 그게 참 쉽지 않다.

나를 생각하게 했던, 읽으면서 울어야 했던 문장(문단?)을 소개한다.

🏷˝넌 가족이 뭐 엄청 특별한 건 줄 알지? 가족이니까 사랑해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믿지? 웃기지 마. 가족이니까 더 어려운 거야. 머리로 이해가 안 돼도 이해해야 하고, 네가 지금처럼 멍청한 짓을 해도 찾으러 다녀야 하는 거야. 불만 좀 생겼다고 집부터 뛰쳐나가지 말고, 너도 엄마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는 척이라도 해봐. 최소한 너도 노력이라는 걸 하라고.˝
물론 지금 내가 적은 것보다 훨씬 많은 쌍욕과 살해 협박이 있긴 했었지. 그렇게 눈에 살기를 띤 모습은 처음 봤으니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가족이라고 해서 네가 원하는 모습대로 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란 뜻이야.
어쩌면 가족이라는 존재는 더 많이, 더 자주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137쪽)

🏷그땐 아빠가 아빠를 처음 하는 것처럼 나도 딸은 처음이라고 원망했는데, 그 여자 말을 듣고 보니까 조금 미안해졌어. 아빠는 노력하고 있었구나. 바보같이 나만 그걸 모르고 있었구나......
있잖아, 언니.
아빠랑 내가 일직선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 양 끝에서 서로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데, 내가 달리기를 멈춰 버린 거야. 그리곤 투덜거리는 거지.
아빠는 왜 더 빨리 달려오지 않는 거야. 왜 이렇게 멀리 있는 거야.
나는 투덜대기만 하고 달리기를 멈춰 버렸어. 아빠는 내가 달리지 않은 만큼 더 많이 달려야 했어. 길이 그렇게 멀어졌는데도 한 번도 투덜대지 않고 나만 보면서 묵묵히.(206쪽)

🏷내 딸이자, 친구이자, 미래의 꿈이었던 은유야.
나는 내 마지막 순간에도 조금만 더 살게 해 달라는 기도 대신, 이렇게 너를 알게 해 준 신의 배려에 감사하다고 기도할 거야.
이렇게 배 속에라도 널 품고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당신의 배려 덕분에 내 딸을 만날 수 있었다고. 내 딸이 예쁜 꿈을 키우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비록 엄마와 딸로 만나진 못했지만 대신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관계로 만날 수 있었으니까 이걸로 충분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그렇게 기도하고 조금 시간이 남으면, 나한테 약간의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땐 네 얼굴 한 번만 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할게.
딱 한 번만 볼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겠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네 곁으로 갈게.
네가 뭔가를 잘 해내면 바람이 돼서 네 머리를 쓰다듬고, 네가 속상한 날에는 눈물이 돼서 얼굴을 어루만져 줄게.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에도, 시험을 잘 친 날에도, 친구랑 다툰 날에도. 슬프거나 기쁘거나 늘 네 곁에 있어 줄게.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2002년 11월 16일
아주 따뜻한 곳에서 엄마가(220~221쪽)

마지막 편지는 너무 너무 슬펐다. 가족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내가 읽은 이꽃님 작가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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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의 여름 이야기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송순섭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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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의 여름 이야기](프란치스카 비어만/송순섭 옮김, 주니어김영사)
-스포일러 주의

책 먹는 여우의 여행 이야기가 시리즈로 나왔다. 아직 봄, 여름, 겨울밖에 안 나왔던데, 가을은 나올 예정인지 궁금하다.-아직 겨울 이야기는 안 읽었다.

책 먹는 여우가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이니, 휴가철인 지금 딱 읽기 알맞은 책이겠다. 나는 한 달 전에 읽긴 했지만. 그래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책 먹는 여우의 목적지는 외딴섬이다. 가는 길부터가 희한하다. 섬 주인이 자기 섬의 위치를 잘 모른다. 겨우 도착한 섬에는 숙소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다. 책 먹는 여우는 나름 자신의 숙소에 만족하고 있다. 작가나 예술가라면 이런 상황에 만족할 것 같다. 나는 통제되지 않으면 불안한 성향이라, 여행도 계획이 짜여 있어야 덜 불안해진다. 이 말은, 불안하지 않으면 계획을 짜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주월드에 가도(몇십 년만에 가는 거일 거다. 도투락월드에서 경주월드로 바뀐 이후로 처음 간 것 같다.), 아이의 키에 맞춰 탈 수 있는 게 뭔지 알아본다. 계획을 완벽하게 세부적으로 세우는 스타일이었다면 동선까지 짰을 테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도장찍기(아이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 모두 타기)를 완료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섬에서 찾은 보물을 섬 주인 호세가 주인에게 모두 되돌려주기 위해 경찰서에 연락하는 장면이었다.-6월에 읽어서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호세가 모른척했어도 아무도 몰랐을 것이었다. 물론 프라이데이 박사나 책 먹는 여우가 함께 보긴 했지만. 초등 동화라 그런지 착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땅에 떨어진 돈은 줍는 사람이 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맡았던 4학년 이하 아이들은 10원짜리라도 나에게 갖다주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 돈 모아서 사랑의빵 저금통에 모아 보냈던 때가 기억난다.

📌내가 읽은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책
✔️슈퍼 토끼의 결심
✔️책 먹는 여우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책 먹는 여우의 여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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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맹순과 오수아 작은 책마을 58
은영 지음, 최민지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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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맹순과 오수아](은영,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8월 도서2

맨 뒤 작가의 글을 읽고, 작가님이 열 살 때를 떠올리며 쓰셨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내가 맡고 있는 열 살 아이들을 떠올렸다. 진짜, 딱 맹순이와 수아 같은 단짝 친구가 우리 반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반 두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었다.
맹순이와 수아는 같은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한 명의 남자아이 한별이를 동시에 좋아한다. 서로가 그 아이를 좋아하니 양보하라고 야단이다. 아이들의 이 마음이 소제목의 시소로 표현된다. 맹순이가 이긴(?) 것 같으면 맹순이 쪽이, 수아가 이긴 것 같으면 수아 쪽이 올라가 있다.
서로가 한별이를 좋아하겠다고 투닥거리지만(심지어 맹순이는 벌에 쏘이기까지 한다.), 정작 한별이의 의중은 전혀 모른다. 읽으면서도 왜 한별이에게 먼저 고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요 녀석들, 한 번도 고백한 적이 없는 거였다. 당연히(?) 남자가 여자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다른 아이에게 선수를 뺏기고 나서야,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덕에 시소는 수평을 되찾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맹순이의 생일에 수아가 한 행동이었다.
한별이의 고백을 받을 생각에 들뜬 맹순이가 생일파티에 아이들을 초대한다. 그러나 그 중요한 생일날 엄마는 동생을 업고 병원에 뛰어갔으며, 생일파티는 파토가 났고, 한별이는 맹순이에게 고백하지 않았다.

❝˝네가 울려고 했잖아! 그것도 생일에 말이야. 생일날 우는 건 너무하잖아? 그러니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갈 수밖에. 아무튼 너 때문에 애들이 다 알아 버렸어. 내가 할머니랑 단둘이 사는 거 말이야!˝
수아는 발로 바닥을 탁 찼어.
맹순이가 쿵 하고 떨어졌어.
수아는 다른 아이들이 아는 걸 원하지 않았어.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는 걸. 엄마도 아빠도 수아를 남겨 두고 멀리 갔다는걸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어. 맹순이는 그걸 알고 있었지.
맹순이는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어. 수아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어.
˝그래도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뭐. 어차피 다 알아 버렸으니. 근데 애들이 우리 할머니가 만든 떡볶이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
수아가 다시 바닥을 차며 떠올랐어.❞(62~63쪽)

이렇게 어른스러운 수아의 모습이라니! 맹순아, 네가 진 것 같다.

우리 반 아이 둘은 서로 단짝이라고 하면서도 종종 싸운다. 학기초에는 너무 싸워서, 얘네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한 번 불러서 얘기한 적이 있지만, 그 뒤로는 학기초만큼 싸우지는 않았다. 학기말에도 한 번 ‘뻥‘하고 터진 적이 있지만.
아무튼, 내가 열 살짜리 아이들에게 너무 큰 걸 바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행동하고 싶은 아이들이다. 수아가 겪은 아픔이 수아를 어른스럽게 만들었지만, 너무 일찍 아픔을 겪으면서 이타심을 기르는 건 너무 마음 아픈 일이다. 그 아이들의 모습을, 싸우는 것을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말고(요즘 같은 시대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다짐한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아이들이다.

작가닝이 닮고 싶은 단짝은 수아였을까?

🔎2024년 하반기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멤버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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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몰려온다 웅진 우리그림책 123
김효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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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몰려온다](김효정,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8월 도서1

타이밍이 절묘하게도, 휴가를 떠나기 직전 이 책이 도착했다. 휴가지에 가져가서 읽으면 딱 적당한 책 제목이라, 여행 가방에 넣었다.

기상청의 뒤늦은 장마 종료일 선언 이전부터, 내가 사는 곳은 뜨거운 햇볕으로 더위 먹을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여름도, 겨울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계절 내내 봄, 가을만 있으면 어떨까, 를 생각하는 나태한 인간인데, 이 책을 보니 여름도 힘든 것만은 아니지, 하는 생각을 하며 여름에 흠뻑 빠졌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수영복 입고 튜브 가지고 바다로 가는 아이들이 있다.-동물들도 있다. 작가님은 섬세하게도, 글자색과 수영복 색을 깔맞춤해두셨다(?). 뒷장에 나오는 여름 음식들도,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소리의 글자색과 음식 색이 같게 해서 여름의 색을 드러내는 것 같다. 각각 자신만의 색을 뽐내는 여름이 바다로 몰려든다. 물장구는 서로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조금만 덜 따가웠으면, 하고 바라는 태양이 식기를 바라며 여름에 동참한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워터파크 갔을 때 이 장면을 떠올리며 태양에게도 물을 튀겼으면 아이도 이 여름을 오래 기억했을 텐데, 싶은 아쉬움이 있다. 올 여름 또 물놀이를 가게 된다면 꼭 해봐야지.

여름을 실컷 즐긴 아이들은 웃음이 터진다. 바다가 이 아이들을(그리고 동물들을) 하나로 만들어주었다. 글자색이 바다처럼 모두 파랗다.

❝어느새 여름도 다 갔어요.

재밌었어.
시원했어.
짜릿했어.

다시 뜨거워지면 또 만나요.❞

여름이 가는 날, 이렇게 인사해야지. 그러면 여름을 대하는 내 태도가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여름이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책이었다.

🔎2024년 하반기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멤버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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