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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도서의 제목이 마치 모 매체의 광고를 연상케 한다."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가 상기되었다.세상 일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일은 혼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라는 단위는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게 마련이다.때깔 나는 일도 있고 뒷꿈치 때만큼의 가치조차 없는 일도 있다.일의 귀천(貴賤)에 따른 사회적 신분,위치도 모두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기제이다.어떠한 직업,어떠한 위치에 있든 사람과의 관계,구조,조직 가운데 모든 일이 흘러 가는 법이다.
도서의 제목과는 달리 이 글은 정상적인 인간 부류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일종의 하찮다고 여기는 인생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사기,협박,갈취,복수와 같은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음지의 세계를 그렸다.그들도 먹고 살아 가는 방편이고 수단으로 겉으로는 선량한 척 해야 하면서,상대가 방심한 틈을 노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먹튀'식으로 유유이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한다.조직 생리가 그러하듯 동상이몽일 경우가 많다.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것이 인간 사는 세상에는 늘 도사리고 있다.그래서 중용(中庸)을 지키는 사람이 가늘고 길게 가는 법인가 보다.
등장 인물도 많지 않고 스토리도 고만 고만하게 엮어져 있다.미조구치와 오카다 그리고 보스인 부스지마가 트로이카 행세를 한다.행동대는 미조구치와 오카다이고 부스지마는 선택과 결정의 시기에 나타나곤 한다.사십대 가장이 아내와 이혼 선언을 하고 드라이브를 하다 미조구치 차를 들이받게 되면서 돈을 갈취하는 일부터 시작된다.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또한 20대의 오카다 청년,그는 미조구치와 함께 톱니바퀴와 같이 일을 진행시킨다.다만 어두운 세계에서의 경험과 힘은 미조구치가 단연 우세다.가정 교육이 엉망이었던 오카다는 백수의 신세 상태에서 미조구치를 만나게 된 셈이다.
이렇게 비합법적인 일을 하고 타인의 불행 및 실수를 악용해 돈을 버는 그들에겐 하늘과 같은 보스가 있었다.부스지마란 인간이다.그가 일을 발주(사주)하면 오카다와 미조구치는 하청 내지 재하청의 현장 작업자라고 할 수가 있다.그들은 경찰에게 조사 받을 일,연행될 일은 아예 뇌리에서 차단시켜 놓는다.보스에게 받은 발주 내용에 따라 행동 요령이 달라지겠지만,타인에게 그들은 정상적이고 양식있는 시민의 모습을 보여 주기에 시종일관 경찰에 엮이는 일은 없었다.조직은 충견과 같이 읊조리고 뛰고 대기해야 하는 법.미조구치는 마음 가는 대로,분위기에 휩쓸려,직감에 의지하는 오카다의 행동을 부스지마 보스에게 고해 바치고 조직에서 오카다를 떠나게 했다.미조구치는 영리했다.상대에겐 비위를 맞추고 기쁘게 하면서 심적인 빚은 만들어 주는 것으로 역이용하려고 했다.
미조구치가 총상을 입어 입원하고 보스 부스지마가 병문안 온 참에 불길한 낌새를 차린다.봉투 속 스티커 그림이 파슬리였다.꽃말은 '죽음의 전조'다.자주 병문안을 오는 사람이 부스지마를 노렸을지도 모른다.부스지마 역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다.오카다의 인생을 망친 부스지마를 처음부터 복수할 의도였다고 고한다.죽을 마당에 무슨 일이든 못하겠냐면서 부스지마는 오카다에게 메일을 보내 3분 이내에 회신이 오지 않으면 자신을 쏘라고 담담하고 초연하게 말한다.그런데 3분이 되기 직전 메일 회신음이 울린다.'차르랑'
이사카 고타로(伊坡幸太郞) 작가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 는 비정하고 날선 조폭의 세계를 그렸음에도 뒷맛은 인간적인 여운을 안겨 준다.빨리 가든 다소 느리게 가든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빠르고 즉흥적인 방식으로 사는 방식보다는 어떻게 살아 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날아가면 8분 걸어가면 10분,(당신은)어느 쪽을 선택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