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고의 숲
로버트 홀드스톡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뚜렷이 다가오지 않는다. 온 몸에 초록색 칠을 한 처녀이야기꾼이 전해주는 전설은 지나온 길을 자꾸만 되짚어 가게 만들어서 어느새 처음부터 다시 읽곤 하였다. 일상의 분주함이 집중력을 헤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들의 전설에 익숙치 않은 나로서는 그 숲에 그렇게 쉽게 다가설 수 없었다. 마치 형을 찾아나선 스티브가 떡갈나무 숲 속 깊이 들어가지길 거부당하고 같은 길은 헤매어 다니듯이

귀네스... 스티브와 크리스찬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의 미사고는 처녀지 원시림에 대한 동경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의 미사고는 어디에서 탄생하여 어떻게 사그라져 갈까? 나는 더듬거리며 그 숲으로 어렵게 다가간다. 너무나 완벽하게 그려진 귀네스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혹은 더욱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옆에서 숨쉬듯이 생생하게 그려진 귀네스만이 이 책 속에서 뚜렷한 생명으로 존재하는 듯 하다.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풍기는 야성의 냄새가 손에 잡히는 듯하다. 결코 사그라질 수 없는 생명의 원형인 그녀처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이 책 속에 있다. 내가 갈망하는 것, 나의 미사고... 그 것이 무엇인지 잠시나마 생각해보길 원한다면 그를 찾아서 떡갈나무 숲속을 헤매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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