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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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 작가의 작품이 시중에 나올 무렵이면 출판사.온라인 서적 등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작품 탄생을 반색하고 널리 알린다.한국 작가의 손에 의해 쓰여진 작품이 풍성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뭔가 독서계에 생기를 불어 넣는 이슈와 감각이 담겨져 있다면 독자의 한사람으로 눈과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가 없는 법이다.상업성에 치우친 나머지 이 작품이 좋네,어쩌네 해도 내가 마음에 들어야 손에 들고 읽는 법인데,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우연찮게 전철 안에서 한 중년 남성이 진지하게 이 작품을 읽고 있는게 아니겠는가.긴가민가 하던 마음이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인간의 DNA는 당연 부모의 DNA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기질과 성격,생각과 행동방식 등이 바로 그렇다.개인의 노력에 의해 부모의 영향,외부적 요소를 극복하여 보다 더 전도유망하고 사회성 있는 인간으로 거듭날 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다는 말이다.어떠한 요인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개인이 주변과 사회에 드러내는 반사회적,반인륜적 행위가 근자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일명 사이코패스의 사례를 들려 주고 있다.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하는 범법행위를 가리킨다.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패륜적인 행위,연쇄살인자 등의 사례에서 그들의 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종의 기원》은 한유진이라는 주인공이 한 집안에서 어떠한 행동방식을 보여 주는가를 그려내고 있다.정유진 작가의 빠른 템포의 단문장과 숨막히는 전개력에 쉽게 몰입하고 말았다.유진의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살인의 기억과 냄새가 떠날 줄 모르는 분위기가 사그라지질 않았다.그곳은 바로 군도신도시로 아직은 완성된 도시형태가 아니다.게다가 유진은 흉흉한 분위기 속에 휩싸이고 만다.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 마냥 음산하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유진에게는 양자처럼 들여와 키우는 한 살 위의 형 해진이 있고,아버지와 친형 유민은 U자형 계곡에서 놀다 바다에 빠져 불여귀가 되고 말았다.유진은 어머니와 이모가 삶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자신은 풀밭에 풀어놓은 뱀과 같다고 치부한다.유진의 마음 속에는 누구를 닮았는지,어떠한 환경의 영향을 받았는지 결국 가족들을 죽이는 살인자로 전락하고 만다.

 

 유진의 살인 근성은 예니골살부터 시작된다.낙서 같은 그림 속의 우산 꼭지에 여자 아이의 머리가 꽂혀 있는 것을 그림의 대상의 가방에 집어 넣어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부터 비롯된다.그리고 아버지와 친형의 죽음과 자신을 암암리에 지배해 온 어머니와 이모를 죽음에 몰아 넣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약물중독에 중독되고 끊기를 하던 유진에겐 발작 후유증과 환각 증세를 되풀이 한다.그는 극히 정상적인 사람으로 고지능,뇌 이상이 없는 사람이지만 흥분의 역치는 보통 사람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결국 유진은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인 프레데터에 속하는 자이다.유진의 모든 것을 잘 알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어머니의 일기장에 쓰여진 그에 관한 단상의 기록이었다.예니곱살 의 꼬맹이가 스물여섯살이라는 청년에 이르기까지 보여 주었던 유진에겐 포식자,사이코패스라는 증상으로 판명되었다.왜 그러한 증상이 생겼을까.부모에게 전인적인 사랑과 애정을받지 못한 탓일까.아니면 아버지와 어머니 가운데 나쁜 심성이 그에게 전해진 탓일까.다 읽고 나서도 개운치 않은 여운이 마음 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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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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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인터내셔널 부분 맨 부커상(Man Booker Prize)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 우선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한국인 작가의 작품성이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다.물론 기성 작가들의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하기에는 몇 퍼센트 부족한 듯한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TV에서 방영된 한강 작가의 맨 부커상 수상 장면에서 작품의 우수성은 물론이고 이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작가의 튼실한 내공도 맨 부커상에 길이 빛날 것이다.

 

 육식을 즐겨 찾는 현대인의 식습관에 각성과 경종을 안기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채 읽어 내려 갔다.그런데 그 선입견은 완전 빗나가고 말았다.영혜라는 주인공 여자의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맞이하는 채식으로 일관하는 편집증, 포르노적인 요소가 가미되고 육감을 자아내는 성적 퍼포먼스 그리고 정신병동에 갇힌 신세로 등장하는 세 가지 이야기에서 어느 것 하나 밝고 유쾌하다는 이미지는 찾을 수가 없다.그녀를 둘러싼 가족들의 시선은 걱정거리가 되기도 하고 몽고반점에서 나오는 얘기처럼 은밀하고 고요하고 매혹적인 존재로 부각되기도 한다.그런데 영혜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을까.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단점도 없어 결혼했다는 영혜의 남편의 시점부터 시작된다.결혼한 지 5년이 되도록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힘들게 장만한 집 한 채가 생활의 반점이라고 하면 반전일 것인데,영혜는 기기묘묘한 악몽을 꾸면서 냉장고,냉동고에 있는 육륙,해산물 모두를 바닥에 내동댕이친다.그리고 친정 식구들 앞에서도 육식을 완강히 거부하다 친정 아버지에게 억지로 육류를 먹어야만 했던 고통 그리고 영혜는 자신을 손목을 자해한다.연일 이어지는 악몽과 꿈 내용이 심히 심상치 않았던 탓인지 영혜는 심약(心弱))해질대로 심약해지고 만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영혜의 형부와 영혜 간의 고요하고 은밀하고 매혹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형부 친구의 작업실을 빌려 흰 시트를 깔고 바디페이팅을 하면서 포르노그래피를 연출하는 것이다.도덕적,윤리적 잣대를 떠나 처제와의 포르노그래피 연출은 일상의 남녀가 좀 더 신경을 써서 육욕을 그려가는,일종의 예술성이 가미된 선정적,감촉적인 느낌이 강하게 전해져 온다.이야기의 모티브는 영혜가 자취방에 웅크려 누워 있었던 기억을 십분 되살려 포르노그래피로 연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영혜가 병원을 탈출하면서 시작한다.영혜의 정신상태를 체크하러 매주 수요일에 보러 가는 언니,영혜는 단순히 채식주의자를 떠나 내면 깊은 곳에 정신분열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뒤에서 누가 쫓아올까봐 '걸음아 나 살려라!'라는 심경으로 악몽 속을 헤맸던 영혜.시뻘건 고기덩어리,미끌미끌한 안구 덩어리 등등...영혜는 남편과 가족에게 애정을 확신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보인다.영혜는 왜 정신병동을 탈출했을까.나무가 되고 식물까지 거부하는 영혜는 순결한 존재로 남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불현듯 다가오는 점은 현대인의 삶에 곂곂이 쌓여 있는 존재의 피로감과 재기불가능한 상태의 좌절감과 같은 인간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영혜라는 여자 주인공의 외모와 내면의 상태를 세밀하게 그리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다소 현실적 감각과는 거리가 있는 몽환적이고 소멸적인 요소가 군데군데 덮씌워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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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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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생활 30여 년을 보내고 자식들은 장성하여 출가해 딸랑 부부만 남은 집에는 어떠한 그림들이 그려질까.지난 온 삶의 여정 속에서 부부라는 원칙을 잊지 않고 살아 왔다고 해도 삶의 종착역이 멀지 않은 노년에겐 또 다른 무늬의 풍파가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만큼 인생의 갈래갈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그래서 순간 순간 서로에게 어깃장 놓지 않고,모나지 않게 삶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기나 긴 인생 가운데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날들은 핑크빛보다는 짙은 회색과 암청색이 드리운 대기(大氣)가 더 많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나도 어느덧 중년을 훌쩍 넘어 장년으로 가는 언덕에 서 있다.언덕 위에서 바라 본 지난 온 삶의 이력은 좋았던 일보다는 후회와 미련,죄책감,미욱함을 더 느끼곤 한다.인생이란 사고팔고(四苦八苦)의 과정이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동.서양의 문화가 교차하는 나라,터키의 문학을 오랜만에 접하게 되었다.특히 글감이 삶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것이어서 더욱 마음이 끌리고 말았다.내 삶의 여정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울퉁불퉁하고 비 온 뒤 진흙탕길과 같은 모습이다.결혼 생활 20여 년이 좀 넘은 이 시기에 건강하고 경제적 수입이 안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역주행하고 있는 것과 같아 아내의 심산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결혼 전에는 서로의 세세한 기질과 성격이 알게 되고,궂이 말을 하지 않더라고 가족과 부부라는 명제를 잊지 않으려 힘을 쓰지만 대개는 외부적인 환경의 요인에 의해 생각과 감정에 변화가 생기곤 한다.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지만 아내는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싶어한다.생각과 감정의 표현도 마찬가지다.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서로가 갖고 있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분란이 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째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명절 무렵 금전 지출 면에서 본가와 처가로 나가는 돈의 규모에 대해 아내는 매우 민감하게 느낀다.형편이 좋을 때엔 하자는 대로 따라가지만 그렇지 못할 때엔 할 도리만 하는 게 내 신조인데 아내는 내 입장과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동등하게 해 주어야 한다면서 순간 얼굴을 붉히고 큰소리를 칠 때가 있다.내 자신이 자정(自淨)하여 돈 문제,부부 간의 화기(和氣)에 금이 가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이 글은 세 부부의 얘기가 나온다.사는 곳,하는 일,처해 있는 입장과 형편 등이 각양각색이다.공통점은 등장인물이 초로의 부부이면서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아닌 길을 걷가 한 쪽 다리를 접지른 느낌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부부라는 관계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하지만  이 글에선 내내 혈관이 좁아지고 막혀 버린 상황과 흡사할 정도로 마음의 통증이 느껴진다.세 부부는 바로 릴리아,마크,페르다 부부를 가리킨다.필리핀 태생으로 미국 생활 37년 된 릴리아와 아니 부부는 결혼 생활의 지겨움 또는 갱년기를 맞이한 탓일까.서로에게 최소한의 애정만을 표하면서 각방을 쓰는 부부다.그런데 남편 아니에게 뇌 혈전증이 찾아오면서 릴리아는 하숙생들을 두면서 마음의 변화를 보이는 듯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또한 그들에겐 베트남 출생의 두 아이를 입양해서 양육하지만 그들이 성장하여 '기른 정'을 잊은 듯 배은망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두 번째 부부는 만화 화랑을 운영하는 마크라는 남자는 아내 클라라의 우울증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방황하는 마음을 다독이고 치유하고자 요리 공부에 전념한다.

 

 끝으로 세 번째는 페르다 부부다.페르다 부부 얘기는 '부부'의 얘기를 늘어 놓기보다는 페르다의 친정 엄마 네시베 부인 및 딸 오이쿠의 얘기를 주로 노출하고 있다.치매에 걸린 친정 엄마 네시베 부인의 예측불허의 언동으로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기만 한데,페르다는 이것을 내색하지 않고 이겨 나간다.네시베 부인은 먼저 떠난 페르다의 언니 이름을 자주 들먹이면서 과거에 집착한다.자주 기절하고 항우울제를 장기 복용하면서 알콜 도수가 높은 양주도 빠지지 않은 그녀의 친구였으니 뇌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런지.이렇게 세 부부가 처해 있는 입장과 형편이 음울하다 보니 뭔가 마음의 치유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애슬리 패커 작가는 수플레(달걀 흰자 위에 우유를 섞어 구운 요리)를 소개하면서 릴리아,마크,페르다가 겪는 음울하고 고단한 삶에 치유의 힘을 불어 넣고 활력을 되찾아 가고 있다.특히 아내 클라라를 먼저 앞세운 마크는 요리의 전도사로 자처할 만큼 수플레 요리에 적극적이다.《엄마의 부엌》을 앞에 두고 열심히 요리 공부하는 마크는 요리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클라라를 그리워한다.

 

 부엌은 엄마의 가슴이고,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며,우주의 중심이다. -p145

 

 각종 도구를 이용하여 계란 흰자,우유,밀가루,설탕 등을 잘 배합하여 원하는 모양과 빛깔을 만들어 낸 후 엄마의 넓은 가슴,사랑의 의미,인간의 삶이 무엇인가 등을 체현해 갈 것이다.수플레 종류도 다양하기만 하다.새우.치즈.랍스터.치즈와 베이컨.캐러멜.아이스크림.호박.복숭아.모카.시금치.커피.무화과 수플레 등인데 나는 아직 이것을 입에 대보지를 못했다.과연 어떤 맛이 나고,고단한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을까를 머리 속에 그려 본다.수플레를 만들면서 이에 집중하고 완성된 수플레 작품을 보면서 마음 든든함과 상처난 영혼을 아물게 한다면 이보다 더 큰 인생의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하나의 음식을 만들어 가면서 느끼는 기쁨과 환희,치유의 힘을 얻어 간다면 또 다른 세상을 얻은 것과 별반 다를게 없을 것이다.또한 잠시나마 좋지 않은 일,생각하기 싫은 것들을 잊어 본다면 세상은 그래도 살아 갈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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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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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경제.사회 등 제반 문제를 실체적으로 다룬 작품은 개인의 삶과 환경을 다루고 있어 현장감과 생동감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다.딱딱하고 흥미를 잃기 쉬운 딱딱한 설명조 문장에서 꿈틀거리는 등장인물들의 톡톡 튀는 행동과 롤러코스터와 같이 미끄러져 가는 쾌감을 소설에서 맛볼 수가 있다.그래서 흥미를 잃기 쉬운 정치.경제 등 시사성 이슈를 이야기로 풀어 전개해 놓게 되면 독자는 세상사의 흐름을 쉽게 간파하는 동시에 이야기의 삼매경에 몰입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아닐 수가 없다.지구촌은 시시각각 각종 특급 이슈를 발산하고 있는데 이것을 일과성 뉴스로만 인식하지 않고 각자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어떻게 투영해 나갈 것인가를 가늠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한다.

 

 EU 연합국 가운데 가장 먼저 재정적자로 부도사태를 맞이한 그리스 어두운 경제를 농도 깊고 스릴 넘치게 그린 《조직된 한패》는  우선 방만하고 무책임한 은행 경영과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이 문제와 관련하여 부실한 자산을 보유한 유로 금융권이 심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그리스 재정적자의 원인은 재정 시스템의 노후화,납세자의 조세회피에 기인한 지하경제 GDP 25%의 비중이 크다.1차 산업인 농산물 수출비중이 상대적(45%)으로 크다.게다가 임금대비 연금비율이 95%라고 하니 그리스 경제는 썩을 대로 썩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이와 관련하여 한국 경제도 '강 건너 불구경 해서는'안된다.한국 경제가 풀어 나가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구조개혁을 비롯하여 가계부채,고실업률,고령화 사회 등 산 넘어 산이고 강 건너 강이다.

 

 그리스 회계장부 조작 사건의 배후 세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놓고 7인의 등장인물을 내세우고 있다.금융 스캔들만 관리하는 협상의 달인 세바스티앙을 비롯하여 재경부장관 비서실장 베르트랑,경제신문사의 기자 클라라,금융전문가 제레미와 기업협상전문가 바네사,사회적 해커조직에 속한 앙투안이 얽히고 설키면서 회계장부 조작의 실체를 막으려는 쪽과 진실을 알리려는 쪽 간의 팽팽한 암투와 알력(軋轢)이 벌어진다.앞서도 얘기했듯 무책임한 은행 경영진과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이는 정치인들로 말미암아 그리스 경제는 휘청거리면서 부도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1997년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맞이했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도그마,현대 자본주의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탐욕의 온상의 상징은 뉴욕 월스트리트로 주인공 세바스티앙은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 사실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받는다.휴일을 반납하면서까지 일에 매달리는 워커홀릭이다.프랑스 재경부,경제신문사 기자,금융전문가,기업협상전문가,사회적 해커 조직 간에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 문제의 실체가 수면 위로 부상한다.이 문제와 관련 실권을 갖은 그리스 정부측은 쉬쉬 하려 들고,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려 했던 측 간의 암투와 알력은 울트라 서바이벌 게임 이상이 아닐 수가 없다.흐트러져 있던 유럽 국가들이 전쟁이 없는 권역으로 만들려 했던 EU는 단일화폐의 통합을 이루어냈다.하지만 자국 경제는 자국의 힘으로 갱생해 나가야 한다.무능과 부패,부조리로 만연했던 그리스의 썩은 내막이 회계 장부 조작 사건에 의해 전말이 드러나고 말았다.플로르 바쉐르 작가는 이 문제의 시말을 치밀하고 생생한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프랑스의 엘리트 가운데 엘리트인 그랑제꼴 동기생 7인이 펼치는 금융 전선이 내내 저기류 속을 타고 있다.이야기가 딱딱할 거라 예상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대학 동기들 간의 우정과 사랑,헤어짐 등의 일상 이야기가 딱딱한 경제문제를 잘 녹여내고 있다.시사성 있는 문제를 다룬 작품을 통해 세상살이의 중심에 서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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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카비크 101 - 2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8
하들그리뮈르 헬가손 지음, 백종유 옮김 / 들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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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녹음이 우거진 어두운 숲에 누워 있다.내 몸은 나뭇잎들로 덮여서 보이지 않는다.녹음이 우거진 어두운 숲에서 나뭇잎 이불을 덮고 누워서 먼 곳에서 울리는 천둥소리를 듣는다. 6쪽

 

 하들그리뮈르 헬가손(이하 헬가손) 작가의 레이캬비크 101 두 번째 이야기는 도입부부터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레이캬비크 101 첫 번째 이야기를 읽은 지가 꽤 오래 흘렀지만 내 뇌리에 크게 각인된 보기 드문 작품으로, 사회적 실체를 직설적 내지 은유적으로 강하게 표출하고 있어 기억에서 쉽게 떠나질 않는다.세상은 늘 밝고 어두운 면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내가 보기에 시니컬하리 만큼 어둡고 퀴퀴한 냄새로 가득차 있는 것이 인간 세상의 모습은 아닐까 한다.강렬하고 섬세한 작가의 필치로 시니컬하게 인간 사회의 실체를 알리는 것은 뭇사람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위한 전제 조건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사회는 은둔형 외톨이(히키고모리족族)가 증가하고 있다.노동을 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으로 장기 실업 상태에 놓이면서 폐쇄된 음습한 공간에 처박혀 세상살이를 체념한다든지 비웃는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게다가 삶이란 사회 제도에 의해 착착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개인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적 요소,개인과 사회와의 운대,노력과 능력 등이 맞아 떨어지는 부류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한다.34세인 주인공 힐누어가 바로 히키고모리의 전형적인 케이스로 실업 급여로 근근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그가 소통하고 대화하는 벗은 TV와 포르노물 사이트이다.

 

 헬가손 작가는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본래 화가가 직업인데 레이캬비크 101이 크게 히트치면서 작가로서의 기반을 탄탄이 다져가고 있다.글을 읽다 보면 일반인들의 생각과 감정과는 멀게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문체와 상상력이 단연 돋보인다.그러나 인간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실체를 이해한다면 헬가손 작가의 글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부지불식간에 피식 웃고 말 것이다.기묘하고 시니컬한 상상력과 엉뚱함이 차지게 잘 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주인공 힐누어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남편과 이혼하고 스스로 커밍 아웃을 밝힌 힐누어 엄마는 딸 같은 여자 로라 그리고 힐누어와 함께 동거한다.비록 실업 신세이지만 몸은 극히 정상적인 남자로 스스로 여자를 밝힌다.포르노물을 통해서든 실제 여자를 만나(주로 원 나이트 스탠드) 섹스 행위를 하든 힐누어가 상대한 여자 세 명이 모두 임신을 하게 되는데...그가 접촉하여 임신한 여성은 바로 누나 엘사,엄마의 동성 파트너 로라 그리고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호피다.그런데 힐누어는 세 여성에게 임신을 시켜 놓고 뒷일을 감당할 능력은 없어 보인다.호피의 아버지가 딸 임신 문제로 그에게 상의하러 오고,로라의배는 남성의 생식기가 (이른 아침) 부풀듯이 부풀어 오르기만 한다.힐누어는 로라가 임신한 사실을 엄마에게 어떠한 태도를 보일 것인가.또한 인터넷에 접속하여 채팅을 통해 주인공 힐누어는 삶의 활력을 찾기도 한다.

 

 이 글의 뒷부분에는 주인공 힐누어가 바라본 여자가격표가 표기되어 있다.어떠한 기준으로 가격표를 매겼는지는 주인공 힐누어의 극히 주관적인 생각과 감정에 의한 것일 뿐이다.북극에 가까운 아이슬란드의 어두운 골목 속에 갇힌 히키고모리 힐누어의 일상은 사회의 한 단면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인간이 생각하고 감정을 표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극히 본능의 단면을 독창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케 한다.

 

 ** 인상적인 글 : 엄마는 마치 살아 있는 교통시스템처럼 보인다.하지정맥류처럼 발생한 교통체증,목덜미에 생긴 자동차 바퀴 자국,몸 양쪽에서 꺾어진 길모퉁이,맹장에 생긴 교통 정체,심장의 펌프질과 함께 빛을 내는 방향지시등,위장에서 사이렌 소리를 내는 구급차,엄마의 허리를 안고 있는 교통경찰,창자에 들어서 있는 쇼핑센터,그 안에 들어 있는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계단,로비,복도,터널 그리고 수천 개의 보도블록,하지만 이 모든 것의 뒤에는 온기가 숨어 있다.99쪽∼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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