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일기 - 그곳에 가면 노무현이 있다
노무현 외 지음, 김경수 엮음, 노무현재단 기획 / 부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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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지나간 자리엔 흔적과 향기,여운이 남게 된다.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함께 지냈던 시절을 떠올리며 떠나간 사람이 잘못한 점보다는 '내가 그 사람에게(또는 그녀에게) 잘할걸'하고 후회 섞인 자성을 해보기도 한다.그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저 밑바닥에 흐르는 양심과 착함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자신을 희생하고 나서야 그 진가가 제대로 살아난다면 그것은 아이러니일 수도 있고 생전 그 분의 정치철학을 진실로 헤아리지 못한 탓도 있을테다.생전 대통령 재직시엔 반대 세력들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소신을 제대로 펴보지 못했지만 자연인의 모습에 수수하고 담백하고 진실로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구현내 보고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봉하 마을에서의 귀향 일기는 사진첩과 함께 생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가 민주주의 2.0에 올린 국민들 또는 노사모 회원들간의 진솔한 토론과 소통 그리고 가장 반갑고 그리운 봉하마을 사전 앞에 노대통령을 만나려 찾아 온 수많은 손님들과의 싫지 않고 이야기와 사람간의 부딪힘이 내내 행복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그 어느 대통령보다도 가장 수수하고 인간다우며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그 분의 의지와 철학이 도토리 가루가 묵이 되기 위해 체에 걸러져 침전된 탱탱하고 튼실하고 묵직하게 전해져 온다.

 

 

2008년 2월25일 대통령 퇴임식과 더불어 곧장 봉하 마을로 안착하여 당년 3월부터 12월5일 국민들과의 소통의 이별을 마칠 때까지의 과정이 가식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재직시 그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어찌하였든 그를 보러 거리를 따지지 않고 매일 봉하마을을 찾아간 손님들은 늘 문전성시를 이루고 그는 만나는 시간대를 정하여 싫은 내색 없이 손님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농담과 유머도 잃지 않은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손님들이 딸랑 그를 보러온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봉하 마을에 볼거리를 모색하기도 했다.

 

 

그가 봉하 마을에 자연인으로 귀향하여 가장 마음에 담고 역점을 둔 것은 파괴된 자연생태계의 복원과 친환경 농법(오리농법 벼농사)과 수익성 높은 차 재배에 심혈을 기울이고 스스로 팔을 걷어 부치고 직접 나섰던 것이다.그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효과보다는 국토의 균형 발전과 오염된 생태계 복원을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다.봉하 마을을 끼고 휘감아 도는 화포천의 오.폐수의 문제 해결과 오리를 이용한 벼재배,농가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인도에서 들여온 장군차 재배 등을 지역유지들과 의논하고 합심하며 실천에 옮긴다.

 

 

그가 유명을 달리하고 세상에 없지만 그의 부재는 크기에 그의 유지 및 철학은 뜻있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반드시 실현했으면 한다.그는 개방,참여,공유를 모태로 우공이산이 아닌 노공이산의 국민이 주인이고 주권을 갖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부산 부림사건 변호사 시절부터 머리 속으로 그려왔으리라.한 나라의 수장(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독재하며 소수만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아닌 대다수의 국민들이 주체이고 결정권을 갖은 국민이 살맛나는 세상을 바보스럽게도 꿈을 꾸었던가 보다.지금은 바보같은 정치가보다는 꼼수,비틀기,짜고 치기 등 음행,보복,감시,처벌 등이 그 어느때보다도 심하다.

 

 

봄날과 같이 평화롭고 따뜻한 귀향의 여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참여정부 시절의 기록물을 놓고 현정부와 원본이냐 사본이냐를 놓고 설전이 오가고 노대통령 측근들의 금권비리가 그의 목을 옥죄며 검찰의 서슬퍼런 각본에 투항할 수 없었던 자존심과 지조가 강했던 그는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자신의 육체적 죽음으로 그의 결백을 진실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어록과 주민,손님들과의 대화 내용이 육성 그대로 서술되어 있기에 때묻지 않은 경상도 촌부의 목소리를 그대로 엿듣는거 같다.잘난 체하고 격식을 차리며 권위 의식을 갖은 분이었다면 누구 그 먼 길을 마다않고 발품을 팔아 그를 보러 갔을까? 진심은 낭중치추(囊中之錐)와 같아 언젠가는 밖으로 나오고 세상을 향해 빛줄기를 발하리라 생각한다.그러기에 그가 갖고 품고 세상의 빛을 발하지 못한 개방,참여,공유의 정치철학은 바로 '살맛 나는 세상'이기에 그를 더욱 그리워하고 존경하며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시민민주주의 구현'은 이제 시민이 주권을 쥐고 주인이 되는 진보의 세를 연대하고 확대하여 그가 못이룬 꿈을 후세들이 반드시 이룩해 나가야 한다고 당위성마저 두 손 불끈 쥐게 된다.사진 한 장 한 장 모두가 그리워지고 정겨우며 아깝고 정직하고 겸손한 일꾼을 보냈다는 마음에 내 마음마저 처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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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탱자 2012-01-2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부키 탱자입니다. ^^;
이렇게 봉하일기에 대한 좋은 글을 남겨주셔서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고 감사드립니다.
좋은 서평 덕분에 봉하일기가 더 사랑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저 역시 책 중간 중간 마음을 토닥일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멋진 대통령으로 기억하려고 해요. 봉하에도 봄이 오면 함 다시 가볼까 하고요. 앞으로 더 독자들의 마음에 닿는 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 홈페이지에 함 놀러오세요. 지금 봉하일기 출간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거든요. ^^; 다가오는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올 한해 즐거운 일만 가득하세요~~

우보 2012-01-20 23:21   좋아요 0 | URL
부키탱자님,저야말로 멋진 도서를 접하게 되어 다행입니다.이 도서를 통해 사회구성원들간의 통합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그리고 자연인 노.무.현의 생의 마지막 여정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극히 소박한 모습이 그립고 정겹더군요.^^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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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지식이 일천(一淺)한 나도 지난 한국의 발자취를 들여다보면 한 몸을 초개와 같이 던진 의인들이 많았음을 알게 된다.그들은 당대 국민들의 안녕과 자유,인권,복지 등 더 나은 삶을 실현하기 위해 기초를 다졌던 것이다.가렴주구에 맞서기도 하고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마냥 폭군과 관료들의 부패에 성난 민심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것이다.시대에 따라 분연히 일어섰던 이유는 다소 다르지만 공통점은 보다 나은 삶을 희구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처절한 발로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 노(老)투사 스테판 에셀은 유대인으로서 청년기에 프랑스로 귀화하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그는 프랑스가 안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레지스탕스에 가입하여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기도 한다.'모든 시민에게,그들이 생존방도를 보장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완벽한 구축,늙고 병든 노도아들이 인간답게 삶을 마칠 수 있게 해주는 퇴직연금제도'등이 핵심 의제였다.또한 그는 외교관으로서 세계 인권선언문 초안 작업에도 참여하여 전지구의 모든 인류가 자유와 평등,민주와 복지 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앞장을 섰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세계 인류에게 보내는 분노와 저항,참여를 테마로 일종의 유언 형식의 호소력 짙은 글이다.

 

분노와 저항,참여가 폭력에 기초한 것이 아닌 사회와 국가의 부조리와 불평등 요인을 개혁하여 소수만 누리는 절름발이 사회 구조와 빈부 격차의 심화로 인한 불평등 요인들은 대다수 중산층 이하의 계층들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하고 삶의 의미마저 상실케 하는 전형적인 형태가 현MB정권이 잘 보여주고 있다.국민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탈산업화 사회에서 개인은 정치보다는 문화생활에 치중하고 SNS를 통해 인맥형성과 정보 교류에 몰입하고 있는거 같다.

 

소수의 부유층인 강부자 세력과 고소영의 인맥군단이 현정권을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더욱 가관인 것은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진진 25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민주화를 후퇴시키는 정치행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답답하기만 하다.일부 양심세력과 의식있는 자들의 과단성 있는 호소력과 용기에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희망'이 죽지는 않았다고 자위해 본다.

 

모두 아는 사항이지만 용산 철거민 사태(용역 깡패를 이용하여 주민 폭행하고 치사에 이르게 함),국민의 혈세를 거둬 들여 4대강 운하에 쏟아 붇기,사법과 언론 세력 길들이기,국민의 표현의 자유 짓밟기,변치 않는 정경유착 등이 현대 한국사회의 부패의 온상이고 민주화가 후퇴되고 있는 증거이다.정치를 잘 하라고 뽑아준 선량들은 초심은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사익 챙기기에 바쁘고 진심으로 국민에게 다가오고 실천하는 선량들은 가뭄에 콩나듯 하는 형국이다.최근엔 BBK사건에 대한 진상이 만천하에 드러나니 정권 유지에 발목이 잡히고 후환이 두려운듯 일사천리로 수사가 진행되고 법조계의 판결은 마치 MB정권의 시녀(侍女)로 전락된지 오래다.

 

이 도서는 얇고 적은 양이지만 시사하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돈과 권력,명예를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자도 있지만 대다수는 부모의 노동과 개인의 눈물겨운 노력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결정된다.특히 현대사회는 배금사상이 사람의 의식 속에 깊게 깔려 있고 수직지향적이고 출세지향주의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의식 구조도 한몫 하기에 말은 직업의 귀천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람의 외면과 명예,가문,학풍,재력 등을 많이 가린다.그러기에 사회구성원간의 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구성원간의 불신 풍조가 짙고 범죄,자살,우울증 등의 사회적 문제가 OECD국가중 최고 수치가 아닐까 한다.

 

분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사회를 대상으로 느끼고 분연히 행동으로 보여주는 비폭력 저항,참여,연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1950년대 이후 베이비 붐세대가 연금세대가 되어 가고 비정규직이 전세계 1위이며 자살율 1위,국민의 생활지수 및 행복지수는 거의 밑바닥인 상황에서 그래도 희망을 갖어 보는 것은 양심과 의식이 살아있는 자들끼리의 진정한 연대의식이라고 생각한다.프랑스의 경우는 개인 및 사회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분노와 저항을 하게 되면 사회에 분노하는 세력에 동조하고 힘을 실어준다고 하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힘없는 자들이 정권에 소리치는 모기소리쯤으로 여기고 무능력의 변명거리로 생각하는거처럼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참 안타깝다.서로가 잘 살아보자는 취지로 들고 일어서는데 아직도 좌파 및 용공세력으로 간주하는 구시대의 발상과 아전인수격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사회도 잘못된 제도와 소수에 의한 정권 유지,민주화를 후퇴하는 역행은 종지부를 찍어야 할때라고 본다.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인권,복지를 책임지고 건실하게 국가 경영을 일궈갈때만이 사회구성원간의 통합은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불평등 요인도 완화되리라 생각한다.조국교수의 지적처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 문제는 정치.경제의 투명한 민주화,교육제도의 개혁,소수자(외국인 근로자 문제에 국한함)의 인권 보장 수준에 이르기까지 세계만방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과 전리품이 아닌 국민이 납득하고 공감하며 한국 사회에 사는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구조의 변환과 분위기 형성만이 모두가 상생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방편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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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직업의 역사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8
이승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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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각과 이기적 본능으로 인해 직업 세태가 다양하게 변천되는거 같습니다.기억과 추억 속의 남은 직업이 무엇인지 눈을 감고 생각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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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홍 - 彩虹 : 무지개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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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를 통해 남성은 사회성과 신분 상승을 중시하고 여성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와 소통을 중시하는거 같다.그러하기에 결혼한 여성이 부군 내지 남편과 사이가 벌어지고 냉랭해지면 사랑이라는 울타리는 벗겨져 나가고 서로 소원해지며 종국에는 헤어질 수도 있는 극한 상황까지 간다.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력과 성격 차이,무관심 등으로 헤어지는 일은 개인을 위한 길이라면 주위의 눈치나 불명예 따위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거 같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고 부모가 맺어준 혼인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살아가야만 했던 시절이 부모님 이상의 세대는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살아야만 했던 인권과 자유가 억압되었던 시절이 있었다.그 중에 조선의 세종의 며느리 순빈 봉씨는 부군이 세자이었고 세상 물정 모르는 10대에 혼인을 올리며 사랑이 뭐고 살을 섞는 것조차 모르는 어린 세자와 불편한 나날을 보내야 했으며 세종의 뒤를 잇기 위한 각종 수업과 대인 관계에만 신경을 쓰고 잠자리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숙맥과 같은 세자를 향한 불타는 정념과 탈주극이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봉빈의 가슴 아픈 사연을 그림 그리듯이 그려가고 있다.

 

임금과 왕비의 낙점을 받아 순빈에 오른 세종의 며느리 봉빈은 임금과 왕비의 문안 인사부터 왕조의 규율과 격식에 맞춰 울타리에 갇힌 새마냥 자유가 있는 일반인이 아니기에 정신적인 고통이 컸을 것이다.세상이 고요하고 정지된 밤이 되면 그 날의 이런 저런 얘기와 정담을 나누고 살을 섞어가는 극히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의식을 세자는 몰랐던 것일까? 봉빈을 보고 세자는 '소가 닭보듯이'철없이 무관심으로 대하고 봉빈은 끌어오르는 생리와 정욕을 주체할 수가 없어 마음 속으로 안달이 절정에 이르게 된다.임금(세종)과 왕비는 세자와 봉빈으로부터 세손의 소식이 없자 부모와 자식이 너무 가까이 있어 신경이 쓰일까봐 종학(宗學)으로 가게 하고 젊은 부부가 자유스럽게 생활하도록 배려하며 세손까지 바란다.

 

학문적으로 수양하고 임금 교육을 받기 위해 세자는 봉빈과 거리를 두게 되고 밤에도 같은 침소를 쓰지 않는 등 정상인이 보았을때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고 성정체성이 무엇일까까지 의심마저 든다.세자의 성격 또한 결벽증 환자마냥 머리카락 한 올,먼지 냄새,꺼림칙하고 불완전한 것들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정된되고 청소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소유자인거 같다.봉빈 역시 세자를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올지를 생각하면서 상상 임신까지 하면서 임신 소동까지 벌어지고 결국엔 낙태를 빌미로 자신이 꾸민 가짜 임신사실을 감추기에 바쁘고 궁궐에 들어온 궁녀나인들 중에 소쌍이 봉빈의 정념을 휘려쳤는지 결국 봉빈은 생물학적으로 같은 성인 소쌍과 함께 옷을 풀어헤치고 몸을 더듬으로 손과 몸,입으로 동성간의 야릇하고 허망하며 길게 가지 못할 구렁텅이로 빠지고 만다.세상엔 비밀이 없듯 임금과 왕비의 귀에 봉빈의 일탈적인 행위가 소문으로 남게 되고 임금은 봉빈을 불러 앉혀 사실 여부를 캔다.봉빈은 남편인 세자로부터 못받은 사랑과 굶주린 사랑을 떠나 행위의 자초지종을 고백했을까?

 

봉빈은 비록 사랑과 욕망을 동성에게서 찾았지만 분명 자신의 사랑과 욕망을 숨기지 않고 표출했던 비범한 인물이고 세자는 성불구자가 아닌 이상 자신과 함께 살아야 하고 사랑을 주고 배려를 해야 하는 부군의 입장에선 죄의식과 책임감이 결여된 인물이며,비록 세자가 나이가 어리고 세상 물정을 모른다 해도 주위에서 잠자리 교육과 2세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다.봉빈이 임금과 독대를 마치고 뜰 앞에 선 기분은 어떠했을까,숨김 없고 솔직했던 봉빈은 그 후 세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었을지가 무척 궁금하다.금기시되고 위태로운 동성애는 현재도 사시도 바라보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체제와 규율,가문이 중시되었던 조선의 왕조 가문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자체가 파격적이고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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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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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못하는 동물도 보이지 않은 불안의 심리가 얼굴에 쓰여져 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뇌하는 인간에게는 욕망과 탐욕으로 인해 속이 부글부글 끓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며 누군가 나를 뒤쫓아 오는거 마냥 좌불안석이 되기도 하면서 개구멍이라고 숨고 싶을 심정일 것이다.이러한 욕망과 탐욕,죄의식 등으로 인해 생기는 심리적 불안정을 일컫는 불안감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과 사회,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불안 의식과 불안 형태를 띠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탈산업화의 시대,신자본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개인의 창의력과 소수정예를 향한 분투,치열한 생존의식과 경쟁을 쉴 수없을 정도로 살아가야만 하는 당위성과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에 마음은 썩어가고 불안과 초조,감내하기 힘든 좌절감은 가일층 커져만 간다.그러기에 개인이 갖고 있는 제반 불안요소를 완화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와 안전망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이 하루 아침에 나를 앞질러 가는 꼴을 앉아서 보기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사촌이라해도 그냥 앉아서 땅을 샀을리가 없을 것이다.그 나름대로 돈을 빌렸든 벌어 놓은 돈이 있었든 그 사람의 재력과 능력인데 왠지 모르게 한국 사회 풍토와 인식상 주변 사람이 갑자기 출세하고 두각을 나타내면 축하는 못할 망정 주변과 냉랭하게 되고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이 역시 넓게 보면 지위,즉 사회적 신분 및 입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열등의식과 자격지심이 똬리가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사회는 제도와 규율,수용가능한 인원을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게끔 간접 유도를 하게 되고 이러한 범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물불 안가리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자신과 가족을 위해 혈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심리적인 불안감은 자신의 능력의 한계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지만 소득과 지위,명예,가문에 의한 것도 커다란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개천에서 용 난다'고 했다.학습동기,목표,인생관,의지,열정이 한데 어우러져 뚝심으로 파고 든다면 설령 돈이 없다 하더라도 원하는 대학,직업,사회적 지위까지 얻을 수가 있지만 지금은 이러한 의지와 노력,열정만으론 안되는 세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재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부모의 인맥이 튼튼해야 하며 당사자의 스펙과 스토리텔링도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아야 하는 상황에 도래한 것이다.반대로 재력과 인맥이 부실한 경우에는 혹여 사회 낙오자라도 될까봐 아버지,어머니가 서로 맞벌이를 하면서 자식들의 교육과 미래에 전력 투자하고 있는 가련한 한국의 사회 풍토이다.아무튼 그 어느 때보다도 삶의 질이 낮아지고 불투명하고 불안하며 보장이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한국 사회구성원들은 지금보다 정신적으로 나은 행복한 삶이 도래해 보기를 기대해 본다.

 

알랭드 보통은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불안 심리를 원인과 해법으로 학문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왜 불안할까? 지금보다 더 행복한 미래,삶,인간관계,소득과 명예를 위해 목적과 목표 의식을 갖고 있다.모두가 앞과 뒤,옆을 보는 것보다는 위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수직지향적 성향을 갖고 있고 위는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는 사회적 구조와 속성으로 인해 위로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기대심리만큼 좌절도 크리라 생각한다.존에 의하면 통치자는 머리이고,의회는 심장이며,법원은 허리이고,관리와 판사는 눈,귀,혀이며,재무 담당자들은 배와 내장이고,군대는 손이며,농민과 노동자는 발로 비유하고 있다.사랑결핍,속물근성,기대,능력주의,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 심리가 발생하고 그것이 원인이라면 철학과 예술,정치,기독교적 관점,보헤미아인들의 삶의 의식을 통해 불안 심리를 줄여 나가는 것을 제시해 주고 있다.

 

지위와 관련하여 근대의 이상도 자연스럽지도 않고 신이 주신 것처럼 보이지도 않게 된다.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과 산업 생산,정치 조직의 변화에서 사회적 지위,신분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개인들간의 경쟁의식은 서서히 커져만 갔던 것이다.또한 언론 매체에서 부각시키고 있는 물질주의,기업가 정신,능력주의에 대한 열망은 체재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다수는 이 체제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며 이러한 지위로 인한 이상 때문에 불편과 불안 의식이 사라지지는 않는 점이다.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여권신장이 커지고 개인의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시되고 있는 현대에선 정치적 평등과 사회적,경제적 기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기에 체제를 쥐고 있는 소수보다는 그 반대편의 대다수는 계층간 소외의식과 능력의 한계로 인해 불안감과 좌절감을 함께 맛볼 수밖에 없다.

 

사회적 기반이 '능력주의'로 인정 받으면서 경제적 성취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거둔 것으로 이해되고 부를 축적한 사람은 일단 주요한 미덕이 최소한 네 가지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창의성,용기,지능,체력이며 겸손이나 경건은 이젠 눈길을 끌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고 과거 사회에서처럼 '행운'이나 '섭리'나 '신'때문이라고 회자되지는 않는다.나아가 실업자는 전사들의 시대에 육체적으로 허약한 사람들처럼 수치(羞恥)를 느끼게 되며 돈으로 윤리적 가치 및 그 소유자의 미덕의 증표까지로도 여기게 되니 그 반대의 부류는 심한 상실감과 우울증,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악습의 또 다른 현상까지 빚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특권을 누리고 높은 지위에 있으며 쾌락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도 '죽음'이라는 생물학적 관점을 이해한다면 가장 우울하고 잔인한 교훈을 안겨줄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것에 익숙하고 삶을 즐기는 부류들은 주유하고,아름답고,유명하고,권세 있는 사람들의 표본이기에 죽음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고 그것이 치명적인 것이 될수가 있다고 본다.

 

사회 구성원들간에 불평등 의식과 부조리가 줄어들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정권을 쥔자가 아닌 대다수의 일반인의 사회의 주체가 되는 세상)이 도래된다면 불필요한 욕망과 탐욕은 줄어들 것이며 개인이 느끼는 불안 심리,우울증,자살율 등은 최소화되리라 생각한다.불안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마음 속의 다짐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 구성원간의 불신과 부조화,불평등 의식이 크기에 개인부터 국가에 이르는 불안은 정신적으로 부정적이고 소모적인 측면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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