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미학 - 우리말 풍경 돌아보기
이상규 지음 / 살림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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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 역사를 바르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것은 일국의 일원으로서 주체의식의 소산이고 과거와 현재의 인과관계를 자연스레 인지하며 나아갈 향방을 예측하는데도 뜻있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제의 쇠사슬로부터 해방이 되면서부터 최근의 한국사에 대해 연대기적이며 지엽적인 사건,사고의 얄팍한 우리역사 알기에 그친것 같아 아쉬었는데, 객관적이며 이념에 가려졌던 세밀한 부분까지 뚫고 속살을 내민 내용을 이 도서에서 읽어 내려 가게 되어 속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또한 사건일지,삽화,사건에 대한 주를 튼실하게 달아 놓아 이해를 한층더 돋구었다.

우리는 해방을 맞이하면서 본의 아니게 강대국(미국과 소련)의 지배하에 이념의 종속국인냥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모든 분야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못해 왔던게 사실이다.이승만의 독재정권 연장을 위해 그에 반하는 세력들이 무참히(4.3항쟁,빨치산 사건등) 살해 되고 부정선거,사사오입사건등으로 이미 이승만의 새빨간 독재,부패가 천하에 드러나고 1960년대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으로 떳떳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었고,이후 박정희의 군부정권이 탄생되면서 경제 개발등으로 국민 소득등 삶의 질이 향상되었지만,그의 반공이데올로기에 반하는 민주세력등에게는 가차없이 짓밟고 수많은 인사들이 투옥되고 처형되는 반민주적인 작태가 자행되었던 것이다.특히 유신독재에 항거하다 희생된 인혁당 사건은 반민주적인 사례로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박정희의 18년간의 치적도 많았지만 그의 독재욕은 왼팔에 의해 운명을 달리하고 또 한 번의 신군부 독재정권이 막을 올리며 1980년대엔 사회정화운동 명목으로 눈에 가시가 될만한 사람들은(삼청교육대를 위시해서) 서슬퍼런 칼날 앞에 많은 인사가 희생이 되었고 전두환은 자신의 권력욕을 앞세워 1980년 서울의 새 봄을 맞이 적대세력인 민주화 쿠데타세력을 제거하겠다는 구실하에 5월18일 광주 시민들이 무참히 희생되고,대학생,진보세력,일반시민들까지 합심으로 결국 군부정권은 1987년 국민 앞에 무릎을 꿇면서 국민의 손에 의한 직선제가 부활하면서 우리는 새역사의 지평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아시안게임,올림픽 게임을 거쳐 외견상 국민 소득은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정경유착으로 인한 탈세,돈세탁,IMF의 사태로 다시 한 번 우리는 총체적으로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고 바로잡아 양심적으로 사는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허탈감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또한 국가의 안위와 후대를 생각해서라도 위정자들이 제대로 된 국가관과 가치관을 진정으로 국민들의 심복이 되어 멋지고 살맛 나는 한국의 모습을 실천해 주었으면 하며 반공이데올로기에 가려져 알 수 없었던 사료들을 더욱 낱낱이 파헤쳐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투명한 정치행태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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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
이경자 지음 / 문이당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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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는 읽은지가 꽤 오래 되어 화가 박수근의 일생이 확연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문득 아들 박성남씨가 어릴적 화가로서의 아버지의 직업에 대한 마뜩잖음과 소원했던 관계가,저의 돌아가신 아버지와 저와의 관계를 떠올리면서 당시의 아버지들은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가정을 꿋꿋히 책임지며 살아갔으리라는 것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나서야 아버지의 고단한 삶 속에서 가정을 제일로 역셨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고박수근 화백은 강원도 양구 오지마을에서 1914년 태어나시고 학교도 다닐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그의 나이 12세가 되던 어느날 밀레의 <만종>이란 작품을 통해 ’살아있는 그림’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고,마음 속으로 따뜻하고 희망에 차며 남을 미워하지 않고 진실되고 선한 생활을 하도록 뜨겁게 기원을 했던 것이다.

1932년 선전(鮮展)에서 <봄이 오다>가 입선되어 가족에게 커다란 기쁨의 선물을 선사했지만 불행하게도 어머니께서 암으로 입원하게 되고 집안의 대소사는 혼자 맡다시피하지만 그림 그리는 일만은 포기하지 않고 정진해 나가고 수채화,유화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지만 열정과 정성을 다해 국전에 출품한 <세 여인>이 아쉽게도 입선되지 못해 박수근은 커다란 낙심과 소외감등으로 마음의 병을 얻게 되고 결국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정상인으로서 삶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게 된다.

아들 박성남은 어렵게 서울공고에 입학하면서 내면의 잠재의식을 발휘한 건지 미술부에 가입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어느날 성남씨의 그림 솜씨를 보고 "넌,밥은 굶지 않겠다"던 아버지의 말씀에 크게 격려을 받으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기에는 연하장등을 그리며 판매대금으로 집안의 생활비에 일조를 하며 화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

말년에 박수근은 과음,과로,황달등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오면서 가족들의 지극정성 간호한 보람도 없이 창창한 51세의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기고 떠나셨던 것이다.그가 남긴 작품들은 생전에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후 유지들에 의하여 새록새록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던 차,옥션경매에서 <빨래터>가 45억2천만원에 경매가 되었다는 것이다.실로 천문학적인 숫자요 그의 작품의 진면목을 알리는 이정표가 된 것이다.

그가 남긴 작품들을 보면 OO여인이라는 제목이 주가 되는데 생전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아내에 대한 사랑의 표현,아내에 대한 고마움,미안함이 녹아 나지 않았나 생각이 들며,어느 화가 동호회등에도 가입하지 않았던 그 당시의 화가 세계의 아웃사이더였고 진실함과 선함으로 충만된 화가의 일생을 보여준 화가계의 거목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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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5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병철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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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세이집을 읽다가,최인호작가가 좋아하고 소년기에 감명을 줬다 해서,’더블린사람들’이라는 수작을 구입하고 오랫동안 서재에 꽂혀 있던 중 얼마 안 있으면 영국에서 하계올림픽도 있고 영국의 이웃나라 아일랜드에 대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발동하였다.더블린하면 아일랜드의 수도이고 오랫동안 영국의 통치하에 있다 1921년 독립국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지만 신구교간의 갈등과 이념으로 많은 유혈사태를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정도였다.

이 작품은 1900년초 아일랜드의 하층민의 생활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발표를 못했던 작품으로 1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글의 목차가 유소년기,사춘기,성숙기,노쇠기의 순으로 나열되어 있어 읽어 가는 동안 쉽게 알 수 있었다.이야기의 배경도 그리 밝지 않은 조그마한 공간,부둣가,바(Bar),오페라극장,눈 내리는 어스름한 언덕 부근등으로 밝고 희망찬 거리나 삶의 모습이 아니고 하루살기에 쫓기는 삶의 역정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어쩌면 우리의 근대화에 따른 개발초기 서울이나 부산의 달동네의 조각조각 이어놓은 판자집이 연상될 정도로 협소하고 을씨년스럽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지만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은 갖지 못한 자,빈곤층들이 이어가는 생활의 못습이라고 하면 딱 맞을 성 싶다.

사지가 마비되어 죽어간 늙은 사제의 그림자는 카톨릭 교회를 상징하며,사춘기에 접어 들었어도 자신의 고민과 갈등을 호소할 길 없이 혼자서 방황하는 소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으며,사회적으로 짓밟힌 인생들의 고달픔과 애수,현재의 침체된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평범 속에 저회하는 소시민의 생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구름 한 점]에 바이런의 시를 소개하고 있는데

바람은 자고 소리도 없는 어둑한 황혼,
실바람 한 오리 헤치지 않는 숲속,
마가렛의 무덤으로 내 돌아와
내 사랑하는 이의 흙 위에
꽃을 뿌리노라
105쪽

시의 리듬이 방 안의 자기를 에워싸는 것을 느끼며 서글픔의 극치를 보여준 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또한 정치 문제를 다루어 그 시대의 풍자와 애수를 대변하는 것도 엿보였고,카톨릭(구교)국가인 아일랜드이니만큼 작가는 <은총>에선 그 세계를 그리는데 주안점을 두었던 거 같다.이 작품의 대미이며 압권이었던 <사자(死者)>는 주인공 가브리엘과 그의 부인 그레타가 엮어 가는 이야기인데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알려주며 더블린 중산계층의 크리스마틋 파티 모습을 펼치며 삶보다는 죽음에로의 회상을 주안점으로 보여 주고 있다.부인이 옛 사랑을 기억하며 현재의 남편보다는 영혼의 고독은 서로 사랑하는 부부간에도 어쩔 수 없게 개재하는 것이며,죽음의 의미는 비로소 새로이 떠오른 것으로 묘사하하고 있다.

 

이 작품은 내내 죽음과 연관되지 않은 작품이 없을 정도로 기구한 운명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지 못하고 스러져 가는 더블린 민중들의 애환을 그린 거 같다.특히 마지막 291쪽의 온 세상에 사뿐히 내리는 눈 소리,그와 아내에게 내리는 죽음처럼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에게 사뿐히 내리는 눈 소리를 들으면서 그의 영혼은 천천히 의식을 잃어갔다.에서 삶과 죽음은 하나인듯 내 심금을 울리는 멋진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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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에 대한 그리움 - 잊혀져가는 거의 모든 것의 아름다운 풍경
김종태 지음 / 휘닉스드림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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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도서를 통해 선조들의 숨결과 지혜,혼맥이 살아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지난 시절의 고단했던 촌부들은 땀으로 온몸이 얼룩지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분들의 모습이 환영마냥 선연하게 다가온다.아침 잠도 없이 새벽닭이 "꼬끼오"하고 울어대면 어르신들은 잠에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때론 논에 물꼬를 열고 논두럭에 자라난 풀이라고 깎기 위해 일찍 아침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선 길어 온 우물물에 싹싹 세수를 한 다음 아침 상에 앉아 맛있게 드시며 숭늉으로 입가심을 하셨다.특히 할아버지는 잎담배로 장죽의 담뱃대에 집어 넣고 뻐끔뻐끔 연기를 날리며 호젓하게 피우시던 주름진 할아버지의 근엄한 모습이 새롭다.

 

 

 

저자는 구리시 인창동 배나무 골에서 1960년대의 추억을 되살리고 잊혀져 가는 옛 것들을 되살려 선조들의 삶을 반추하고 그 속에서 선조들의 순박하고 지혜로운 것들을 모아 편하면서도 바쁘게 돌아가는 현세태를 꼬집으면서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는 배금주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나이가 들어가는 나도 이 점에 대해 공감하고 찬성한다.

 

 

 

역사는 늘 변천과 발전의 반복을 거듭해 왔다.인류에게 안겨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하지만 역으로 인류가 깊게 성찰해야만 하는 것도 지나간 옛 시절의 옛 것은 무심하지만 잘 전달해 주고 있다.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시집살이로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고 끼니 때가 되면 집에 와서 삼시 세 끼를 준비해야 하고 또 다시 논과 밭으로 일을 해야 하며 밤이 되면 말린 광목 옷을 뜨겁게 달구어진 인두로 빳빳하게 다리고 남편,자식들의 옷가지를 개기도 한다.그러다 졸음에 겨워 그만 잠들기도 한다.그에 비하면 아버지는 육체적인 일만 했지 집에 오면 말 그대로 왕 대접을 받는다.어머니가 부엌간에서 끓이고 삶고 지지며 버무린 음식들을 먹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 실은 고향 소식'이라든지 권투 시합 등을 경청하며 나름대로 흥겨워하고 몸과 마음이 들썩뜰썩 하시던 모습도 어제의 일마냥 생생하다.

 

 

 

나는 이 글에 나오는 옛 것들은 보기도 하고 만지기도 하고 직접 몸으로 움직여 본 것들이 대부분이며 생소한 것도 있다.전형적인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어린 시절의 초가집과 호롱불,빗,넓다란 마당,헛간,광,지게,타작,작두,절구통,서까래,구들장,조황신,봉당,버선,쪽,시루,반닫이,조롱박,양은 그릇,뒤주,대바구니,맷돌,화로,다듬이,또아리,골무,조리,놋그릇,체,키,부지깽이,고무신,고수레,서낭당,개떡,막걸리,엿장수,장독대,멍석(덕석),창호지,온돌,뒷간,우물 등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집에서 늘 보고 저절로 친해졌던 사물이고 존재였다.또한 학교를 왔다 갔다 하면서 '역전 상회'라는 곳에서 다양한 군것질 거리와 문구,간이 주막이 한 곳에 있었는데 또뽑기,달고나,눈깔사탕,뽀빠이 등을 자주 사먹고 물든 적이 있다.또뽑기에 우연히 당첨되어 멋진 만년필을 받게 되었는데 상회 주인의 늦장으로 몇 달 만에 내 품에 들어온 기억도 있다.그것도 갈 때마다 빨리 달라고 자주 졸랐기에 그나마 내 손에 들어온거 같다.

 

 

 

1972년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면서 초가는 차츰 사라지고 스레트 지붕과 기와가 줄을 잇고 1980년대가 되면서 양옥이 하나 둘 생기면서 시골 고향 마을도 차츰 변해 갔지만 동네 이웃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늘 정담이 오고 갔고 제사나 잔치가 있으면 앞뒤로 서너 집은 꼭 음식을 담아 심부름을 하던 기억도 있다.당시 화장실은 헛간 옆에 있어서 밤이 되면 소변은 요강에 누곤 했다.다음 날 꽉 찬 소변은 할머니께서 치우고 짚으로 요강 속을 싹싹 닦곤 했다.어릴 땐 큰 것은 혼자 가기 무서워 할머니나 어머니가 측간 옆에 계시도록 부탁을 하곤 했는데 측간 입구 버팀목에는 새끼줄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그 새끼줄에는 여기 저기에서 온 주황색에 가까운 얇은 봉투에 부고장이 엮어져 있었고 보름달이라도 뜨는 날은 그나마 달빛을 벗삼아 공포심이 사그라들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 바쁘게 살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조부모님과 부모님은 몸을 사리지 않으시고 일에 매달리셨다.보리를 파종하고 보리싹이 틀 무렵이면 땅이 녹으면서 보리에 영향이 갈까봐 온 식구가 보리 논을 밟기도 하고 벼모가 자라고 모내기할 무렵이면 어두컴컴한 밤을 횃불로 밝히면서 동네 모꾼들이 모를 찔 때도 있었다.6월 여름이 시작되기에 논다랑이 물 속에는 풀들과 함께 거머리들이 자주 발목을 물기에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있었으며 한여름에는 벼 옆에 자라나는 피를 뽑고 아버지가 소독을 하시면 옆에서 줄을 이어주기도 하고 당기기도 했다.가을이 되면 식구와 놉(일꾼)이 하나가 되어 벼를 베고 한 켠에선 할머니나 어머니가 새참이나 점심을 또아리에 장방형의 광주리에 음식을 이고 오시고 바둑이도 쫄랑쫄랑 따라오던 시절도 기억이 난다.겨울에는 겨울나기를 위해 깊은 산 속에 부모님과 땔나무를 하러 간 적도 많다.이것도 모자라 아버지,어머니께서는 먼 타관에 가셔서 양은 그릇 장사를 하면서 생계와 경제자립도를 올리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전화와 텔레비젼,삐삐,핸드폰과 함께 편리한 세상을 맛보게 되었다.자식들은 장성하여 도회지로 이동하고 시골 마을에 남아 있는 분들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연로한 분들 뿐이다.간혹 성묘로 고향을 들르게 되면 경작하지 않는 논과 밭들이 무성한 풀로 가득차고 타지에서 이사 온 이방인들만 낯설기만 하다.돈을 벌고 출세를 하기 위해 도회지로 이동했지만 모두가 돈을 잘 벌고 출세를 하는 것은 아니다.돈에 눈이 멀고 출세의 줄에 서기 위해 지금 이 순간 젊은 청춘 남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도 냉혹한 세파의 늪에서 헤어나올 줄 모른다.때론 가련하게 보이기도 하다.시대가 변하고 생각과 주의가 다르겠지만 불과 몇 십년 전의 동화와 수채화같은 어린 시절의 정경은 다소 불편했지만 그 삶 속에는 돈으로 해결해 줄 수 없는 인간다움의 정과 행복,연민,동정,공동체의 진정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고 자식들을 기르는 입장에 서고 보니 어른들이 우리들을 위해 각고의 열과 성을 보여준 것에 십분의 일도 못따라 가는거 같다.그것은 돈으로 해결하려 하고 편하게 살려는 보신주의가 뇌리에 가득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비위생적이고 비실용적인 것이 그 옛날엔 많았지만 지금의 삶은 주거와 삶의 양식,행태가 거의 획일적이고 계산적이며 물질과 힘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기준을 삼기에 지난 시절의 선조들의 지혜와 수고,자애심은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오늘날의 세태와 비교할 때 훨씬 값지고 영원하며 존귀한 것이 아닐 수가 없다.

 

지금은 어머니만 남으시고 모두 작고하셨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내내 할아버지,할머니,아버지,마을 이웃들의 동정(動靜),산하의 고요함,평화,순리,공동체의 삶,상부상조의 정신을 되살리게 되고 그 분들이 나에게 보이지 않은 고귀한 지혜와 인내,자비심을 주신 것에 대해 가슴 가득히 감사할 뿐이다.지난 시절의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알아야 내일의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제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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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먹는 서양 철학 써먹는 시리즈 1
레슬리 레벤 지음, 이시은 옮김, 윤형식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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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유구한 역사,문명과 함께 철학의 역사도 깊을 만큼 깊다.철학을 통해 인간이 안고 있는 근원적인 고민과 갈등,해결점,형이상학적인 의문과 해답,사유와 궁리가 시대상과 철학자 개인의 이념과 사상을 동시대에 보여 주면서 감명과 영향을 주기도 했고 후세에 이르기까지 천고불변의 진리로 정착되어 철학도 및 철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생각과 사유의 깊이를 더해 주고 있으니 세속의 돈과 물질에 쫓기고 허우적거리는 현재의 삶을 좀 더 느긋하면서도 삶을 풍요롭게 이끌어 갈 철학과의 사귐은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격'이 되리라 믿는다.

 

그 중 서양 철학은 다양한 시대와 학파,학파와 학파간의 갈등 등이 고대 탈레스부터 현대 자크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55인의 철학자들의 삶과 이력,이념과 사상의 근원을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보여 주고 있다.철학자 한 분 한 분의 주요 사상과 명언,좌표,철학자의 철학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요체,그리고 각 시대 안에서 피고 진 각 학파들의 다양한 철학 사상과 개념은 독보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이며 철학가의 삶 속에서 우러나기도 하고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의 모순을 이념으로 표출하기도 하고 무지몽매한 백성들에겐 계몽의 사상을 일깨워주기도 하며 사회라는 굴레에 얽매여 있는 세인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침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결국 자유로운 몸으로 태어나지만 복잡다단하며 개인의 의지보다는 사회 및 국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그렇기에 주옥같은 55인의 철학 사상 속에 깊게 스며 있는 철학 명언들을 내 삶 속에 녹이고 실천해 가며 자신만의 인문(人紋)의 기틀을 마련해 가는 계기를 만드는 것도 소중하리라 생각한다.내가 좋아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일부를 인용한다.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정당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하라.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것이 사실임을 발견할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전,그리스.로마,중세,이성,계몽,19세기,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시대 변천과 함께 철학 사상과 백화만발했다.분명 개개 철학자들은 시대를 통하여 철학의 요체를 발견했고 그 고뇌와 번민 속에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했으며 때론 시대와 맞지 않아 치열한 이념의 장을 연출하기도 했다.이러한 철학 사상의 요체를 현재 자신의 삶에 비추어 보기도 하고 보다 나은 삶이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실천적인 자세로 수용해 나간다면 생각과 사유의 폭이 증가하고 윤기있는 내일이 오리라 믿는다.철학 속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주위를 계몽시키며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확고히 나가는 계기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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