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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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지식이 일천(一淺)한 나도 지난 한국의 발자취를 들여다보면 한 몸을 초개와 같이 던진 의인들이 많았음을 알게 된다.그들은 당대 국민들의 안녕과 자유,인권,복지 등 더 나은 삶을 실현하기 위해 기초를 다졌던 것이다.가렴주구에 맞서기도 하고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마냥 폭군과 관료들의 부패에 성난 민심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것이다.시대에 따라 분연히 일어섰던 이유는 다소 다르지만 공통점은 보다 나은 삶을 희구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처절한 발로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 노(老)투사 스테판 에셀은 유대인으로서 청년기에 프랑스로 귀화하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그는 프랑스가 안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레지스탕스에 가입하여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기도 한다.'모든 시민에게,그들이 생존방도를 보장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완벽한 구축,늙고 병든 노도아들이 인간답게 삶을 마칠 수 있게 해주는 퇴직연금제도'등이 핵심 의제였다.또한 그는 외교관으로서 세계 인권선언문 초안 작업에도 참여하여 전지구의 모든 인류가 자유와 평등,민주와 복지 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앞장을 섰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세계 인류에게 보내는 분노와 저항,참여를 테마로 일종의 유언 형식의 호소력 짙은 글이다.

 

분노와 저항,참여가 폭력에 기초한 것이 아닌 사회와 국가의 부조리와 불평등 요인을 개혁하여 소수만 누리는 절름발이 사회 구조와 빈부 격차의 심화로 인한 불평등 요인들은 대다수 중산층 이하의 계층들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하고 삶의 의미마저 상실케 하는 전형적인 형태가 현MB정권이 잘 보여주고 있다.국민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탈산업화 사회에서 개인은 정치보다는 문화생활에 치중하고 SNS를 통해 인맥형성과 정보 교류에 몰입하고 있는거 같다.

 

소수의 부유층인 강부자 세력과 고소영의 인맥군단이 현정권을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더욱 가관인 것은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진진 25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민주화를 후퇴시키는 정치행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답답하기만 하다.일부 양심세력과 의식있는 자들의 과단성 있는 호소력과 용기에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희망'이 죽지는 않았다고 자위해 본다.

 

모두 아는 사항이지만 용산 철거민 사태(용역 깡패를 이용하여 주민 폭행하고 치사에 이르게 함),국민의 혈세를 거둬 들여 4대강 운하에 쏟아 붇기,사법과 언론 세력 길들이기,국민의 표현의 자유 짓밟기,변치 않는 정경유착 등이 현대 한국사회의 부패의 온상이고 민주화가 후퇴되고 있는 증거이다.정치를 잘 하라고 뽑아준 선량들은 초심은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사익 챙기기에 바쁘고 진심으로 국민에게 다가오고 실천하는 선량들은 가뭄에 콩나듯 하는 형국이다.최근엔 BBK사건에 대한 진상이 만천하에 드러나니 정권 유지에 발목이 잡히고 후환이 두려운듯 일사천리로 수사가 진행되고 법조계의 판결은 마치 MB정권의 시녀(侍女)로 전락된지 오래다.

 

이 도서는 얇고 적은 양이지만 시사하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돈과 권력,명예를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자도 있지만 대다수는 부모의 노동과 개인의 눈물겨운 노력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결정된다.특히 현대사회는 배금사상이 사람의 의식 속에 깊게 깔려 있고 수직지향적이고 출세지향주의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의식 구조도 한몫 하기에 말은 직업의 귀천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람의 외면과 명예,가문,학풍,재력 등을 많이 가린다.그러기에 사회구성원간의 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구성원간의 불신 풍조가 짙고 범죄,자살,우울증 등의 사회적 문제가 OECD국가중 최고 수치가 아닐까 한다.

 

분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사회를 대상으로 느끼고 분연히 행동으로 보여주는 비폭력 저항,참여,연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1950년대 이후 베이비 붐세대가 연금세대가 되어 가고 비정규직이 전세계 1위이며 자살율 1위,국민의 생활지수 및 행복지수는 거의 밑바닥인 상황에서 그래도 희망을 갖어 보는 것은 양심과 의식이 살아있는 자들끼리의 진정한 연대의식이라고 생각한다.프랑스의 경우는 개인 및 사회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분노와 저항을 하게 되면 사회에 분노하는 세력에 동조하고 힘을 실어준다고 하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힘없는 자들이 정권에 소리치는 모기소리쯤으로 여기고 무능력의 변명거리로 생각하는거처럼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참 안타깝다.서로가 잘 살아보자는 취지로 들고 일어서는데 아직도 좌파 및 용공세력으로 간주하는 구시대의 발상과 아전인수격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사회도 잘못된 제도와 소수에 의한 정권 유지,민주화를 후퇴하는 역행은 종지부를 찍어야 할때라고 본다.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인권,복지를 책임지고 건실하게 국가 경영을 일궈갈때만이 사회구성원간의 통합은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불평등 요인도 완화되리라 생각한다.조국교수의 지적처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 문제는 정치.경제의 투명한 민주화,교육제도의 개혁,소수자(외국인 근로자 문제에 국한함)의 인권 보장 수준에 이르기까지 세계만방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과 전리품이 아닌 국민이 납득하고 공감하며 한국 사회에 사는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구조의 변환과 분위기 형성만이 모두가 상생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방편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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