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라 - 인문학과 영화, 그 어울림과 맞섬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6월
절판


(괴물) 해답은 위생권력 자체의 속성에 있다. 에이전트 옐로우는 실전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대국민 과시용이다. 헌데,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기 위해선 괴물이라는 '악의 축'이 필요하다. 그러니 괴물과의 적당한 거리에서 잔뜩 폼만 잡고 으스댈 밖에. 괴물과 위생권력 사이의 이 절묘한 어울림과 맞섬! 따라서 강두네 가족이 괴물과 마주치려면 그 전에 위생권력이 쳐 놓은 금지선들로부터 넘어가야 한다. 예컨대, 병원을 탈출해서 한강으로 잠입할 때, 이들이 처음 마주친 것은 구청 공무원이다. 구청 김과장은 방역업체들 간의 이권다툼을 이용해서 '삥을 뜯는' 인물이다. 말하자면 괴물의 출현을 빌미로 자본의 추악한 거래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34쪽

(음란서생) 음란소설의 공간이 유쾌한 분자적 운동이 일어나는 곳이라면, 이 궁정식 멜로의 공간에선 모두가 철저히 자기만의 내면에 갇혀 있다. 접속, 변이가 불가능한 욕망들의 성채! ..(중략).. 근대 이후, 소설과 음란성, 멜로와 포르노그라피는 서로의 '나와바리'를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엇갈린 운명! 우리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그래서? 범람하는 멜로, 포르노그라피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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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피스와 나(히로미)는 숨은 연출자이면서 그 사건에 배우로도 등장하여, 스스로 창작한 각본에 따라 연기할 것이다. 자작 연출. 참을 수 없는 쾌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지금까지의 각본으로는 피스와 나는 영원히 사건의 표면에 등장할 수 없었다. 가즈아키를 범인으로 날조하면 그와 어릴 적 친구라는 이유로 다소나마 매스컴의 주목을 받아 발언할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그건 한정된 범위을 따름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유족이 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247쪽

기억. 기억. 기억. 인간이란 존재는 기억으로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다. 그런 통찰이 번개처럼 뇌리를 가로질렀다. 수많은 기억을 얇은 피부 한 장으로 감싸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다. 어린아이게서 어른으로 성장함에 따라 몸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피부 속의 기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 구리하시 히로미라는 인간의 피부는 찢어지고, 그것이 감싸고 있던 기억이 바깥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서서히, 그러다 점점 폭포수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기억이라는 내용이 다 빠져나가버리면, 히로미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한번 살면 되지 않을까. 쭈그러진 히로미라는 그릇에 새로운 기억을 흘려넣어 새로운 히로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히로미는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382쪽

그것이 어떤 계기로 다카이 가즈아키라는 외부 요인이 가해짐으로써 사회에 대한 도전적인 자세가 환기되어, 단순한 기호에서 일종의 메시지성을 띤 극장형 범죄로 발전했음이 분명하다. 그것이 바로 다케가미가 생각하는 두 미치광이의 형상이었다. 그 형상은 구리하시 히로미라는 매우 경박한 살인자의 미숙한 머릿속에서 구축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에 대한 뿌리 깊은 열등의식과 증오심, 그리고 소외감이 없다면 절대로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없다. 구리하시 히로미라는 인간만으로는 그 허들을 넘을 수 없다. 그래서 다카이 가즈아키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흘수선(?)을 넘기 위한 밸러스트의 역할로서.-4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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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능선에 서면
남난희 지음 / 수문출판사 / 1990년 2월
평점 :
품절


1984년 정초부터 75일간의 대장정. 남난희씨는 부산의 금정산으로부터 고성의 진부령까지를 겨울산맥을 타고 종주했다. 각 언론매체에서 크게 보도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태백산맥 종주, 그리고 우리 산맥의 원개념이었던 백두대간에 대한 관심을 크게 확장시켰다. 그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하얀 능선에 서면>에서는 1984년, 비단 고된 산행에 대한 기록뿐만이 아니라 그 산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그 시대를 살아가던 젊은이들의 고민 등이 오롯이 담겨있다. 비록 힘들다거나 포기해야겠다거나 하는 필자의 기록들이 종주 내내 이어지고 있어서 안쓰럽기만 하지만, 결국 그 힘든 여정을 글로나마 뒤따라가다보면 많은 생각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90년도에 출간된 책은 그 당시의 편집상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요즘은 익숙하지 않지만, 흑백으로 처리된 사진은 명도가 일정치 않아 까맣게 먹으로 나오기도 하고, 자간 간격이나 문장들도 약간은 '옛스러운' 느낌이다. 읽고 있는 책은 2007년에 발행한 '16판'인데, 책을 덮으며 저자의 육성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이러한 책들은 굳이 '개정판'으로 다듬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을 읽다보면 갈래들이 생긴다.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에 열거된 책들이 대표적인데, 그 목록에 몰입할 수는 없지만 구매할 때마다 한두 권씩 포함시켜 '산과 산사람들'에 관한 책을 읽는다. <빙벽>, <희박한 공기 속으로>... 이 갈래길은 꽤 오래 이어질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권경업님의 시집 <백두대간>을 비롯하여 산에 관한 몇몇 책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품절인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쉽다.

이후 남난희씨는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지리산에 안착한 삶에 관한 에세이집을 출간하였는데 <낮은 山이 낮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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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능선에 서면
남난희 지음 / 수문출판사 / 1990년 2월
품절


저수지 윗 능선에서 나무하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만나 한참을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아주머니께서 안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래 총각은 군에는 갔다 왔는가" 하셨다. 아차 아주머니는 나를 남자로 보고 계셨구나. 웃을 수도 없었고 아주머니를 실망시킬 수도 없어서 다녀왔다고 과감하게 거짓말(?)을 해버렸다.-63쪽

봉우 일행도 오늘 산에서 함께 보내고자 했는데 봉우를 따라다니는 이방인 2명이 있었다. 봉우는 1983년 집시법(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으로 대학 4학년 때 감옥에서 8개월을 보내고 내가 등반 떠나기 불과 얼마 전에 풀려 나왔었다. 그 이방인은 형사들로서 풀려난 봉우를 아직도 따라 다니는 듯했고 서울에서 관광차로 이 첩첩산엘 여러 명이 내려오고 그 주인공인 누나는 무장공비 마냥 산을 헤메고 다닌다니 무슨 일인가 싶어 바짝 긴장하고 따라 온 모양이었다. 그들은 또다른 집회를 산에서 갖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자기네들도 산으로 따라 올라가겠다고 했다. 이 엄동설한에 텐트도 침낭도 없이 산에서 어떻게 밤을 보낼 생각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자기 의무를 다하려는 그 형사아저씨에게 오히려 동정이 갔다. 빨리 좋은 세상이 와서 이런 일이 없어졌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었다. 내 동생도 이 시대의 피해자이며 그 형사 아저씨들도 마찬가지의 피해자일 뿐이다. -125쪽

12시 30분 대청봉에 도착했다. 그동안 입술을 다물고 참았던 통곡이 터져 나왔다. 무엇 때문에 내가 길을 떠났었는지 이제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제야 만날 수 있는 설악, 이 설악을 만나고자 70여 일을 그렇게 걷고 걸어서 왔던가? 한나절이면 만날 수 있는 설악을 난 왜 70여 일이나 걸려서 와야 했을까? 내게 설악은 왜 그렇게 멀리 있었을까? 오랜만에 연인을 만난 것처럼, 이산가족이 30여 년 만에 만난 것처럼, 뜨겁게 그리고 서럽게 울었다. 그래도 설악이니까 내가 이렇게 마음놓고 울 수 있다. 아무 말도 필요없었다. 그냥 감당 못할 이유들이 울음이 되어 밖으로 터져 나올 뿐이엇다. 하지만 난 아직 갈 길이 남아있는 사람, 진부령이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다.-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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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아고라 대표논객 구속영장 신청
  "불법·폭력 집회 주도했다"…과잉 수사 논란
 
  2008-09-01 오후 12:36:19
 
   

 
 

  경찰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촛불 집회에 관한 토론과 집회에 활발히 참여해온 나모(48)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31일 세종로 사거리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 연행된 나 씨에 대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나 씨는 '권태로운 창'이라는 아이디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 등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논객 중 한 명이다. 그는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이것이 아고라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발언 등을 정면으로 비난해 심 의원으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심재철 vs 아고라 2차전…<창비>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 · 심재철 "나는 다음 아고라 '스마일' 아니다" )
  
  시위 '주동'으로 집시법 위반? 표적 연행·과잉 수사 논란 일 듯
  
  경찰의 이번 방침을 놓고 표현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불법 채증 자료를 근거로 한 표적 연행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단순히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을 두고 실제 현장에서의 행위를 기초로 한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무리한 대응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나 씨를 연행한 뒤 곧바로 언론을 통해 나 씨가 지난 달 17일까지 모두 40여 차례에 걸쳐 불법, 폭력 집회를 주도해온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나 씨가 지난달 17일 서울 명동성당 근처 촛불 집회에 참가해 시위 진압 중이던 경찰에게 돌을 던진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나 씨에게 이 같은 혐의를 둔 것은 나 씨가 그간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게시물을 수집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추적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촛불 집회와 관련해 활발히 활동하는 시민들에 대한 과잉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찰은 "나씨가 폭력 집회를 통해 주장해온 것은 '정권 퇴출', '대통령 탄핵'"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불법집회를 주도해온 다른 공범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누리꾼 '분노'…<조선일보>, <중앙일보> 자극적 보도
  
  온라인은 들끓고 있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권태로운창 님은 그냥 수많은 촛불 중 한 명이다. 당연히 구속될 이유가 없다", "국민이 하고 싶은 말도 못하게 하는 나라가 민주주의인가", "집회 공지야 아무나 올리는 것이죠. 인지도가 있으니 베스트(토론 게시판 인기글)에 자주 글이 올랐던 것 정도 아닌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나 씨의 체포 및 영장신청 방침에 대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신문은 "'아고라' 시위 주동자 잡고보니 논술학원 원장", "아고라 '쇠고기 시위' 주동자 검거"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그는 아고라의 대표적 논객으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는 별개로 아고라 회원의 시위 참가를 이끈 386 핵심 인사로 꼽히고 있다"며 나 씨가 올린 글 중 일부를 인용하며 누리꾼에게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과격한 주장을 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는 시위 현장에 등장했던 '토론의 성지, 아고라' 깃발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는 각종 시국 관련 시위에 참가하고 집회에선 중앙·조선·동아일보 광고주에 대한 불매 운동을 독려하는 발언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강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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