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스타그램에서 그림책을 소개하시는 선생님의 피드에 있던 책이라 눈에 띄었다. 유아가 보기에는 두께감이 있는데, 그럼에도 우리 아기는 재밌다고 했다.
작가가 눈사람이 아니라 눈아이라고 표현한 의도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눈아이가 눈이 오면 덩치가 커지고 봄이 다가올수록 점점 작아진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눈아이에게 눈, 입, 귀를 그려주니 사람처럼 변하는 모습에서 눈아이라고 명명한 건지도 모르겠다. 눈아이가 꼬르륵 소리를 내는 장면에서 눈아이가 뭘 먹는지 궁금했는데, 주인공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뭉쳐서 눈빵을 만들어 먹여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주인공 아이가 눈아이랑만 노는 걸 보고, ‘얘는 친구가 없나?‘ 생각했는데, 친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마음이 통하는 친구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눈아이와 마음이 통하는 친구였냐고 묻는다면, 학교 친구가 뭐하냐고 묻는 장면에서 주인공 아이가 눈아이와 잡은 손을 놓았기 때문에 그것도 잘 모르겠다.-눈아이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눈아이랑 노는 자신의 모습을 들키는 게 부끄러웠던 걸까.
눈아이와 주인공 아이가 숨바꼭질하는 사이에 봄이 오고 눈아이는 사라진다. 계절이 지나는 동안 눈아이를 계속 찾지만, 찾을 수 없다. 다시 겨울이 되어서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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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 이야기다. 전혀 외국 분위기는 아닌데 독일이 배경이라고 되어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아이가 이 유기묘(미미)를 만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한국 아이의 엄마는 고양이에게 (독일어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을 시키는데, ‘이런 일을 하기도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을 안 길러서인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크게 공감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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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동학년 선생님의 추천으로 [두더지의 고민]을 읽었다. 이 작가님 책이 좋다고 하는데, 사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었다.-친구가 없는 것이 고민인 두더지가 눈을 굴리면서 눈과 함께 굴린 여러 동물들을 구해내며 그 동물들과 친구가 된다는 내용.
한 권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눈에 띄는 김에 한 권 더 읽어보자 싶었다. 그림체가 똑같아서 한 눈에 알아봤다.
개인적으로 [두더지의 고민]보다 이 책이 더 좋았다. 눈과 함께 버스에 타고 싶었던 두더지는 (버스 두 대를 보내고) 세 번째 버스기사에게서 눈(곰 모양)과 함께 타도 좋다는 허락을 얻는다. 따뜻한 버스 안에서 잠든 두더지는 집에 갈 때 친구였던 눈(곰 모양)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집에 가서 할머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다음날, 두더지는 친구였던 곰 모양 눈을 만난다.-할머니가 만든 것으로 추정.
눈과 함께 탈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눈을 버리지(?) 않고 눈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눈의 모양, 크기를 바꾸면서까지 버스를 함께 타고자 하는 마음, 눈과 함께 타도 좋다고 허락한 세 번째 버스 기사의 마음, 두더지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가 만들었을 곰 모양 눈까지. 이런 부분은 함께 얘기해도 좋을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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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 아기는 왜 이 책을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림책이라 공포물은 아니고, 나름의 해피엔딩이다. 더 어릴 때는 계몽사 복간 동화 [유령의 집]을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아빠가 으스스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것을 매우 좋아해서 틈만 나면 아빠에게 읽어달라고 했다.
내가 어렸을 때였다면 그 책을 싫어했을 것 같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싫어서(문득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책을 읽어준 기억이 없다.). 영화 중에서도 공포물은 못 보는데(자극적인 잔상이 오래가는 편이다.), 대학원 교수님이 엄마가 무서우면 귀신을 못 본다고 그랬다.
아무튼, 아기한테 왜 좋은지 물어보니 [오싹오싹 팬티]보다 [오싹오싹 크레용]이 더 좋다고 말하는데 어떤 부분이 좋은지는 말을 못한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아기는 이 책의 속표지의 비밀도 발견했다. 앞의 속표지에서는 오싹오싹 팬티가 화난 표정이고, 뒤의 속표지에서는 행복한 표정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이 책을 워낙 여러 번 읽어서 그런지 중간에 책이 끝나는 것 같은 부분에서도 뒷장에 더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팬티가 서랍장에 안 보여도 화장실에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한다. 다만, 재스퍼가 팬티를 중국으로 보내는 장면에서는 아직 국가 개념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미국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는 ‘다 큰 토끼라서‘이다. 아마 이 부분이 아기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두 해 전부터인가 아기는 스스로를 언니라고 칭했다. 요즘은 ˝내가 다 크면 어떨까?˝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재스퍼는 처음에 오싹오싹 팬티를 무서워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팬티를 없애려고 하지만, 정작 오싹오싹 팬티가 없으니 그리워하고 다시 찾아온다. 다음날 속옷 가게에 가서 오싹오싹 팬티를 왕창 사온 후 자기 방에 만국기처럼 걸어놓은 장면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재스퍼도, 오싹오싹 팬티도 모두가 행복한 결말.
질문을 만들자면, 다 컸다고 생각하나요? 다 커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두려운 대상을 이기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있나요? 내가 만약 재스퍼라면 오싹오싹 팬티를 다시 가져왔을까요? 정도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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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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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막상스 페르민/임선기, 난다)

✒️네에주(NEIGE)

책 제목은 원어로 ‘NEIGE‘이다. 책을 읽으면서 ‘네에주‘라는 인물이 등장했을 때 책 제목을 떠올렸다. 눈(雪)이라는 뜻이겠거니 추측했고, 책을 다 읽은 후 파파고에서 프랑스어로 Neige는 눈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이쿠

하이쿠는 일본의 문학 장르이다. 3행 17음절로 이루어진 짧은 시. 한 음절도 더할 수 없다.(8쪽)

하이쿠를 처음 접한 것은 아마 미우라 아야코의 [길은 여기에]를 읽으면서였던 것 같다. 한글로 번역하면서 17음절인지 어떤지 잘 알 수 없어 하이쿠의 매력을 잘 못 느끼게 되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이 책에도 여러 하이쿠가 나오는데, 아무래도 느낌을 알기가 어렵다.
프랑스 작가인데 일본 문학을 잘 아는 것이 신기했다. 일본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는 게 흥미롭다. 서양 사람들이 느끼는 동양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주인공
책의 주인공은 유코 아키타다. 승려나 군인이 되기를 원했던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시인‘이 되겠다고 했다.

˝시는 직업이 아니야.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지.˝(11쪽)

이 아버지는 시를 쓰는 것은 업으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13년 전에 중학교 친구이자 동료교사였던 친구가 한 말이 지금도 떠오른다. ˝음악은 애인으로 남겨둬.˝ 나는 학교보다 음악을 더 좋아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 친구가 했던 말과 유코의 아버지가 했던 말은 같은 맥락 아닐까. 나는 학교를 선택했지만, 유코는 달랐다.

˝그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겁니다.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11쪽)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법, 멋진 말이다.

처음에 유코라는 이름을 보고 주인공이 여자인 줄 알았다. ‘-코‘라는 이름은 주로 여자에게 붙인다고 했으니까. 네이버 지식백과에도 ‘유코‘는 일본 여성 이름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주인공 이름을 일부러 남성 이름을 여성에, 여성 이름을 남성으로 지은 사강을 떠올리게 된다. 페르민도 그것을 노리고 일부러 주인공 이름을 여성 이름으로 지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했을까? 눈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서? 시인이라는 직업과 잘 어울려서(아버지는 시인을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으니까)? 아니면 이 시대에는 이런 이름이 남자 이름으로 손색이 없었나?


✒️하나에 꽂히다

이 사람은 하나에 꽂힌 사람이다. 하이쿠에, 그리고 눈(雪)에. 눈이 오는 겨울에만 시를 썼다. 하지만 시의 색깔이 흰색이었다. 눈만 알았기 때문이다.

˝왜 눈인가?˝
˝눈은 시이고 서예이고 회화이며 춤이고 음악이기 때문이죠.˝
(중략)
˝자네가 시를 아는 것은 알겠네. 그런데 다른 예술들도 아는가? 서예와 회와와 춤과 음악을 아는가?˝
(중략)
˝저는 시인입니다. 시를 짓지요. 제가 시의 예술에 도달하기 위해 다른 예술들까지 알아야 할까요?˝
˝알아야 하네.˝(37쪽)

이 대화가 왠지 하나만 알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우물 안 개구리‘다.
8년 전에, 지인과의 대화 중에 들은 말이다. ‘넓이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저절로 깊이가 생기고, 깊이를 바라고 나가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넓이가 생긴다.‘ 깊이를 바라면 넓이가 생기냐는 내 질문에, ‘그 깊이를 파고 들어간 사람들은 결국 다른 분야의 깊이와 만나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유코는 깊이는 알아도 넓이를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대화가 넓이를 바라게 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8년 전 그 대화에서 나는 ‘다른 분야의 깊이와 만날 만큼 깊이 팠던 적은 없나 보다‘라고 말했다.


✒️배우려면 내가 가진 것을 내놓아야 한다

유코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인 소세키를 만난다. 색을 가르쳐 달라는 유코에게 소세키는 ˝내게 먼저 눈을 가르쳐주게나.˝(55쪽)라고 말한다. 배우려면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어려운 일

네에주는 줄타는 사람이었다. 마냥 줄이 좋아서 프랑스에서 일본까지 넘어온 여성 예술가.

그녀에게 가장 어려운 건 균형을 잡는 일도 공포를 누르는 일도 아니었다. 현기증으로 멈출 때마다 출렁이는 음악의 선을 걷는 일은 더욱 아니었다. 가장 어려운 건 세상의 빛 속에서 나아갈 때 한송이 눈으로 변하지 않는 일이었다.(76쪽)

생각을 깨뜨린다. 범인이라면 누구나 ‘균형을 잡는 일‘이나 ‘공포를 누르는 일‘을 가장 어려워했을 거다. 한송이 눈으로 변하지 않는 일, 이것이 바로 요즘 말하는 ‘나다움‘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다움‘을 말하는 건, 그만큼 나다움이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송이 눈으로 변하면 나를 잃게 되겠지.


✒️다시, 하이쿠

이 책은 54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마치 하이쿠 같다.

그것은 운명이었다.
한 걸음씩 내딛는 길.
생의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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