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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오 정원
채현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 소설을 묶어 놓은 소설집은 각각의 단편이 갖고 있는 주제와 구성,흐름,기타 소설과의 연관성이 거의 없어 하나의 맥락을 짚기란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그런데 이 소설을 읽어 가면서 뇌리에 파고 들고 느껴지는 점은 사랑으로 인하여 상처를 받고 외로움과 쓸쓸함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우회적이며 (마음의)주술을 모아 신비스럽게 이어가는 스토리,현실 공간에서 발생할리는 없지만 환청과 환상을 모아 못이룬 바를 이루려고 하는 신령스러운 점이 두드러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우리의 삶은 늘 원하고 대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인간과의 관계,자식 부모,부부 사이에 흔히 일어나는 무책임하고 비애적인 면이 강한데 상처받고 홀로 남은 이들의 마음으로의 울부짖음을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어나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8편의 소설들은 제각각 주제와 내용이 상이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소는 비현실적인 주술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외롭고 고독하지만 인생이기에 꾹 참고 버텨나가는 강인한 힘도 있고 상처받은 마음을 복수의 칼날을 내리치려는 기도(企圖)도 엿보인다.또한 모든 것을 관용과 관대함으로 관조하는 '눈물나무'의 자세에선 과연 큰 나무라는 생각도 든다.
숨은 빛의 소피아 할머니는 가녀리지만 따뜻한 마음의 소유를 유지해 주고 있으며 마리오 정원은 한 소녀가 어린 나이에 남자에게 겁탈을 당하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환화초(換花草)로 원망을 달래려 하며 마누 다락방은 할아버지 마누가 가족을 잃고 유일하게 남은 손녀 얀에게 누군가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유하려 했고 모퉁이를 돌면은 자식을 잃은 한 남자가 공동묘지에 영화를 상영하면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서 바람의 영혼과 교감한다는 이야기이며 아코디언,아코디언은 죽은 아들의 유골이 들어 있던 항아리를 간직하면서 자신과 자식간의 영혼의 교감을 무의식적으로 보여 주고 있으며 아코디언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할아버지가 이슬마냥 사라진다는 이야기이며 켄세라는 사랑의 열정과 뜨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줄 사람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고 아칸소스테가는 죽음을 앞둔 아내와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남편의 처연한 심경,글루미 선데이는 좋아하는 연인관계에서 여친이 몸은 남자지만 기질이 여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처지였음이 드러나고 주인공은 시니컬하게도 수많은 입사시험에 탈락하는 젊은날의 방황 이야기로 요약할 수가 있다.
아코디언,아코디언과 글루미 선데이의 경우는 겉은 남자이지만 여성적인 기질로 살아가야만 하는 성적 문화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으며 기타 소설등은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개인이 갖고 있는 심리적인 상황을 환청과 환시,주술적이지만 삶이라는 믿음을 강인하게 내세우려는 저자의 훈훈한 인간적인 배려와 지난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소재,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을 강인하게 헤쳐나가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