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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평점 :
저자 후기의 제목이다.
'인문학의 현대적 가치가 물질 만능주의에 맞서 훼손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떳떳이 주장하려면 이문학은 더 이상 사생활을 감춰서는 안 된다.'(345쪽)
저자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기록과 평가'는 그 깊이에 비례하여 보다 풍성한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근래 우리 역사에 대한 다양하고 세부적인 접근은 그간 뼈대로만 알고 있는 '사실'들을 되짚어보게 하고, 우리가 지녀왔던 상식에 새로운 의문 내지 의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시공간](그린비, 2003)은 각종 한문 문헌 속에 갇혀있던 박지원을 우리 곁에서 호흡하며 가열찬 활동을 하는 지식인으로 데려왔다.
당시의 사료, 특히 신문과 잡지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은 이 책 [경성기담] 이전에도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 가운데 역작으로 평가받을 만한 책 가운데 김진송의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현실문화연구, 1999)와 같은 저자의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세미콜론, 2006), 그리고 김태수의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황소자리, 2005) 등이 기억된다. 당시 언론이나 각종 매체에 표현된 개별의 '사실'을 깊이 천착하여 당시의 시대상과 그 의미를 해석케하는 저작들이다. 심지어 [꼿 가치..]의 경우는 초기의 광고를 보며 산업규모 등을 다뤄가는 역작으로 당시의 일상을 상상하는데 큰 도움을 준 책이었다.
이러한 전작들이 있어서 이 책도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역시 당시의 화제거리였을 각종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깊이있는 사료 발굴,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인문학을 추구하는 저자의 해석을 곁들여 선보였다. 단, 위에 언급한 전작들에 비해 '기담'이라는 한계 즉, 특이한 사건에 주목하거나 인물론에 빠지다 보니 그 개별사례를 통해 시대를 재해석하는 점에서는 다소 미흡한 편이다. 하지만 저자의 후기에서 보여지듯이 아직 시작일 뿐이다.
이러한 저작 노력들은 어쩌면 너무 자주 거론되어 식상할지도 모르는 '근대성'이라는 단어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라고 보여진다. 또한 지나온 궤적에 대한 관심이 단지 고답적인 취미의 영역이 아니라, 앞을 바라보는 시야에 '지혜를 얹는 일'이라고 볼 때,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사료들에 호흡을 불어넣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