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5
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요크셔의 농부는 도시에서 온 화장을 많이 한 부인을 보고 '퇴비가 저렇게 많이 필요한 걸 보니 척박한 땅인가 보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이 마구 넣는 그 많은 양념이 필요한 음식은 '척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은 다른 첨가물이 아니라 원재료의 맛이 살아 있어야 한다.(199p)

'조화로운 삶'의 주인공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의 한 구절이다. 헬렌 니어링은 좌파 교수 출신인 스코트 니어링과 함께 1932년 버몬트주의 시골로 들어가 그곳에서 자연과 하나되는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다. 그들의 소식을 듣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버몬트주가 더 이상 조용하지 않자 그들은 그 뒤 메인주로 옮겨 그곳에서 마지막 삶을 정리했다.

그들의 삶은 단지 자연과 어울린 삶을 선택했다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삶에 대비되는 하나의 전형을 열었다는 점에서 타인의 귀감이 되었다. 필요한 먹을 거리를 스스로 자급자족하고, 필요한 음식만 생산하며, 하루의 반절은 노동, 나머지 반절은 음악과 독서와 여행 등 자기 내면의 성찰을 이루면서 보냈다. 생산, 노동, 삶의 철학 등 전반적인 면에서 하나의 족적을 남기며 이후 그들을 따르는 무리를 만들기도 했다.

<소박한 밥상>은 요리책이라는 이름을 단 요리철학책이다. 단지 자신이 즐겼던 요리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요리에 대한 철학을 전달하는 책이다. 그들의 '조화로운 삶'은 요리에도 그대로 투영되었고, 따라서 헬렌 니어링이 얘기하는 요리는 곧 '조화로운 요리' 그 자체이다. 요리책이되 요리 사진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요리책이되 투박하고 거친 종이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잘 어울리는 책이다. 따라서 요리에 관심있는 사람도 읽을 수 있겠지만, 요리에 관심이 없어도 그들의 '조화로운 삶'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볼만하다.

이 책을 통해 헬렌 니어링은 음식의 재료 그 자체를 즐기라고 얘기한다. 사과 파이 보다는 사과를 날 것으로 먹고, 감자를 괜히 튀기거나 으깨는 수고를 하지 말고 그냥 구워먹으라고 한다. 되도록 조리하지 말라고 한다. 조리하면 음식의 생명력이 일부 파괴된다고 한다. 헬렌 니어링은 '튀기기보다는 끓이는 편이 좋다. 끓이기보다는 굽기가 낫고 그보다는 찌기가 더 낫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날것으로 먹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요즘 회자되는 채식주의 문제에 대해서는 단연코 채식의 입장에 서서 얘기하고 있다. 해부학적, 경제적, 윤리적 등의 측면에서 육식이 좋지 않는 9가지의 이유를 들고 있다.
이렇게 요리를 간단하고 하고 남은 시간에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고 얘기한다. 보통의 요리책은 요리를 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도록 만들기 위해 애쓰나, 이 책은 거꾸로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는 법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에서는 헬렌 니어링 방식의 요리법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헬렌 니어링 방식의 식사에 감명받았다면 이 요리 중 일부를 실천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에는 수많은 다른 책의 문장들을 인용하고 있다. 헬렌 니어링이 버몬트주나 메인주에 있을 때 노동 외의 시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독서를 하면서 보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이 책의 문장에 깃든 독설과 비유를 읽는 맛도 꽤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 - 서현의 우리도시기행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나온 것이 1993년이다. 이 책은 답사여행이라는 실용적 가치 외에 지적 충만함은 물론 철학까지 주었다. 이 책 덕분에 문화유산은 전문인의 영역에서 일반인의 영역으로 걸어나왔다. 그러나 그 지적 충만함과 철학을 좀 더 절실히 느끼기 위해서는 먼 거리를 움직여야만 했다. 가지 않은 곳은 그저 여백을 상상에 의존하여 채워야만 했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문화유산에 깃든 철학의 통렬함에 시원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학이 깃든 것이 비단 문화유산뿐이겠는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이 시대의 철학이 가장 잘 깃들어 있는 유형물은 바로 도시일 것이다. 그러나 이 도시는 실용적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문화유산보다 훨씬 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의 저자 서현씨는 '도시는 청자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청자가 한 잔 술을 담았다면 도시는 시민의 인생을 담기 때문이다.

당대의 철학을 가장 농축하고 있는 것은 문학도 사찰도 청자 백자도 아니다. 이들은 2차적 성징물일 따름이다. 오히려 이들보다 사람들의 숨결이 배어있는 도시 자체가 가장 잘 농축해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갈지언정 그 도시 자체를 읽지 않는다. 그 도시 자체에 당대를 살아가는 철학이 얼마나 짙게 배어있는지를 논하지 않는다.

건축가인 저자는 단지 건축물만을 논하지 않았다. 건축물은 그 거리와 그 도시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사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쓰여진 20여 개의 거리는 우리가 익히 아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어제도 오늘도 다녔던 바로 그 길들이다. 이 책은 그 길들에 대한 평론이 아니라, 그 길들을 있게 한 오늘의 현실에 대한 평론이다. 그리고 그 평론을 통해 그 길들이야말로 우리 문화의 현 주소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얼굴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그 현 주소를 알아가고 그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는 과정은 부끄러워하고 분노하고 통렬함을 느껴 가는 과정이 된다. 그 거리에 여러 사회계층의 사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고, 갑자기 커버린 육체가 부실함을 여지없이 드러내듯 우리 경제의 감춰진 모습을 남김없이 비추기도 하고, 화장기 사이로 주름을 숨길 수 없듯 우리 사회의 모순이 그 거리에 여지없이 투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저자는 '시민이여, 이 거리에 침을 뱉어라'고 주문한다. 거리를 걸으며 분노하라고 말한다. 새로운 거리와 거리문화를 만드는 첫 번째 발걸음은 먼저 분노하고 침을 뱉는 것부터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걸어다니고 있기에 아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이 익숙함과 먼저 결별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거리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거리를 읽을 눈이 없거든 이 시대의 문화를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제 생각 없이 걷던 거리를 오늘은 거리에 다가서서 거리를 읽으려 한다면 이는 순전히 이 책의 공이 큰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운영의 중국경제산책 탐사와 산책 3
정운영 지음, 조용철 사진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WTO의 가입으로 한창 떠오르는 대륙 중국. 이제는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산업만이 아니라 어느새 컴퓨터, 가전제품 등 전자산업까지 우리나라 목 위까지 밀고 들어오고 있는 중국. 시장경제 도입으로 자본주의의 병폐를 안고 있으면서도 사회주의 노선을 계속 주창하는 중국. 중국 열풍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당대의 논객 정운영 교수가 중국경제기행을 했다고 하면 많은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중국경제기행을 하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보통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제의 현장과 그의 그늘에 가려 신음하는 현장을 구석 구석 찾는 식이 되기 십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중국을 읽을 수 없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난 다음 들었다. 왜냐하면 중국은 그렇게 돌아다니기에는 너무도 광활한 대륙이고, 또 그렇게해서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실험을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운영교수는 현대 중국이 있기까지 도덕적, 사상적 두 기둥 역할을 한 마오(毛)와 덩(鄧)의 루트를 따라가기로 한다. 중국 혁명을 이룬 毛와 중국을 부자로 만든 鄧의 궤적을 쫓으며, 어울릴 수 없는 이 두 노선이 어떻게 인민의 마음 속에 어우러져 독특한 중국식 사회주의를 낳았으며, 어떤 힘과 어떤 모순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그만의 독특한 삐딱한 시선으로 쫓기로 한 것이다.

보통은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고 하는데 이 점에서 최소한 중국은 예외다. 하부구조는 계획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거의 자본주의화했으나, 상부구조는 아직도 사회주의의 기조를 버리지 않으면서 변질될 수 있는 소질이 얼마든지 있는 하부구조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운영교수는 이에 대해 시장과 이윤은 부르되 자본과 자본주의는 막는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한 도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레닌도, 마오쩌둥도, 고르바초프도 모두 진 이 내기에서 중국이 이긴다면 실로 인류 초유의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실험을 보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하나를 향해 수렴해간다는 느낌이 한편에서는 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난간에 서서 곡예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곡예라면 그 곡예를 버티고 있는 힘은 마오쩌둥의 정신적 지도력과 중국 지도자의 단호한 실천력과 열성일 것이며, 그 곡예를 흔드는 힘은 시장경제로 인하여 중국 인민간 위화감이 증폭되는 것일 게다.

정운영교수의 중국경제기행이 갖는 가장 커다란 힘은 부분핥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대륙을 보는 근원점에 귀착해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중국을 읽을 때 몇몇 단편에 치우쳐 잠자는 용이 깨고 있다라든가, 중국의 자본주의적 요지경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을 읽으려면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만남의 이상한 조화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정운영교수의 <중국경제산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스티븐 C. 런딘 외 지음, 유영만 옮김 / 한언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주변의 사건이나 사람을 통해서 의외의 자극을 받기도 한다. TV에서 힘겨우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보고서 자신을 위로하며 힘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강아지나 개미 등 미물을 보고서도 삶의 성찰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나 자극을 받거나 성찰을 얻는 것은 아니다. 내면에 준비된 사람만이 자극을 받아들이고, 그 자극에서 성찰의 산물을 이끌어내는 법이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역시 주변의 자극을 성찰로 잘 이끈 하나의 모범사례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제인은 '유독성 폐기물 더미'로 불리는 구제불능의 부서에 배치되어 예전의 열정을 잃어버려가고 있는 부서 책임자다. 이 부서는 고객으로부터는 항상 극도의 불만을 들으나, 그러면서도 부서 내부에서는 정신없이 일이 돌아간다고 짜증의 목소리만 높다. 제인은 이러한 진퇴양난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다가 어느날 회사 근처에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 들렀다가 자극을 받게 된다.

그 어시장은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으나 일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활기차게 일하고 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제인은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이 활력을 가지는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자신의 부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결국 제인은 부서의 동료와 함께 그 해답을 차츰 찾아나가며 그 과정에서 유독성 폐기물 더미 같은 부서는 물고기가 펄떡이는 듯한 활력을 아니라, 타산지석과 같이 자신보다 훨씬 나쁜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사건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주변에 자극받을 수 있는 요소는 많으나 이 자극 요소를 발견하지 찾게된다.

사람은 사실 어느 것 하나에서도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자신보다 잘 하는 것에서도 배울 뿐만 못하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하고, 이 자극을 적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이 자극을 발전시키는 사람은 성공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볼 때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활기 넘치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제인이 이를 어떻게 수용해가는가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 우화라든가 일화를 통해서 경영환경을 극복해가는 방법을 소개한 책들이 많고 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 <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 그리고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등이 이러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책을 읽을 때 그 명제는 명쾌하나 그 알맹이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이의 가장 큰 이유를 '논리의 단순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에서는 현실에서 야기되고 있는 여러 모순과 문제점을 몇 개의 명제로 단순화하여 전달하려 한다. 그러한 명제는 너무나 명쾌하여 고개를 끄떡거리게 되지만, 책을 덮고 나면 현실의 문제와 명제 사이의 괴리감을 건너기 힘들어 명제는 다만 명제로만 남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명제에 대한 섣부른 결론과 이의 명제를 돋보이게 하는 서술 방식은 뒤로 젖히고, 명제로 이르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책이 그립다. 섣부른 결론과 이 결론을 치장하는 책을 보면 포장만 번지르한 상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꼭대기의 과학자들 - 과학자와 떠나는 즐거운 산행
제임스 트레필 지음, 정주연 옮김 / 지호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자연의 변화 원리를 알면 자연의 신비가 없어질까, 아니면 더 경이로울까. 자연의 본질을 알게 되면 자연의 매력이 없어질까, 아니면 더 아름다워질까. 덤덤하게 지나치는 돌덩어리 하나도 그 변화 원리를 알고 본질을 알게 되면 더욱 경이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른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이 자연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들이 다소 정(靜)적인 자연이라면 산은 보다 동(動)적인 자연이다. 산을 오르다보면 인간이 자연에 비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이 우리가 모르는 자연세계에 온통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 굉음을 폭발하듯 떨어지는 폭포수, 원시림 같은 나무의 군락, 산의 폐부를 깎아 내리며 흐르는 듯한 계곡물들. 경외스럽고 신비롭고 힘이 느껴지는 자연이 산속에 숨어 있다.

<산꼭대기의 과학자들>은 그 동적인 자연 속으로 안내한다. 맨 먼저 왜 산이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이미 과학자들이 밝혀놓은 원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답을 바로 말하지 않는다. 여러 의구심을 가질 만한 주제들을 나열하고 하나 하나 실타래를 풀듯이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판구조론이나 조륙운동, 조산운동이 얼마나 겉핥기식이었는지를 점차 느껴나가게 된다. 대륙은 물에 떠 있는 나무조각이라든가, 대류가 움직이는 원리가 지구 저 밑에서도 똑같이 움직이면서 지구의 지각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다라든가 하는 원리가 메마른 땅바닥 사이로 물이 스며들 듯 신비롭게 젖어든다.

산에 있는 바위의 나이, 나아가서 지구의 나이가 몇 살인가를 밝히는 것 역시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논증해간다. 그냥 46억년이라고 암기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몇 조각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을 제시한다. 도저히 맞춰지지 않을 퍼즐 조각 같은데 저자는 이를 모아서 맞춰나간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46억년이라는 결론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거려진다. 과학을 탐구해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이고, 얼마나 체계적이고 신비로운 과정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산의 형성 과정이나 지구의 나이만이 아니라 계곡을 흐르는 물, 오른쪽으로만 감아도는 오른손잡이 나무, 산에서 바라보는 하늘 등 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뒤로 갈수록 너무 다양한 과학 원리가 전개되고, 산을 다소 벗어난 주제까지 포괄하고 있어 집중도가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산에 관해 쉽게 과학의 원리를 접하게 함으로써 더욱 산을 아름답고 경이롭게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제임스 트레필이 1986년에 쓴 책으로 국내에는 15년이 지난 소개된 셈이다. 15년이 과학의 세계에서는 상당한 간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질학자나 물리학자의 감수가 있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