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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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 노통브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일본에서 겪었던 일본인의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와 남과 여의 소소한 사랑 싸움과 같은 이야기들이었다.그런데 남과 여의 사랑 싸움과 같은 이야기는 노통브 작가만의 유머와 재치가 중간 중간 섞여 있어 독자들에게 지루함은 사라지고 대신 미소가 잔잔하게 입술을 움찍이게 한다.그래서 그녀의 작품이라면 가볍지만 인간사는 세상이란 무미건조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파리 7지구 호화 저택에 발을 들여 놓은 여주인공 사튀르닌 그리고 방을 세를 놓아 먹고 사는 돈 엘레미리오가 이야기의 전반을 이끌어 가고 있다.사튀르닌은 벨기에 피가 흐르는 이방인이고,돈 엘레미리오는 스페인 귀족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다.파리 7지구 호화 저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인 돈 엘레미리오의 눈에 들어야 하는데 사튀르닌은 호화찬란한 저택에 압도되고 돈 엘레미리오의 눈 화살에 꽂혀 입성하게 되면서 둘의 이야기는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도 때에 따라서는 맞장구를 치기도 하는 등 깃털보다 더 가볍고 유치하지 않는 농담(弄談)에 나도 글 속으로 빠지게 되고 말았다.

 

 사튀르닌이 호화저택에 면접보러 가던 날,그녀는 주인 돈 엘레미리오의 과거 행적을 귀띰을 받게 된다.이미 호화저택을 들어 왔다 증발된 여자가 무려 여덟 명이나 된다니.과연 돈 엘레미리오는 세로 들어온 여자들을 어떻게 했길래 증발되어 버렸던 것인다.게다가 돈 엘레미리오는 외출도 하지 않고 집안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방콕인데 말이다.그에게는 두 명의 남자 비서가 딸려 있기도 하다.돈이 많아 남에게 꿀릴 것 없는 돈 엘레미리오는 손수 요리도 하는데 그 요리실력이 아마튜어 수준을 넘어선 듯 사튀르닌의 입을 황홀케 하면서 돈 엘레미리오에 대한 이질적이고 혐오스러웠던 선입견이 차츰 사그라든다.

 

 그러면서 지난 중세 역사를 끄집어 내어 얘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살인과 고문에 대한 문제,돈 엘레미리오의 조상이 프랑크 총독을 급진 좌파로 취급하다 프랑스로 망명해야만 했던 사연,면죄부 밀매가 허용되지 않는 프랑스 법규,카톨릭 교리에 대한 문답형식과 같은 얘기를 주고 받는다.그들은 직설적인 화법을 주로 사용하지만 이야기들은 매우 위트와 유머가 동시에 숨어 있다.특히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이 계란 노른자와 금의 결합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자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돈 엘레미리오의 과거 자신의 집에 세들었던 여자들의 행불의 비밀이 밝혀지는데,사진을 현상하는 암실에서 그 사실이 밝혀지고 만다.

 

 돈 엘레미리오가 숨을 거두는 바로 그 순간,사튀르닌은 금으로 변했다.  - P187

 

 사진을 현상하는 암실,그리고 돈 엘레미리오가 찍은 초상화를 보면서 사튀르닌은 앞서간 여자들의 정령에 휩싸여 돈 엘레미리오와 사튀르닌은 서로가 마음으로 사랑하게 승화된 것이다.사랑은 이러한 환경,이러한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노통브 특유의 문체에서 새롭게 발견하였다.소소하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활용하고 그 속에는 유머와 위트가 다양한 재료로 버무려진 달콤한 샐러드를 맛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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