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덤 경쟁에 멍든다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1+1행사'를 비롯해 식품업계의 덤 판촉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면서 업체간 출혈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유업체들이 우유판매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1000㎖ 제품에 250㎖ 제품을 1~2개씩 덧붙여 판매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제과업체들도 인기제품에 비인기제품을 얹어주는 덤 행사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심지어 과자 1개에 2~3개를 묶어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과거 덤 행사가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강요 혹은 유도한 측면이 많았다면 요즘의 덤 경쟁은 업체 스스로 필요에 의해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할인점 등 대형업체와 파워 게임에서 별로 밀리지 않아 덤행사를 강요받지 않았던 대형 식품업체들이 덤 경쟁을 자초하고 있다.

CJ가 해찬들을 인수하면서 대상과 치열하게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장류 시장과 풀무원, 두산종가집, CJ 등 대형 업체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두부ㆍ콩나물 시장이 대표적이다.

CJ는 최근 '해찬들 태양초 고추장'의 국내 포함 세계 판매 1위 기념 이벤트를 핑계로 '매운고추장(500g)'에 대해 1+1행사를 펼쳤다.

CJ측은 "판매 증진이나 점유율 확대 등 목적이 아니라 단종을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쟁사인 대상측 해석은 다르다.


대상 관계자는 "1+1행사는 사실상 가격을 50% 할인하는 것으로 판매율이나 시장점유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면서 "해찬들의 경우 올 초부터 계속 덤 행사를 하고 있는데 장류 시장 점유율이 연말까지만 해도 대상 44.5%, CJ가 41% 정도였는데 2~3월에는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CJ가 밀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CJ가 해찬들 인수 후 장류시장 1위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덤 판촉을 계속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CJ는 20일부터 올리브유 구입시 같은 크기의 포도씨유를 증정하는 1+1 행사도 시작한다.

업계 관계자는 "백설 올리브유가 현재 시장점유율 1위(45%)인데 대상 참빛고운 올리브유 등 경쟁제품이 치고 올라오니까 확실하게 우위를 굳히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CJ측은 일반 식용유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돼 올리브유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형 식품 3사가 맞붙어 있는 두부시장은 사은품이 없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

CJ '행복한 콩 두부'는 매장별로 다르긴 하지만 다담 된장찌개 전용양념, 알짜란(2개), 두부를 갈아먹을 때 넣는 딥 소스(2종) 등을 덤으로 주고 있고 풀무원, 두산종가집 등도 샐러드 드레싱, 콩나물, 연두부, 버섯, 밀폐용기 등을 추가로 준다.

문상수 두산종가집 마케팅팀차장은 "광고비를 줄이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신제품 시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덤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이라면서도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덤 마케팅이 심화되면서 비용압박이 심화되고 있어 덤 행사를 점차 줄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덤 행사는 한두 달 정도 반짝해서 제품을 알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지금처럼 몇 달씩 경쟁적으로 지속할 경우에는 체력 약한 순서대로 나가 떨어지게 마련"이라면서 "식품업체간 인수ㆍ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대형 업체들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리한 판촉경쟁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경옥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5.21 18:3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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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뿌리
김중미 지음 / 검둥소 / 2006년 8월
구판절판


출근하겠다는 정아에게 전날 먹던 국에 대충 밥을 말아 먹였다. 정아가 나간 뒤 우두커니 방구석에 앉아 있다가 차 열쇠를 꺼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행주대교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동두천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더는 빠져나오지 못하는 미로를 헤매고 싶지 않았다. 나쁜 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제 그 골목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29쪽

그렇지만 아버지가 뭐라고 하건 나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소시지와 햄으로 반찬을 해 먹는 다른 집들이 부러웠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싸구려 시계라고 해도 미제 타이맥스 시계를 차고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미군부대에 다니는 아버지를 둔 덕분에 피아노학원을 다니고 새집으로 이사를 가는 친구들을 보면 똑같이 미군부대에 다니는데도 늘 가난한 우리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아직 소시지 하나 못 먹어봤느냐고 놀리는 친구들 앞에서는 나는 미군들이 먹다 버린 쓰레기는 안 먹는다고 짐짓 당당한 척을 했다.-34쪽

"병원비? 미군이 때린 거라며 미군이 물어줘야지."
내 말에 해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 이 멍텅구리야. 너 정말 몰라서 그래? 미군이 한국 사람 때렸다고 병원비 물어주는 거 봤냐?"
나도 그런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마음이 답답하다 보니 얼결에 나온 것뿐었다. 기지촌 사람들 사이에는 불문율이 있었다. 아무리 억울해도 괜히 미군한테 대들거나 시비를 걸면 안 된다는 거였다. 미군하고 실랑이가 붙으면 무조건 한국 사람만 손해였다. 미군들이 한국 사람을 때려서 심하게 다쳤다 해도 병원비 청구는 엄두도 못 냈다.-78쪽

엄마 말에 윤희 언니는 또 눈물을 그렁거렸다. 조산소에서 헤어진 뒤 일 년 반 동안 윤희 언니는 참 많이 변해 있었다. 하지만 언니가 강파르게 변한 것을, 예전처럼 살갑고 따뜻한 윤희 언니가 아닌 것을 섭섭해할 수 없었다. 이미 나 역시 언니가 까만 아기를 키우면서 사람들한테 얼마나 따가운 눈총을 받았을지, 그러면서 얼마나 속을 태웠을지 짐작할 만큼 철이 들어 있었다.-109쪽

재민이도 코끝이 빨갰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억지웃음을 짓는 재민이를 보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그때까지 겨우겨우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버렸다.
"잘 가. 미국 가면 여기 생각 다 잊어버려야 돼."
그때 왜 하필 미국 가면 한국을 다 잊을 거라던 윤희 언니 말이 생각났는지 모른다. 나도 재민이도 윤희 언니처럼 한국에서 받은 상처와 기억을 다 잊기를 바랐다. 아무런 편견도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때까지 나는 미국이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곳이라는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자, 이거 너 가져."
겨우 울음을 멈춘 내게 재민이가 불쑥 내민 건 우표수집책이었다.
"이걸 왜 다 줘."
"비행기 탈 때 짐이 너무 많을 거 같아서. 이거 보니까 너랑 같이 우표 사러 다니던 기억이 나더라. 여기에는 너한테 없는 것만 골라서 넣었어. 잘 가."
재민이는 내가 우표수집책을 받아 들자마자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대문 앞에 세워두었던 자전거에 올라타더니 쏜살같이 골목을 빠져나가 버렸다.-169쪽

"재민아, 동두천은 말이야. 사람들을 떠나보내지 않는 곳이야. 여기 살던 사람들에게 동두천은 특별한 흔적을 남기는 거 같아. 나는 여길 떠날 기회가 있었고, 얼마든지 여길 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니더라고. 너랑 너희 엄마, 해자가 여기 동두천에서 질기고 독하게 사는 동안, 윤희 언니가 미국에서 눈물겹게 사는 동안 나도 그렇게 아프면서 살았어. 왜냐하면 동두천은 현실이거든. 이 땅 어디를 가도 지워버릴 수 없는.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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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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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읽어본 기억이 가물하다.(왜 이리 퍽퍽하게 사는지..)

이 책을 읽고는 예전에 코넌 도일이나 아가사크리스티의 책들을 문고본으로 읽으면서 느꼈던 '매혹'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며 작품 속에 빠져있다 나온 듯하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읽기가 결코 버겁지 않다. 이야기의 구성(또는 전개)이 현재 시점의 진행을 축으로 연속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개에 필요한 회상이나, 중요한 요소를 위한 장치도 그 전개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캐릭터의 설정도 매우 선명하다.

무엇보다도 추리소설로의 이 책의 특장은 무엇보다도 '시선'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리학 교수이자 라이벌인 '유가와'가 적극 개입하기 이전까지는 주인공이자 범인일 '이시가미'의 시선을 따라 책을 읽게 된다. 마치 독자 스스로가 공범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문체가 간명하면서도 뛰어나다. 그리고는 반전... 결말에 이르기까지, 비록 처음 읽는 작품이지만, 상당한 재능을 가진 작가로 보인다.

서평단에 선정된 이상(공짜 아닌가 ^^) 꽤 유익한 '독서경험'에 대해 감사해야 도리일 듯 싶은데... 문득 얼마전 다른 서재의 페이퍼에서 이 책 편집과 관련한 지적과 '현대문학' 측의 설명을 본 적이 있다. 해명의 내용은 적잖은 오류를 인정하며, 새 책이 나오면 페이퍼 작성자에게 발송하겠다는 내용이었다.(이른바 리콜이다) 이 책 판권면을 보니 2쇄이다. 여기에도 아직 숱한 오류가 있다. 오자는 물론이고, 가운데 말을 만들어 넣어볼 만큼 탈자도 있고, 더욱 의아한 것은 문법도 잘 모르는 입장에서 볼 때에도 전후맥락이 맞지 않은 비문도 여러 군데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역자는 일본어 번역에 상당한 공력을 인정받는 분으로 알고 있다.(최근 읽은 책으로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있었다) 아마도 번역원고를 입수한 이후의 제작과정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바빠서 2쇄에는 전혀 고치지 못하고 다음 쇄에서 고칠 것으로 생각할 뿐이다. 중견출판사, 특히 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오랜 출판경력을 갖고 있는 회사에서 문학작품을 이렇게 '만들다 만' 모습으로 내놓은 점은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다른 분들의 평가에서도 분명 지적되겠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기'도 문제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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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푸른고개 2006-09-1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문학 측으로부터 '해명'이 왔네요. 1쇄와 2쇄를 거의 동시에 제작해서 2쇄까지는 오류가 있다고 합니다. 다음주(9월 18일경)에는 3쇄로 나갈 예정이라서, 그때 이후로 보시는 분들은 오류가 수정된 책을 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일일이 의견을 남겨주신 '성의'가 고맙습니다. 책 내용은 감히 추천할 만합니다. 리뷰를 읽으시는 분들은 참고하셔요.
 
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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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후기의 제목이다.

'인문학의 현대적 가치가 물질 만능주의에 맞서 훼손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떳떳이 주장하려면 이문학은 더 이상 사생활을 감춰서는 안 된다.'(345쪽)

저자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기록과 평가'는 그 깊이에 비례하여 보다 풍성한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근래 우리 역사에 대한 다양하고 세부적인 접근은 그간 뼈대로만 알고 있는 '사실'들을 되짚어보게 하고, 우리가 지녀왔던 상식에 새로운 의문 내지 의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시공간](그린비, 2003)은 각종 한문 문헌 속에 갇혀있던 박지원을 우리 곁에서 호흡하며 가열찬 활동을 하는 지식인으로 데려왔다.

당시의 사료, 특히 신문과 잡지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은 이 책 [경성기담] 이전에도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 가운데 역작으로 평가받을 만한 책 가운데 김진송의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현실문화연구, 1999)와 같은 저자의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세미콜론, 2006), 그리고 김태수의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황소자리, 2005) 등이 기억된다. 당시 언론이나 각종 매체에 표현된 개별의 '사실'을 깊이 천착하여 당시의 시대상과 그 의미를 해석케하는 저작들이다. 심지어 [꼿 가치..]의 경우는 초기의 광고를 보며 산업규모 등을 다뤄가는 역작으로 당시의 일상을 상상하는데 큰 도움을 준 책이었다.

이러한 전작들이 있어서 이 책도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역시 당시의 화제거리였을 각종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깊이있는 사료 발굴,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인문학을 추구하는 저자의 해석을 곁들여 선보였다. 단, 위에 언급한 전작들에 비해 '기담'이라는 한계 즉, 특이한 사건에 주목하거나 인물론에 빠지다 보니 그 개별사례를 통해 시대를 재해석하는 점에서는 다소 미흡한 편이다. 하지만 저자의 후기에서 보여지듯이 아직 시작일 뿐이다.

이러한 저작 노력들은 어쩌면 너무 자주 거론되어 식상할지도 모르는 '근대성'이라는 단어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라고 보여진다. 또한 지나온 궤적에 대한 관심이 단지 고답적인 취미의 영역이 아니라, 앞을 바라보는 시야에 '지혜를 얹는 일'이라고 볼 때,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사료들에 호흡을 불어넣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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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리 - 정우영

간에 좋대요, 아내 말 한마디에

옷핀 편 꼬챙이로 부지런히

대수리* 속살 콕콕 찔러 빼먹는다.

머릿속으로는 그 여린 생명 앗는 것을

송구스러워하면서도 솔깃한 유혹 물리치지 못한다.

머리와 유혹 사이 어중간한 공간을 비칠비칠 헤매는데

그림자 키워 창밖에서 그윽히 건너다보던

대추나무가 실실 키득거린다.

제 발치에 대수리 껍질 수북이 쌓아놓고

햇살 담뿍 머금어 푸른 대추 알알이

반짝반짝 살찌운 내 또래 대추나무,

간 없이도 건장한 어깨 들썩거린다.

민망해진 나는 그럴수록 더 빠른 손놀림으로

대수리 집어들고 꼬챙이 잇달아 쑤셔대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내가 대수리를 까먹는 게 아니라

대수리 스스로 내가 불쌍타는 듯

내 입으로 훌훌 날아드는 것만 같다.

제 몸 내게 기꺼이 보시하겠다는 듯

지들끼리 앞다투어 뛰어내리는 것만 같다.

 

* 전라북도 임실에서는 '다슬기'를 '대수리'라 부름.

- <집이 떠나갔다>,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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