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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과 제왕 - 문화인류학 3부작 넥스트 3
마빈 해리스 / 한길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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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과 제왕>은 <문화의 수수께끼>,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작은 인간>에 이어 국내에 네 번째로 소개된 '마빈 해리스' 저작이다.

<작은 인간 - 인간에 대한 102가지의 수수께끼>만 읽어 보았는데, 사실 별 감동을 받지 못했다. 소련 아동문학가 일리인 부부가 20년 동안 쓰고서도 미완성인 저작 <인간은 어떻게 거인이 되었는가>에 비해 재미도 신선함도 덜했다. 반면 <식인과 제왕>을 읽으니 마빈 해리스의 다른 저작에도 구미가 조금씩 당기기 시작한다.

마빈 해리스는 식품인류학자이다. 음식 문화를 가지고 세계사를 해석해낸다. 이전에 80년대 풍미했던 '계급투쟁' 등의 몇몇 카테고리에 한정되어 세계사를 보려 했던 것이 얼마나 시야를 협소화시켰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고대 원시사회에서부터 인구압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 인구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줄이는 등의 성차별이 있었다는 분석은 참으로 신선한 지적이다.(아, 불쌍한 여성들이여. 성차별과 가부장제가 오히려 계급의 발생과 함께 생성되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오히려 그 근원이 더 멀리 나아간다는 것이, 그리고 뿌리도 깊다는 것이 오히려 슬픔을 더한다)

서구사회에서 근대 민주주의가 싹틀 수 있었던 요인을 단백질 공급원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었던 점, 또 치수정책이 그다지 필요치 않아 절대왕조가 덜 발달할 수 있었던 점 등으로 분석하는 부분도 신선함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앙아메리카의 잉카제국에서의 식인문화를 단백질 공급원을 인육에서 찾으려 했다는 분석은 '끔찍'할 정도로 신선하다.(아마도 이 부분에서 제목을 따왔을 것이다)

그 외에 여러 분석을 통해 (단지 '문화적 상대성'에 대한 지적을 넘어서서) 세계사를 재구성해 내고 있다. 마빈 해리스의 식품인류학적인 관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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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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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낙엽에서는 버림, 청산을 결행하고, 겨울의 얼어붙은 솔잎에서는 극한의 역경에서도 끝내 지켜야 할 것은 지키라는 것을 온몸으로 가르침을 배운다고 여기면서도, 그게 쉽지 않고 버리기도 지키기도 힘들다는 점만을 알 따름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정쩡하게 목숨만 이어갑니다. 버릴 줄 알아야 지킬 줄 알겠는데 버리지 못하니까 지키지 못합니다.' (본문 19쪽)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사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의 일부분입니다. 저자는 전우익님으로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시면서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시는 분이시죠.

예전에 신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가슴에 와닿게 읽으셨던 분이시라면 이 책에도 푹 빠져들 것입니다. 아니면 그 역순도 가능하겠죠. 전우익 옹의 연세는 70세. 아마 1년 중 11월에 해당되시는 연세시겠죠. 찬바람 부는 가을에 인생의 풍상을 통해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신 분의 글을 읽는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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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이다.

오전중으로는 출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짧은 아침이나마 미안한 마음으로 한 번이라도 아이들과 장난을 치고 싶어진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으니 아이들이 얼굴이 금새 화들짝 놀라며 바지깃을 붙잡는다.

"아빠, 회사 가야돼요? 안가면 안돼요?"

큰애가 애걸하다시피 붙드니 옆에서 아내가 나를 거든다.

"아빠가 회사를 가야지 돈을 벌어오지."

내가 들어도 상투적이면서도 서글프고 옹색한 답변이다. 바로 올해 여섯살이 된 작은애가 그 옹색한 답을 비집고 들어온다.

"돈이 뭐가 중요해요!"

그러자 큰애도 "맞아요! 행복이 중요하지 돈이 뭐가 중요해요!"

나나 아내나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볼에 입을 맞추고서 나는 오늘도 행복을 유보했다. 아니, 유보는 아닐 것이다. 오늘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듯, 오늘 유보한 행복은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은 욕구 분에 소유라고 하는데, 그러면 행복을 크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분자인 소유를 늘리는 방법과 문모인 욕구를 줄이는 방법이다. 나는 두 가지 중 어느 길도 선택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양갈래 길에서 줄타기를 하며 보낼 것 같다.

오늘은 유보하지만, 내일은 유보하지 않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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