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의 미학
이태동 지음 / 문예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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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는 수필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맹숭맹숭한 어조로 쓰는 것보다는 깊은 사유를 담아 삶의 진실을 알리고 생활의 예지(睿智)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학창시절 접했던 유일무이할 정도로 청소년들에게 삶과 생활의 예지를 발견하게 하는 깊은 사유 끝에 세상에 나왔던 수필 작품들을 접하면서 내 자신은 불분명한 미래에 대해 자신감과 용기,위안을 얻었다.그리고 작가가 그려 놓은 고색창연하면서도 순수함이 잔뜩 묻어 있는 문장을 접하면서 또 한 번 감동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수필은 정령 삶 속에서 건져 올린 것으로서 치열하고 고뇌 가득찬 사유를 빼놓는다면 알맹이 없는 강정과 다름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시,소설,수필 모두 문학작품에 속한다.그런데 책을 구입하여 읽는 독자들의 연령층과 시류에 영합한 나머지 시,수필은 찬밥신세이고 그나마 소설류가 서점가를 달구고 있는 셈이다.뜻있는 지식인들이 매체에서 인문학 또는 인문학과 자연분야의 융합을 홍보,강조하니 얼마 동안 인문학과 통섭과 같은 학문이 싹을 틔우기도 했다.그러나 길게 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생계에 쫓기면서 돈이 안되는 책을 왜 읽는가 라는 자조섞인 반문이 이어지면서 독서는 사회전반에 깊게 천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책을 읽고 생각과 사유를 통찰하고 정리해 나가는 힘은 개인과 사회를 위해 매우 건실하고 탄탄한 저력이 될 수가 있는데,실상은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이는 개인과 사회의 막대한 정신적 손실이 아닐 수가 없다.

 

 '생각을 글에 담는 노력'을 의미하는 에세이(Essay)는 삶에서 건져 올린 소재를 무기로 삼아 커다란 사유의 진폭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인류 역사 이래 모든 문명과 문화는 개인과 개인이 집합되어 문명의 대변혁을 이루어오고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다.그 속에 문학적 가치로서 수필이 갖는 의미는 시와 소설와 같이 은유적이고 허구적인 감각보다는 인간의 삶의 변화를 추구하고 밝은 미래의 삶을 매꾸어 주는 힘이 수필 속에 담겨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멋지고 아름다우며 강한 추동력을 안겨 주는 수필은 글의 어조에서 발견된다.그것은 섬세하지만 강력한 낚시줄과 같고 부드럽지만 미개한 세상을 개화할 강력한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그래서 수필은 재미와 흥미보다는 사유와 예지의 비중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태동 저자가 쓴 《한국수필의 미학》은 총 22편으로서 한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수필가들의 명작들을 발췌하여 선보이고 있다.내가 학창시절 접했던 명작도 있고 겨우 작가의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이번 기회에 아는 작가의 수필세계를 신선한 감각으로 접하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소재는 다채롭기만 하다.자연의 아름다움,생활인의 철학,절제와 순응의 미학,작은 것의 아름다움,부조리한 삶의 현상,생명과 영혼,어두운 삶의 현실,잃어버린 생명,삶의 진수,우주의 비밀을 품은 꽃,은유적 표현의 미학,인공적 자연과 모더니스트 등의 수필작품이 소개되고 있다.그렇다면 좋은 수필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수필을 쓰려면 경험과 함께하는 인식론적 깨달음으로 얻은 지적인 품격과 상상력은 물론 사색과 명상,그리고 세상을 조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눈이 필요하다. - P326

 

 처음부터 수필 문학에 발을 디딘 작가가 있는가 하면 늑깎이로 수필계에 입문한다든지 타직업에 있다 우연한 기회에 수필의 문을 두드린 작가도 있다.한 편 한 편 읽어가다 느낀 것은 의미있고 멋지며 삶을 계도할 수 있는 수필작품은 단순히 붓가는 데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사유와 예지의 힘이 고스란히 녹아나도록 작가는 수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밤을 뒤척였을지를 상상하기도 했다.사람과 자연 그리고 우주가 함께하는 수필은 삶을 즐겁고 슬프고 아름답고 예지를 심어 주는 순수한 문학세계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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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12-0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고 있는 닉이랑 같아서 반갑습니다. 같은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참 좋은 수필선집을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져갑니다. 쌩스투유^^

우보 2014-12-01 14:1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기시감이 있으신가봐요.
한국수필의 미학을 통해 수필의 본류를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멋진 시간 보내세요!
 
형사 슈투더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7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지음,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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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는 형사 시리즈물을 많이 접하지를 못했다.게다가 영미권 및 일본 탐정물에 국한되어 지식과 정보가 많지는 않다.사건이 터지면 물불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수사활동을 벌이는 형사와 탐정들의 발빠른 움직임과 눈에 보이지 않은 배후의 조종세력들과의 타이트한 한 판 승부도 볼거리이다.긴장과 공포를 넘어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활강하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그런데 유럽권 형사 시리즈물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바로 독일어권의 슈투더 형사 시리즈이다.

 

 1936년 무렵 세상에 발표된 형사 슈투더 시리즈는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작가가 남긴 불세출의 형사물이다.또한 글라우저 작가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버린 이 작품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이야기 속에 깔려져 있으며 사회 비판 소설로 주목을 받는 등 작가의 모국인 스위스의 국민문학이자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그렇다면 왜 이 작품이 스위스 및 주변 유럽국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을까.

 

 형사 경험과 관록이 묻어나는 노년의 형사 슈투더는 교도소 예심 판사를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로 자신의 직관과 냉철함에다 세세하게 물고 늘어지는 직업정신이 가미되어 이 글을 읽는 나는 슈투더 형사에게 박수를 절로 보냈다.사건은 사생아이며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슈룸프는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단골로 용의선상에 오르고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는 신세였는데,무역상이며 외판원이었던 벤델린 비치 살인 사건이 터지면서 슈룸프가 또 다시 피의자가 되어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가운데,형사 슈투더가 감방에 있는 슈룸프를 구치소로 이송한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살을 시도하려는 슈룸프를 발견하고 구조하면서 사건.사고는 진전을 보인다.발빠른 수사,단서 찾기 등이 그리 기동력이 없어 보인다.다만 슈투더 형사의 노련미,직관력,인간적인 면모 등만이 글 전반에 짙게 깔려져 있다.

 

 1930년대 스위스의 한 시골마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은 슈룸프로 지목하지만 슈룸프 장본인은 결코 자신은 유죄가 아니라는 것.그의 얘기를 청취하는 슈투더 형사는 살인사건을 놓고 깊게 추리하고 판단하게 되는데,범인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주고 내보내는 묘목장과 행정 위원회 서기장 사이에 모종의 알리바이가 내비치는데 과연 무역상이며 외판원인 벤델린 비치는 누구에 의해 살해되었던 말인가.피의자 슈룸프는 벤델린 비치가 소유했던 금전의 액수와 거의 맞아 떨어지기에 그가 피의자로 몰리게 되지만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그는 단지 미운 털이 박혔을 뿐이다.게다가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게르첸슈타인 시골마을로 들어가 살인사건이 발생하던 당시의 상황을 탐문하러 간 슈투더 형사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목소리에 어리둥절하고 마는데 시골마을이 살인사건과 연루되는 것을 극도록 꺼리는 인심과 분위기 탓이었을 것이다.게다가 벤델리 비치의 딸 소냐마저 살해되어 사건의 미궁 속을 기어가게 된다.

 

 사생아이며 사회적 약자인 슈룸프는 자칫 살인자로 몰려 비인간적인 삶을 살 뻔했다.인간적으로 약자를 배려하고 애정으로 다가서는 슈투더 형사는 구치소,감옥에서는 신부와 같은 인간미를 자아냈던 것으로 보인다.스릴감 넘치지는 않지만 슈투더 형사가 왜 스위스 국민문학으로 자리를 잡고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결정되었는 가를 마음으로 이해가 되었다.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작가는 짧지만 굵은 인생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형사 슈투더 시리즈로 일약 스위스 국민문학으로 우뚝 솟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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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코 서점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4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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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동네 골목형 가게는 빛바랜 사진이 되고 말았다.불과 이십여 년 전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꽤 시간이 흘러 버린 것 같다.그것은 현란하게 눈에 띄고 규모가 큰 기업형 마트가 온 거리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기에 구멍가게식 형태는 마음먹고 찾아야 겨우 눈에 띌 정도이다.게다가 온라인 상거래는 소비자들의 소비관념마저 바꾸어 놓았는데,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도서를 비롯한 생필품,여가용품 등이 아닐까 한다.

 

 일본 소설을 읽다 보면 예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아날로그식 삶을 상기하게 한다.시대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글 속에는 사람과 동물,정령이 함께 하면서 나약한 인간의 심성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정령(精靈)과의 주술 통과의례가 암묵적으로 공기(空氣)중에 짙에 깔려져 있다는 것을 시종일관 감지할 수가 있다.서점과 관련한 이야기는 2,30년 전의 일반서점,중고서점이 몰려져 있던 지방도시의 서점거리를 연상케도 했다.그리고 각박하고 몰인정하게 자신만을 위해 사는 현대인과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의 언행도 배려와 온기가 그런대로 살아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도쿄 서민가(시타마치)를 배경으로 예스럽고 교묘한 분위기와 (살짝)소름과 공포,수수께끼와 같은 요소들이 잘 배합되어 있는 《사치코 서점》은 7편의 소설집으로 엮어져 있다.한 편 한 편의 이야기에는 말못할 사연과 삶의 가련함,비애 등이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케 한다.사연과 사건이 나면 으례 사치코 서점 주인과 근처 사찰 경내 석등 앞에 고양이들이 몸을 부비고 자기 몸을 핥거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일상의 다반사와 같다.때는 봄날 일본의 연한 보랏빛 수국이 흐드러지게 만개한 철길 주변의 공간배경이 연상된다.

 

 작가 지망생으로서 5살 연상 히사코와 결혼한 '나'는 도쿄 도덴(都電) 서민가로 이사를 오면서 라면가게에서 살인사건이 터지고 희안하게도 꼼짝앉고 서서 라면가게를 응시하는 수상쩍은 남자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다양하지만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식으로 에피소드가 전개되어 나간다.마네킹마냥 라면가게를 응시하던 남자의 정체는 죽은 이의 수호신이었을까,석양의 붉은빛에 녹아들듯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외 유령 즉 저승사자를 연상케 하는 괴기한 도깨비 낙서 이야기,도쿄 변두리 오래된  상점가를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책갈피와 관련한 로맨틱한 사연,육신은 죽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정령이 늘 살아 자신의 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고양이와 개를 쓰다듬으면 치유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인생은 어느 순간 불확실해지거나,무서워지거나,자신이 쓰레기 같은 존재로 느껴지거나,하찮은 일에도 망설이고 고민하게 되는 '청춘의 미로'같은 이야기,죽은 줄로만 알았던 한 여자아이가 경내의 참배 길에 노인과 함께 하면서 여자아이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되뇌어 보게 한다.역시 사치코 서점의 주인 남자가 이야기의 막힌 부분을 잘 추리하여 뚫어 준다.슈가와 미나토 작가의 기묘하면서 1세대 이전의 예스러운 도쿄 서민가의 분위기를 잘 끄집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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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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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행.불행이 엇갈리는 것 같다.세속적으로 말하면 궁합이 맞는 사람,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삶의 동반자로서 관계는 깊어지고 소소한 행복은 적금 쌓여 가듯 풍요로워져만 갈 것이다.그런데 부부든 친구든 말다툼,싸움을 아니하고 지낼 수가 있겠는가.인간의 생각과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뒤짚고 바꿔 나가기를 되풀이 하고 있는가.그러면서 '미운 정,고운 정'이 쌓여 가는 것이 인간관계일 것이다.

 

 여기 한 사형수와 사형수를 한때 나마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다.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사형수 윤수와 그 친구 은수 그리고 유정이,모니카 수녀,교도수 이주임,삼양동 할머니의 얘기가 교도소와 밖과 안에서 추운 겨울날의 을씨년스러운 공기와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의 공포와 삶의 희망을 잃은 사형수 그리고 그에게 영치금,먹을 것을 전하면서 회개를 하고 피해자에 대해 속죄하도록 수녀와 유정이 윤수를 자주 찾아간다.사형선고를 받은 몸이기에 언제 사형집행일이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녀와 유정의 방문은 윤수의 절망과 공포의 마음을 다소 누그러뜨린다.

 

 열일곱 살짜리 소녀를 강간살해하고 그녀의 어머니와 파출부 아주머니까지 살해했던 윤수는 알고 보면 친구 은수의 꾀임에 빠져 청부살해를 한 꼴이 되고,결국 사법의 잣대에 의해 사형수가 되고 만다.DJ정부 시절 사형수에 대한 사형집행은 없을 줄 알았는데 1997년 연말 사형집행이 이루어지고 말았다.사회적 불안과 물의를 빚은 중죄는 당연 죄값을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윤수는 결손가정에서 성장하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반항심이 증오로 변하면서 부자들의 사치와 방종에 대해 극한 혐오감을 안고 있었던 것듯 "더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다.잘 먹고 잘사는 연놈들,더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다!"라고 할 정도로 사회 소수층에 대한 염기(厭氣)의식이 강렬하기만 하다.사형은 이왕 받아 놓은 것이지만,수녀와 유정은 떡,내복,담요,약간의 영치금을 교도관 주임에게 맡기고 간다.사형수는 여섯 번 죽는다  한다.잡혔을 때,일심 이심 삼심에서 사형 언도를 받을 때,그리고 진찌 죽을 때,나머지는 매일 아침마다......이다.아침 기상종이 울리면 사형수들은 죽음을 준비한다.만일 운동이 있고 배식이 있으면 그날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그 아침운동이 시작되기 전 복도에 발소리가 울리면 사형수들은 하얗게 질린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출부 어머니는 딸을 죽인 사형수를 만나겠다고 찾아 간다."왜 그랬니? 돈만 빼앗고 사람은 놔두지......돈만 빼앗고 사람은 그만 두지......돈은 또 벌면 되지만 사람은 다시는 돌아 오지 않는데....다시는 돌아오지 않잖니......살게 놔둬두 한 백 년 사는 것도 아닌데 라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이 대목에서 내 마음도 착 가라앉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모진 것이 목숨인데 목숨을 파리만도 못할 정도로 잔인하게 죽이고 만 사형수에게 할머니는 그래도 자비와 용서의 마음으로 그를 찾았던 것이다.또한 유정은 집안이 짱짱한 듯 검사로 있는 큰오빠에게 윤수의 사형만은 막아달라고 애원하는데,그에게서 나오는 대답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어 다시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또한 판사에 의한 판결을 뒤집을 수 없기에 '집행'만이 최선이라는 대답이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법이 살아 있어야 한다.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이유로 사람을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여기는 세태는 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피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가정과 환경의 결핍에 의해 삐뚤어진 인성이 사회적 불만으로 연결되면서 각종 살인사고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비록 윤수는 사형집행을 받고 죄값을 치르게 되었다.사형수 윤수와 모니카 수녀 그리고 유정의 인간미와 진실한 사랑의 메시지가 윤수의 마음을 되돌리고 가해자 및 사회에 대해 용서를 진심으로 구했을 것이다.나는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감싸며 삶의 소중함을 일깨웠던가.변치않고 진실된 사랑의 힘은 상대가 어렵고 고난에 처했을 때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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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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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 노통브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일본에서 겪었던 일본인의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와 남과 여의 소소한 사랑 싸움과 같은 이야기들이었다.그런데 남과 여의 사랑 싸움과 같은 이야기는 노통브 작가만의 유머와 재치가 중간 중간 섞여 있어 독자들에게 지루함은 사라지고 대신 미소가 잔잔하게 입술을 움찍이게 한다.그래서 그녀의 작품이라면 가볍지만 인간사는 세상이란 무미건조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파리 7지구 호화 저택에 발을 들여 놓은 여주인공 사튀르닌 그리고 방을 세를 놓아 먹고 사는 돈 엘레미리오가 이야기의 전반을 이끌어 가고 있다.사튀르닌은 벨기에 피가 흐르는 이방인이고,돈 엘레미리오는 스페인 귀족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다.파리 7지구 호화 저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인 돈 엘레미리오의 눈에 들어야 하는데 사튀르닌은 호화찬란한 저택에 압도되고 돈 엘레미리오의 눈 화살에 꽂혀 입성하게 되면서 둘의 이야기는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도 때에 따라서는 맞장구를 치기도 하는 등 깃털보다 더 가볍고 유치하지 않는 농담(弄談)에 나도 글 속으로 빠지게 되고 말았다.

 

 사튀르닌이 호화저택에 면접보러 가던 날,그녀는 주인 돈 엘레미리오의 과거 행적을 귀띰을 받게 된다.이미 호화저택을 들어 왔다 증발된 여자가 무려 여덟 명이나 된다니.과연 돈 엘레미리오는 세로 들어온 여자들을 어떻게 했길래 증발되어 버렸던 것인다.게다가 돈 엘레미리오는 외출도 하지 않고 집안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방콕인데 말이다.그에게는 두 명의 남자 비서가 딸려 있기도 하다.돈이 많아 남에게 꿀릴 것 없는 돈 엘레미리오는 손수 요리도 하는데 그 요리실력이 아마튜어 수준을 넘어선 듯 사튀르닌의 입을 황홀케 하면서 돈 엘레미리오에 대한 이질적이고 혐오스러웠던 선입견이 차츰 사그라든다.

 

 그러면서 지난 중세 역사를 끄집어 내어 얘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살인과 고문에 대한 문제,돈 엘레미리오의 조상이 프랑크 총독을 급진 좌파로 취급하다 프랑스로 망명해야만 했던 사연,면죄부 밀매가 허용되지 않는 프랑스 법규,카톨릭 교리에 대한 문답형식과 같은 얘기를 주고 받는다.그들은 직설적인 화법을 주로 사용하지만 이야기들은 매우 위트와 유머가 동시에 숨어 있다.특히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이 계란 노른자와 금의 결합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자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돈 엘레미리오의 과거 자신의 집에 세들었던 여자들의 행불의 비밀이 밝혀지는데,사진을 현상하는 암실에서 그 사실이 밝혀지고 만다.

 

 돈 엘레미리오가 숨을 거두는 바로 그 순간,사튀르닌은 금으로 변했다.  - P187

 

 사진을 현상하는 암실,그리고 돈 엘레미리오가 찍은 초상화를 보면서 사튀르닌은 앞서간 여자들의 정령에 휩싸여 돈 엘레미리오와 사튀르닌은 서로가 마음으로 사랑하게 승화된 것이다.사랑은 이러한 환경,이러한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노통브 특유의 문체에서 새롭게 발견하였다.소소하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활용하고 그 속에는 유머와 위트가 다양한 재료로 버무려진 달콤한 샐러드를 맛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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