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세계사 2
클라이브 폰팅 지음 / 심지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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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농업과 정주생활의 시작이 인류의 진보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꾼 사건으로만 인식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면을 보기 시작했다. 인류의 최대의 환경 파괴는 바로 농업과 정주생활에서 기인했고, 인류의 진보는 항상 다른 한편의 파괴를 낳았고, 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인류의 역사 전반에서 제기되는 문제라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단지 인류의 환경파괴는 최근의 문제가 아니었고, 인류는 이렇게 심각하게 진행되기 전에 이러한 문제를 간파했어야만 했었다. 아직도 늦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관이나 세계관 자체에 대한 시각을 먼저 바꿔야만 할 것이다. 농업과 정주 생활은 인류의 자연 지배의 탁월한 업적이나 최근의 환경 파괴는 인류를 옥죄이고 있다는 시각은 어쩐지 서투르지 않은가.

녹색세계사 2권에서는 제3세계 문제, 인구 문제, 오염 문제, 도시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시차별로 역사를 서술하기 보다는 주제별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사례들이 나온다.

바이킹 호가 농업으로 인해 얼마나 말라붙어가고 있고, 이것이 어떻게 환경의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하는 대목이라든가, 17~18세기 유럽이 똥오줌을 처리하지 못해 대도시 거리가 얼마나 똥오줌으로 넘쳐나는 지저분한 도시였지는 그려내고 있는 부분이라든가, 최근의 산성비나 지구 온난화 실태를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실증해내는 부분 등은 깊이 음미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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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세계사 1
클라이브 폰팅 지음 / 심지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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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세계사>는 환경 시각에서 재구성한 세계사 책이다. 첫 장의 '이스터섬의 교훈' 부분을 읽자마자 이 책의 충격파는 너무나 크다. 이제 더 이상 이스터 섬의 거석 문화는 놀라움과 인류 창조능력에 대한 감탄으로 대할 수 없다. 클라이브 폰팅은 오히려 여기에서 인류의 파괴의 역사를 이끌어내었고, 인류의 위대함 대신 앞날을 보지 못하는 인류의 초라함을 이끌어 내었다.

인류가 가는 곳은 환경파괴가 잇달았다. 인류의 파괴의 역사는 수렵채취 시절부터 시작되어, 기독교의 '인간은 신의 대리인으로 이 땅을 지배할 권위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는 식의 사상에 힘입어 더욱 기승을 부려왔다. 1권 말미에 예로 들어 있는 나그네비둘기의 사례는 끔찍하다 못해 우울해지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를 이제 '증기기관차의 역사'로만 그릴 수는 없다. 인류의 여러 사상도 이제는 환경의 이름 아래서 도마 위에 올려져야만 한다. 인간과 연결되지 않는 한 자연은 무의미한 것이라든가,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로 칭송하여 온 그 동안의 여러 대다수 사상은 이제 검증되어져야만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폰팅은 마르크스철학도 고전경제학도 모두 비판하고 있다. 이들 철학이나 경제학이 시대적인 한계는 있을 수 있으나,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환경 세차장'에 들어갔다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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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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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에 대해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릴 때의 경험을 자서전처럼 쓴 책이다라든지, 그의 어린시절 체로키 인디언들의 생활방식으로부터 익힌 생활철학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라는지 하는 류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약각은 식상했던 게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초반부 '작은나무'라는 어린아이가 인디언 할아버지-할머니 밑에서 자라나는 모습을 묘사할 때 다소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더뎠다. 약간의 끈기를 가지고 중반까지 이어질 때 나는 점점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치달을 때는 이 책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아마 초반부에서는 그들의 삶의 방식과 철학에 대해서 약간의 무시가 있었거나 그저 그런 도덕적인 얘기거니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책장이 넘겨지면 넘겨질수록 그들의 삶의 방식에 경외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작은나무'가 누비던 그 산 속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 들어갈수록 그들의 철학이 부럽기까지 하더니, 결국은 백인 사회의 철학보다 얼마나 고귀하고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적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하나둘 사라지는 작은나무 주변의 체로키족들을 보면서 인류의 소중한 정신적 자산들도 하나둘 사라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후반에 '작은나무'는 위스키 밀주자 밑에서 아이의 교육을 맡길 수 없다는 주 정부의 지시에 따라 고아원으로 가야만 한다. 그러나 누가 더 교육적이고 누가 더 인간적인지 비웃지 않을 수 없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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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보고서
매일경제신문사 편집부 엮음 / 매일경제신문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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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맥킨지는 과거의 규제 환경이 요소 투입을 통한 외형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는 있었을는지 모르지만,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국 경제를 진단한다. 그리고 그 생산성이 보통 미국의 50%에 지나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다. 소매금융이나 서비스업의 생산성, 그리고 자동차 산업의 저열한 생산성을 얘기하는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간다.

생산성 격차의 일차적 요인으로 자본 집약도 대신 기능 및 업무 조직 등 운영면이나 제품 및 서비스의 믹스/마케팅 등을 들고 있는 점도 기존의 우리의 패러다임이었던 '규모경제'를 비웃고 있어 음미해 볼 만하다.

맥킨지는 현재의 한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제기하고 있다. 즉, 제조업만의 개혁으로 끝날 경우는 실업률을 결코 잠재울 수 없으며, 금융/서비스업까지 철저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 한국경제를 보는 준거틀이 우리 내부에서부터 오지 않고 미국의 시각에서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시되고 있는 여러 도표나 사례가 현상적인 비교에 치우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구체성도 다소 부족하다. 어떠한 근거로 그러한 수치가 나왔다든가,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그다지 충분한 설명 없이 린 시스템 등을 극히 모범적이고 거의 유일한 선진적인 사례인 것 마냥 상정해놓고 설명하고 있다든가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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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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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은 국민학교 5학년 여자 아이의 성장소설이다. 일찍이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이모, 삼촌과 같이 자라야만 해서 이미 성숙을 완료해버린 한 여자 아이의 얘기다.

소설이 던지는 문제의식 또는 역사의식을 '거시적'이라 표현하고, 소설의 표현력이나 서술기법을 '미시적'이라 표현한다면 <새의 선물>은 미시적인 부분에서 거의 압권이다. 한 사물이나 한 인물을 묘사할 때 어떻게 저렇게 은유를 하고 대조, 대비를 통해서 짜릿하고도 날카롭게 지적해내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러나 표현은 결코 현란하거나 화려하지 않는다. 사물의 본질과 인간의 본성 그 자체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은희경씨의 묘사력에 놀랍다기보다는 통찰력에 놀랄 뿐이다.

<태백산맥>이 들몰댁 등의 군상을 그려냈다면 <새의 선물>은 장군이 엄마, 광진테라 아줌마, 이모 등의 군상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12세 여자아이의 눈을 통해 그려내고 있지만 정작 여자아이의 성장소설이라기보다 그 시대 군상의 성장소설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른다.

'거시적'인 부분에서도 <새의 소설>은 몇몇 묘한 뉘앙스를 남기고 있다. 1969년의 아폴로 달 착륙과 1995년 무궁화호 발사 장면을 오버랩 하는 부분이라든지 1969년의 시대 군상이 1970년으로 넘어가는 몇몇 모습을 그려내는 부분에서도 은희경씨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런 기승전결 식의 서술에서 은희경 씨의 '거시적'인 측면이 나타난다기보다는 이미 은희경 씨는 소설책 중간 중간, 아니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이러한 것들을 하나하나 던져주고 있다. 왜냐하면 보통의 독자라면 은희경 씨가 묘사해내거나 분석해내는 것이 이미 현재의 시각에도 한발을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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