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 출근할 때 입을 셔츠들을 다림질했고, 산더미 같은 파스타를 먹었다. 어제 볶음밥을 하면서 채소 재고를 남기지 않으려고 모두 깍둑 썰어 볶아둔 채소를 먹을 방법이 달리 없었다. 달걀도 없고 냉동해둔 밥도 없었다. 


전기주전자로 물을 끓여(시간과 연료 절약) 프라이팬에 붓고 소금 한 숟갈과 스파게티 면을 넣어 10분쯤 끓이다 면이 익으면 짜파게티 끓일 때처럼 물을 대부분 버리고 거기에 소스와 볶아둔 채소들을 넣고 불 위에서 섞는다. 음, 써놓고 보니 정말 짜파게티 조리법 같구나. 


4일 동안 나는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고양이를 돌보고 빨래를 하면서. 평온해졌고 단단해졌다. 



  

# 어떤 날은 이런 바닷가 마을로 출장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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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3-01-23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귀여워욧! >.< 사람같은데요. 누운 자세와 표정이ㅎㅎ^^;

Joule 2023-01-23 20:11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잠이나 자야 멀쩡한 얼굴을 찍을 수 있네요. 사진 찍는 걸 너무 싫어해서 휴대폰 갖다대면 얼굴을 엄청 이상하게 만들어요.

moonnight 2023-01-24 07:1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행동도 사람 같군요. 우리 조카들.ㅎㅎ 사진 찍는 거 정말 극혐ㅎㅎ;;; 해피 뉴 이어 Joule님♡(하트 사과 드려요ㅎㅎ;;)
 


어제 볶아둔 감자, 양파, 당근에 피망, 버섯을 추가하니 완벽한 볶음밥이 되었다. 정확하게 내가 먹고 싶었던 맛의 볶음밥. 채소에 소금 간을 하고 팬에 간장 한 숟갈 정도 그을리니 딱 맞다. 후추는 좋아하니까 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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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23-02-0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 안주로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뭘 몰랐을 때는 소주 마실 때, 흰살 회니, 국물..... 같은 걸 고집스레 찾곤 했는데

요새는 ‘간명하게‘ - 단어의 뜻보다는 단어의 형상 때문에 구사하는 점, 이해 바라요- 집어 먹거나 떠먹을 수 있는 요리안주가 더 당겨요.

뭐, 그냥 그렇다구요. ;)
 

어제의 내가 처리하지 않은 일을 오늘의 내가 꼭 처리할 필요는 없다. 설혹 처리해야 한다 해도 우선순위가 바뀐다. 어제 저녁에 하려고 마음먹었던 욕실 줄눈 보수를 하지 않았는데, 오늘의 나는 욕실 줄눈 보수를 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나는 오늘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어제 세탁한 빨래들이 말라서 건조기로 먼지를 털고 있다. 수건 한 번, 속옷 및 잠옷류 한 번, 겉옷류 한 번. 고양이가 있어서 세탁하는 모든 빨래는 반드시 먼지와 고양이털을 털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청소기를 돌릴 때도 따로 침구 청소기를 사용해 패브릭에 붙은 먼지와 고양털을 제거해야 한다. 지 털이어도 깨끗한 이불과 방석을 고양이는 더 좋아한다. 어쩌다 방석에 자기가 묻힌 얼룩이 있으면 계속 신경 쓰며 그 자리를 피해 앉고 내 눈치를 살핀다. 그런 걸로 뭐라고 한 적 없는데 자리에 실례라도 한 것처럼 미안한 얼굴을 한다. "괜찮아. 이렇게 닦아내면 되지." 하고 내가 물티슈로 슥삭슥삭 닦아내면 내 생각만일 수도 있겠지만 퍽 고마워하는 눈치다. 


소파에서 빨래를 개고 있는데 침대에서 줄곧 칭얼대던 고양이가 소파로 온다. 그리고 얌전히 빨래 바구니 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다. 언니가 빨래를 다 개고 나면 그래서 바구니가 비면 바구니에 들어갈 생각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빨래를 집어들기도 전에 마음이 급한 고양이는 일어나서 벌써 앞발을 바구니에 집어넣는다. 어렸을 때 내가 버릇을  잘못 들였다. 심하게 칭얼대는 아기 고양이를 달랜다고 바구니에 담아 곧잘 놀아주곤 해서 이제 4살이 다 되어가는데도 삼월이는 바구니만 보면 들어가고 싶어한다. 



바구니에 고양이가 담기면 바구니를 들고 나는 집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고양이를 판다. "고양이 사세요. 귀여운 삼색 고양이 있어요. 싸게 팔아요." 그렇게 평소에는 키가 안 닿아서 보지 못했던 싱크대며 찬장이며 수납장 위, 책장 위 등을 천천히 구경시켜준다. 내 딴에는 제가 좋아하는 곳에서 내려주고 싶은데 고양이는 바구니에서 내릴 생각이 도통 없다. 넓은 집이 아니어서 몇 바퀴를 돌고 돌아 대개는 밥그릇 앞에서 멈춘다. "명절이라 사람들이 고양이를 벌써 다 샀나 봐. 오늘은 그냥 맛있는 거나 먹고 가자. 괜찮지?" 여행은 그렇게 끝난다. 



# 바구니 또 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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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지 않는 아침. 50분쯤 일기를 쓰고 40분쯤 책을 읽고 잠깐 고양이를 희롱하다 다시 1시간쯤 나머지 잠을 자고 일어난다. 그렇게 10시를 당연하게 넘긴다. 이제 네 살이 되어가는 귀여운 삼색 고양이는 자기가 잔소리를 해야 내가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신기하게도 '오늘은 휴일이니까 30분만 더 자고 일어날게'라는 말은 용케 알아듣는 듯하다. 그 말을 할 때의 내 표정과 억양 같은 것이 있나 보다. 


# 저 인간이 책을 읽다 곧 또 잠들 거라는 걸 아는 고양이는.




김치볶음밥을 해 먹으려다 이미 냉장고에 너무 오래 있었던 양파와 감자와 당근이 보였다. 다 볶고 나니 피망과 새송이버섯도 있었던 게 생각이 났다. 버섯과 피망의 향, 질감이 더해졌더라면 더 맛있었을 텐데 아쉽다. 양파와 당근은 볶았을 때 부드러운 단맛이 나고, 감자와 당근은 식감이 비슷하다. 감자와 밥은 또 같은 탄수화물이라 변별력이 적고. 후춧가루와 희미한 간장이 간신히 무료함을 달래준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피망과 버섯을 까먹은 이유가 짐작이 간다. 내일 양파, 당근, 피망, 새송이버섯을 넣고 잡채를 하면 어떨까 잠깐 생각했던 것이다. 


세탁기를 두 번, 건조기를 한 번 돌리고 아침에 청소도 잠깐 했다. 이따 마음 내킬 때 잠깐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내려 갔다 오면 오늘의 집안일은 충분히 한 셈. 아, 아무래도 깨끗해지지 않는 욕실 줄눈 몇 개를 백시멘트 이겨 새로 바르는 일이 남았구나. 욕실 인테리어의 핵심은 깨끗하고 하얀 타일 줄눈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에 안정과 기쁨을 가장 즉각적으로 가져다준다. 타일 줄눈 보수는 지난 번에 시행착오를 충분히 겪으면서 요령을 터득했다. 이제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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