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부부간에 불씨의 원인이 되는 사안은 혼자 알고 말 일이다.드러내 놓고 좋을 일 없는 것이 부부 생활의 요체이다.다만 인간은 신(神)과 같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실수도 하고 죄를 짓기도 한다.실수와 죄를 고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여건상,성격상 안되는 것도 인간사에는 너무도 많다.나는 부부 생활을 한 지 20년이 지나 가고 있지만 딱히 양심,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는 없는 것 같다.문제가 있을 때에는 그때 그때 다투고 토라지고 화해하면서 몸과 마음을 망칠 것만 같은 것은 이제는 없다고 자인한다.부부라는 것은 완벽을 추구해 가는 존재가 아닌 서로가 한 방향을 향해 묵묵히 걸어 가는 동반자가 아니겠는가.

 

 (기혼)여성들의 심리 세계를 그린 작품을 오랜만에 접했다.숨을 쉴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내면에 드리워진 갈등과 고뇌를 잔잔하게 그려 가면서도 언제 활화산이 되어 마그마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을 연출한 이 작품은 인간의 양심과 도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살아서 해결하지 않고 죽은 후에 심판 받겠다는 주인공 남자가 남긴 글은 평지에 풍파를 일으키고도 남을 정도로 긴장감을 더해 간다.리아 모리아티 호주 작가는 여성의 심리 묘사도 일품이고 구성도 일품이다.과연 주인공 세실리아는 남편 존 폴에게 어떠한 편지를 받고 고민과 갈등을 했을까.

 

 나의 아내 세실리아 피츠패트릭에게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P27

 

  세실리아는 시간제 근무 판매원으로 딸 셋을 둔 학부모이다.아이들 교육 문제에도 열성이고 성격이 다부진 성격을 갖고 있다.세실리아는 폐경기전 증후군을 느끼면서 매사 짜증을 잘 부린다.남편 존 폴은 업무 관계로 해외를 자주 드나들다 보니 애정도 점점 식어 가니,삶의 윤기보다는 건조함이 더해 가는 시기이다.세실리아가 남편이 쓴 편지 봉투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시기에 베를린을 여행하고 돌아와 남긴 기념품 속에 남편 존 폴의 편지 봉투가 섞여 있었다.존 폴이 사춘기 시절 사귀었던 여친 자니를 자신이 죽였다는 고백이다.자신은 자니를 너무 좋아하고 자니도 자신을 좋아했지만 자니의 속마음은 자신보다는 딴 남친에게 마음이 가 있는 것을 알아 차리면서 우발적으로 자니의 목을 조였다는 사연이다.세실리아는 존 폴이 남긴 부탁을 철저히 지키려다 결국 편지 봉투를 뜯으면서 마음의 동요는 한층 더 거세져 갔다.

 

 자니가 좋아했던 남친 코너는 테스라는 여자와 불륜을 이어간다.테스는 기혼 여성으로 남편 윌이 살아 가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테스도 맞바람을 피우고 있다.내성적인 성격의 테스는 남편의 불륜에 맞바람으로 맞서면서 부부간의 불화가 도를 넘어 위태로움을 더해 간다.또 한 여성은 레이첼이다.그녀는 죽은 자니의 어머니이면서 초등학교 비서로 근무한다.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1발랄하고 밝은 모습의 10대 아이들을 보면 죽은 딸 '자니'가 그리워진다.레이첼은 자니를 죽인 범인을 코너라고 여기며 어떻게든 분을 풀고자 한다.그런데 하필이면 레이첼이 운전하다 세실리아의 딸을 들이 받았으니 이런 변고가 어디 있겠는가.그렇지 않아도 세실리아는 자니를 죽인 범인이 자신의 남편이라고 불어 버릴려고 했던 참인데...

 

 또한 존 폴이 자니를 죽였다고 자백을 해도 자니가 살아 돌아올 리는 없다.그렇게 되면 남은 가족에게 상처와 회한을 안겨 주는 꼴이 된다.레이첼은 가슴에 딸을 묻고 살아 온 날들이 회한으로 깊게 남아 있으리라.이러한 와중에 세실리아는 레이첼에게 고백할 기회를 찾다 자신의 남편이 자니를 죽였노라고,코너는 자니를 죽이지 않았노라고 입을 열고 말았다.세실리아에겐 남편이 남긴 편지글 이상으로 더 소중한 것은 사건의 진실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존 폴이 자니를 목졸라 죽였다는 구체적인 단서,증거는 없을지라도 세실리아에게는 진실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종교(카톨릭)인으로서 삶의 부활을 진실에게 찾으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테스는 코너와 깊이 사귀면서 남편 윌이 펠리시티와 불륜에 빠진 것에 대해 이제는 덤덤한 감정으로 남았을 뿐이다.

 

 부부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양심과 도덕에 어긋난 행위를 저지르고 부부 사이에 금이 가는 일을 초래하는 것은 깊은 상처를 안긴다.이 글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세실리아,레이첼,테스 모두 마음의 상처로 얼룩져 있다.존 폴이 자니를 죽였다고 자백하고,윌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진실로 회개하고 레이첼은 딸 자니의 범인이 밝혀져 법정에 당사자를 내세운다손 치더라도,깊게 자리 잡은 마음의 상처를 원상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인간사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현명하게 통제하고 제어해 나간다면 인생의 위기는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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