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해답은 위생권력 자체의 속성에 있다. 에이전트 옐로우는 실전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대국민 과시용이다. 헌데,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기 위해선 괴물이라는 '악의 축'이 필요하다. 그러니 괴물과의 적당한 거리에서 잔뜩 폼만 잡고 으스댈 밖에. 괴물과 위생권력 사이의 이 절묘한 어울림과 맞섬! 따라서 강두네 가족이 괴물과 마주치려면 그 전에 위생권력이 쳐 놓은 금지선들로부터 넘어가야 한다. 예컨대, 병원을 탈출해서 한강으로 잠입할 때, 이들이 처음 마주친 것은 구청 공무원이다. 구청 김과장은 방역업체들 간의 이권다툼을 이용해서 '삥을 뜯는' 인물이다. 말하자면 괴물의 출현을 빌미로 자본의 추악한 거래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34쪽
(음란서생) 음란소설의 공간이 유쾌한 분자적 운동이 일어나는 곳이라면, 이 궁정식 멜로의 공간에선 모두가 철저히 자기만의 내면에 갇혀 있다. 접속, 변이가 불가능한 욕망들의 성채! ..(중략).. 근대 이후, 소설과 음란성, 멜로와 포르노그라피는 서로의 '나와바리'를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엇갈린 운명! 우리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그래서? 범람하는 멜로, 포르노그라피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1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