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카비크 101 - 2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8
하들그리뮈르 헬가손 지음, 백종유 옮김 / 들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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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녹음이 우거진 어두운 숲에 누워 있다.내 몸은 나뭇잎들로 덮여서 보이지 않는다.녹음이 우거진 어두운 숲에서 나뭇잎 이불을 덮고 누워서 먼 곳에서 울리는 천둥소리를 듣는다. 6쪽

 

 하들그리뮈르 헬가손(이하 헬가손) 작가의 레이캬비크 101 두 번째 이야기는 도입부부터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레이캬비크 101 첫 번째 이야기를 읽은 지가 꽤 오래 흘렀지만 내 뇌리에 크게 각인된 보기 드문 작품으로, 사회적 실체를 직설적 내지 은유적으로 강하게 표출하고 있어 기억에서 쉽게 떠나질 않는다.세상은 늘 밝고 어두운 면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내가 보기에 시니컬하리 만큼 어둡고 퀴퀴한 냄새로 가득차 있는 것이 인간 세상의 모습은 아닐까 한다.강렬하고 섬세한 작가의 필치로 시니컬하게 인간 사회의 실체를 알리는 것은 뭇사람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위한 전제 조건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사회는 은둔형 외톨이(히키고모리족族)가 증가하고 있다.노동을 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으로 장기 실업 상태에 놓이면서 폐쇄된 음습한 공간에 처박혀 세상살이를 체념한다든지 비웃는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게다가 삶이란 사회 제도에 의해 착착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개인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적 요소,개인과 사회와의 운대,노력과 능력 등이 맞아 떨어지는 부류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한다.34세인 주인공 힐누어가 바로 히키고모리의 전형적인 케이스로 실업 급여로 근근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그가 소통하고 대화하는 벗은 TV와 포르노물 사이트이다.

 

 헬가손 작가는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본래 화가가 직업인데 레이캬비크 101이 크게 히트치면서 작가로서의 기반을 탄탄이 다져가고 있다.글을 읽다 보면 일반인들의 생각과 감정과는 멀게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문체와 상상력이 단연 돋보인다.그러나 인간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실체를 이해한다면 헬가손 작가의 글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부지불식간에 피식 웃고 말 것이다.기묘하고 시니컬한 상상력과 엉뚱함이 차지게 잘 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주인공 힐누어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남편과 이혼하고 스스로 커밍 아웃을 밝힌 힐누어 엄마는 딸 같은 여자 로라 그리고 힐누어와 함께 동거한다.비록 실업 신세이지만 몸은 극히 정상적인 남자로 스스로 여자를 밝힌다.포르노물을 통해서든 실제 여자를 만나(주로 원 나이트 스탠드) 섹스 행위를 하든 힐누어가 상대한 여자 세 명이 모두 임신을 하게 되는데...그가 접촉하여 임신한 여성은 바로 누나 엘사,엄마의 동성 파트너 로라 그리고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호피다.그런데 힐누어는 세 여성에게 임신을 시켜 놓고 뒷일을 감당할 능력은 없어 보인다.호피의 아버지가 딸 임신 문제로 그에게 상의하러 오고,로라의배는 남성의 생식기가 (이른 아침) 부풀듯이 부풀어 오르기만 한다.힐누어는 로라가 임신한 사실을 엄마에게 어떠한 태도를 보일 것인가.또한 인터넷에 접속하여 채팅을 통해 주인공 힐누어는 삶의 활력을 찾기도 한다.

 

 이 글의 뒷부분에는 주인공 힐누어가 바라본 여자가격표가 표기되어 있다.어떠한 기준으로 가격표를 매겼는지는 주인공 힐누어의 극히 주관적인 생각과 감정에 의한 것일 뿐이다.북극에 가까운 아이슬란드의 어두운 골목 속에 갇힌 히키고모리 힐누어의 일상은 사회의 한 단면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인간이 생각하고 감정을 표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극히 본능의 단면을 독창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케 한다.

 

 ** 인상적인 글 : 엄마는 마치 살아 있는 교통시스템처럼 보인다.하지정맥류처럼 발생한 교통체증,목덜미에 생긴 자동차 바퀴 자국,몸 양쪽에서 꺾어진 길모퉁이,맹장에 생긴 교통 정체,심장의 펌프질과 함께 빛을 내는 방향지시등,위장에서 사이렌 소리를 내는 구급차,엄마의 허리를 안고 있는 교통경찰,창자에 들어서 있는 쇼핑센터,그 안에 들어 있는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계단,로비,복도,터널 그리고 수천 개의 보도블록,하지만 이 모든 것의 뒤에는 온기가 숨어 있다.99쪽∼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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