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행.불행이 엇갈리는 것 같다.세속적으로 말하면 궁합이 맞는 사람,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삶의 동반자로서 관계는 깊어지고 소소한 행복은 적금 쌓여 가듯 풍요로워져만 갈 것이다.그런데 부부든 친구든 말다툼,싸움을 아니하고 지낼 수가 있겠는가.인간의 생각과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뒤짚고 바꿔 나가기를 되풀이 하고 있는가.그러면서 '미운 정,고운 정'이 쌓여 가는 것이 인간관계일 것이다.

 

 여기 한 사형수와 사형수를 한때 나마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다.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사형수 윤수와 그 친구 은수 그리고 유정이,모니카 수녀,교도수 이주임,삼양동 할머니의 얘기가 교도소와 밖과 안에서 추운 겨울날의 을씨년스러운 공기와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의 공포와 삶의 희망을 잃은 사형수 그리고 그에게 영치금,먹을 것을 전하면서 회개를 하고 피해자에 대해 속죄하도록 수녀와 유정이 윤수를 자주 찾아간다.사형선고를 받은 몸이기에 언제 사형집행일이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녀와 유정의 방문은 윤수의 절망과 공포의 마음을 다소 누그러뜨린다.

 

 열일곱 살짜리 소녀를 강간살해하고 그녀의 어머니와 파출부 아주머니까지 살해했던 윤수는 알고 보면 친구 은수의 꾀임에 빠져 청부살해를 한 꼴이 되고,결국 사법의 잣대에 의해 사형수가 되고 만다.DJ정부 시절 사형수에 대한 사형집행은 없을 줄 알았는데 1997년 연말 사형집행이 이루어지고 말았다.사회적 불안과 물의를 빚은 중죄는 당연 죄값을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윤수는 결손가정에서 성장하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반항심이 증오로 변하면서 부자들의 사치와 방종에 대해 극한 혐오감을 안고 있었던 것듯 "더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다.잘 먹고 잘사는 연놈들,더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다!"라고 할 정도로 사회 소수층에 대한 염기(厭氣)의식이 강렬하기만 하다.사형은 이왕 받아 놓은 것이지만,수녀와 유정은 떡,내복,담요,약간의 영치금을 교도관 주임에게 맡기고 간다.사형수는 여섯 번 죽는다  한다.잡혔을 때,일심 이심 삼심에서 사형 언도를 받을 때,그리고 진찌 죽을 때,나머지는 매일 아침마다......이다.아침 기상종이 울리면 사형수들은 죽음을 준비한다.만일 운동이 있고 배식이 있으면 그날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그 아침운동이 시작되기 전 복도에 발소리가 울리면 사형수들은 하얗게 질린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출부 어머니는 딸을 죽인 사형수를 만나겠다고 찾아 간다."왜 그랬니? 돈만 빼앗고 사람은 놔두지......돈만 빼앗고 사람은 그만 두지......돈은 또 벌면 되지만 사람은 다시는 돌아 오지 않는데....다시는 돌아오지 않잖니......살게 놔둬두 한 백 년 사는 것도 아닌데 라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이 대목에서 내 마음도 착 가라앉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모진 것이 목숨인데 목숨을 파리만도 못할 정도로 잔인하게 죽이고 만 사형수에게 할머니는 그래도 자비와 용서의 마음으로 그를 찾았던 것이다.또한 유정은 집안이 짱짱한 듯 검사로 있는 큰오빠에게 윤수의 사형만은 막아달라고 애원하는데,그에게서 나오는 대답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어 다시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또한 판사에 의한 판결을 뒤집을 수 없기에 '집행'만이 최선이라는 대답이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법이 살아 있어야 한다.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이유로 사람을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여기는 세태는 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피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가정과 환경의 결핍에 의해 삐뚤어진 인성이 사회적 불만으로 연결되면서 각종 살인사고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비록 윤수는 사형집행을 받고 죄값을 치르게 되었다.사형수 윤수와 모니카 수녀 그리고 유정의 인간미와 진실한 사랑의 메시지가 윤수의 마음을 되돌리고 가해자 및 사회에 대해 용서를 진심으로 구했을 것이다.나는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감싸며 삶의 소중함을 일깨웠던가.변치않고 진실된 사랑의 힘은 상대가 어렵고 고난에 처했을 때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