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한창훈 지음 / 한겨레출판 / 199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 뒷장의 눈웃음이 예쁜 작가의 얼굴에는 정겨운 눈매와는 달리 거친 바닷바람이 배어있는 듯하네요.
이전부터 명성이 자자한 홍합을 이제야 읽고 전 이 동갑내기 작가에게 푸욱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저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일을 겪고 이제는 달관한 듯한 얼굴로 웃고 있는 작가에게 말입니다.

홍합을 가공하는 공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속  여인들의 삶은 어찌 그리 신산한지...
하기야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야 한달에 돈 60여만을 벌 수 있는, 그것도 몸이 아프거나 일이 있어 빠질 때는 일당을 제하여야 하는 생활이고 보니 그 삶이 편한 삶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성격도 제각각, 모습도 제각각인 그 엄씨들의 입을 통하여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삶의 모습에 빨려 들어서 수면제 삼아 조금만 읽고 자려고 펴들었다가 다음날 출근인데도 새벽을 꼬박 새우고 말았지요.
욕이 태반인 대화와 바다 것을 만지면 살아가는 고달픈 삶들을 담고 있는 내용인지만 왜 그렇게 친숙하고 정겨운지 참 이상합니다.
전 경상도 출신 부모님을 두어서 경상도 사투리를 듣고 자랐고 저도 모르게 사투리를 쓰기도 하지만 전라도 특히 남도의 사투리는 참 징하게도 정답네요.
장편소설인데도 전혀 지루함을 못 느끼는 이유가  작가의 삶의 전력이 그대로 반영된 세밀하고 현장감 있는 묘사와 눈물과 한탄과 활기가 얽혀 생동감 있게 그려지는 공장 사람들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어 나타나기 때문이겠지요.

마지막 주인공인 정을 떼고 가는 김씨이야기가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허무하고 인정하기 힘든 이별이지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사람은 다시 아픔을 보듬고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삶의 지혜겠지요.
그래 이것이야말로 지극한 사랑의 한 방법일 것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우리네 드난한 삶에 있어서 절망이나 좌절은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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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의 소설을 뭔가 하나는 읽었다고 생각했는데...읽다가 만 것이 한 권 있군요..그 책은 좀 지루했는데. 홍합 재미있겠어요..

모래언덕 2004-11-2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창훈 소설은 홍합 밖에 읽지 못했는데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