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맹순과 오수아 작은 책마을 58
은영 지음, 최민지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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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맹순과 오수아](은영,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8월 도서2

맨 뒤 작가의 글을 읽고, 작가님이 열 살 때를 떠올리며 쓰셨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내가 맡고 있는 열 살 아이들을 떠올렸다. 진짜, 딱 맹순이와 수아 같은 단짝 친구가 우리 반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반 두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었다.
맹순이와 수아는 같은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한 명의 남자아이 한별이를 동시에 좋아한다. 서로가 그 아이를 좋아하니 양보하라고 야단이다. 아이들의 이 마음이 소제목의 시소로 표현된다. 맹순이가 이긴(?) 것 같으면 맹순이 쪽이, 수아가 이긴 것 같으면 수아 쪽이 올라가 있다.
서로가 한별이를 좋아하겠다고 투닥거리지만(심지어 맹순이는 벌에 쏘이기까지 한다.), 정작 한별이의 의중은 전혀 모른다. 읽으면서도 왜 한별이에게 먼저 고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요 녀석들, 한 번도 고백한 적이 없는 거였다. 당연히(?) 남자가 여자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다른 아이에게 선수를 뺏기고 나서야,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덕에 시소는 수평을 되찾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맹순이의 생일에 수아가 한 행동이었다.
한별이의 고백을 받을 생각에 들뜬 맹순이가 생일파티에 아이들을 초대한다. 그러나 그 중요한 생일날 엄마는 동생을 업고 병원에 뛰어갔으며, 생일파티는 파토가 났고, 한별이는 맹순이에게 고백하지 않았다.

❝˝네가 울려고 했잖아! 그것도 생일에 말이야. 생일날 우는 건 너무하잖아? 그러니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갈 수밖에. 아무튼 너 때문에 애들이 다 알아 버렸어. 내가 할머니랑 단둘이 사는 거 말이야!˝
수아는 발로 바닥을 탁 찼어.
맹순이가 쿵 하고 떨어졌어.
수아는 다른 아이들이 아는 걸 원하지 않았어.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는 걸. 엄마도 아빠도 수아를 남겨 두고 멀리 갔다는걸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어. 맹순이는 그걸 알고 있었지.
맹순이는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어. 수아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어.
˝그래도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뭐. 어차피 다 알아 버렸으니. 근데 애들이 우리 할머니가 만든 떡볶이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
수아가 다시 바닥을 차며 떠올랐어.❞(62~63쪽)

이렇게 어른스러운 수아의 모습이라니! 맹순아, 네가 진 것 같다.

우리 반 아이 둘은 서로 단짝이라고 하면서도 종종 싸운다. 학기초에는 너무 싸워서, 얘네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한 번 불러서 얘기한 적이 있지만, 그 뒤로는 학기초만큼 싸우지는 않았다. 학기말에도 한 번 ‘뻥‘하고 터진 적이 있지만.
아무튼, 내가 열 살짜리 아이들에게 너무 큰 걸 바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행동하고 싶은 아이들이다. 수아가 겪은 아픔이 수아를 어른스럽게 만들었지만, 너무 일찍 아픔을 겪으면서 이타심을 기르는 건 너무 마음 아픈 일이다. 그 아이들의 모습을, 싸우는 것을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말고(요즘 같은 시대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다짐한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아이들이다.

작가닝이 닮고 싶은 단짝은 수아였을까?

🔎2024년 하반기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멤버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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