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봉하일기 - 그곳에 가면 노무현이 있다
노무현 외 지음, 김경수 엮음, 노무현재단 기획 / 부키 / 2012년 1월
평점 :

사람이 지나간 자리엔 흔적과 향기,여운이 남게 된다.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함께 지냈던 시절을 떠올리며 떠나간 사람이 잘못한 점보다는 '내가 그 사람에게(또는 그녀에게) 잘할걸'하고 후회 섞인 자성을 해보기도 한다.그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저 밑바닥에 흐르는 양심과 착함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자신을 희생하고 나서야 그 진가가 제대로 살아난다면 그것은 아이러니일 수도 있고 생전 그 분의 정치철학을 진실로 헤아리지 못한 탓도 있을테다.생전 대통령 재직시엔 반대 세력들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소신을 제대로 펴보지 못했지만 자연인의 모습에 수수하고 담백하고 진실로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구현내 보고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봉하 마을에서의 귀향 일기는 사진첩과 함께 생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가 민주주의 2.0에 올린 국민들 또는 노사모 회원들간의 진솔한 토론과 소통 그리고 가장 반갑고 그리운 봉하마을 사전 앞에 노대통령을 만나려 찾아 온 수많은 손님들과의 싫지 않고 이야기와 사람간의 부딪힘이 내내 행복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그 어느 대통령보다도 가장 수수하고 인간다우며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그 분의 의지와 철학이 도토리 가루가 묵이 되기 위해 체에 걸러져 침전된 탱탱하고 튼실하고 묵직하게 전해져 온다.
2008년 2월25일 대통령 퇴임식과 더불어 곧장 봉하 마을로 안착하여 당년 3월부터 12월5일 국민들과의 소통의 이별을 마칠 때까지의 과정이 가식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재직시 그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어찌하였든 그를 보러 거리를 따지지 않고 매일 봉하마을을 찾아간 손님들은 늘 문전성시를 이루고 그는 만나는 시간대를 정하여 싫은 내색 없이 손님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농담과 유머도 잃지 않은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손님들이 딸랑 그를 보러온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봉하 마을에 볼거리를 모색하기도 했다.
그가 봉하 마을에 자연인으로 귀향하여 가장 마음에 담고 역점을 둔 것은 파괴된 자연생태계의 복원과 친환경 농법(오리농법 벼농사)과 수익성 높은 차 재배에 심혈을 기울이고 스스로 팔을 걷어 부치고 직접 나섰던 것이다.그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효과보다는 국토의 균형 발전과 오염된 생태계 복원을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다.봉하 마을을 끼고 휘감아 도는 화포천의 오.폐수의 문제 해결과 오리를 이용한 벼재배,농가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인도에서 들여온 장군차 재배 등을 지역유지들과 의논하고 합심하며 실천에 옮긴다.
그가 유명을 달리하고 세상에 없지만 그의 부재는 크기에 그의 유지 및 철학은 뜻있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반드시 실현했으면 한다.그는 개방,참여,공유를 모태로 우공이산이 아닌 노공이산의 국민이 주인이고 주권을 갖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부산 부림사건 변호사 시절부터 머리 속으로 그려왔으리라.한 나라의 수장(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독재하며 소수만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아닌 대다수의 국민들이 주체이고 결정권을 갖은 국민이 살맛나는 세상을 바보스럽게도 꿈을 꾸었던가 보다.지금은 바보같은 정치가보다는 꼼수,비틀기,짜고 치기 등 음행,보복,감시,처벌 등이 그 어느때보다도 심하다.
봄날과 같이 평화롭고 따뜻한 귀향의 여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참여정부 시절의 기록물을 놓고 현정부와 원본이냐 사본이냐를 놓고 설전이 오가고 노대통령 측근들의 금권비리가 그의 목을 옥죄며 검찰의 서슬퍼런 각본에 투항할 수 없었던 자존심과 지조가 강했던 그는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자신의 육체적 죽음으로 그의 결백을 진실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어록과 주민,손님들과의 대화 내용이 육성 그대로 서술되어 있기에 때묻지 않은 경상도 촌부의 목소리를 그대로 엿듣는거 같다.잘난 체하고 격식을 차리며 권위 의식을 갖은 분이었다면 누구 그 먼 길을 마다않고 발품을 팔아 그를 보러 갔을까? 진심은 낭중치추(囊中之錐)와 같아 언젠가는 밖으로 나오고 세상을 향해 빛줄기를 발하리라 생각한다.그러기에 그가 갖고 품고 세상의 빛을 발하지 못한 개방,참여,공유의 정치철학은 바로 '살맛 나는 세상'이기에 그를 더욱 그리워하고 존경하며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시민민주주의 구현'은 이제 시민이 주권을 쥐고 주인이 되는 진보의 세를 연대하고 확대하여 그가 못이룬 꿈을 후세들이 반드시 이룩해 나가야 한다고 당위성마저 두 손 불끈 쥐게 된다.사진 한 장 한 장 모두가 그리워지고 정겨우며 아깝고 정직하고 겸손한 일꾼을 보냈다는 마음에 내 마음마저 처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