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8 - 장 담그는 가을날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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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눈먼) 아버지에게 바다는 삶의 전부다. 난 아버지가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세상인 이 바다를 '아버지의 바다'라고 한다.'

<아버지의 바다>편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 '아버지의 바다'는 아들 김연용 씨가 쓴 책 <아버지의 바다>(휴먼앤북스 간)를 옮겨왔다. 새 이야기를 만들까 하다가 눈먼 아버지를 지켜보는 아들만큼 통절할 수 있겠는가 싶어 포기하고 말았다.'

영화로 만들어지고, 관련된 요리책도 만들어지는 <식객> 시리즈. 이렇듯 인용 또는 '넘나듦'이 외려 넉넉함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역시나 평생을 갯일로 살아오신 어머님을 뵈러, '어머니의 바다'를 보러 이제 나설 채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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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7 - 원조 마산 아귀찜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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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권까지 모두 여든 다섯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문득 이 <식객> 시리즈가 몇 편까지 이어질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다양한 음식과 그와 관련된 사연은 헤아릴 수 없겠지만, 한 편 한 편 완벽한 스토리로 구성해낼 수 있다는 것은 진정 '대가'만이 가능한 일이 아닐런지...

그런 의미에서 이 땅의 많은 독자들,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이 시리즈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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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어덜트’ 청소년문학이 진화한다…청소년 고민·일상 주로 담아
입력: 2008년 02월 04일 17:34:06
 
ㆍ통속 로맨스 소설 티 벗고 주인공도 착하기보다 참신

청소년 문학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입시 대비용 세계명작이나 고전, 판타지소설이나 통속적 로맨스소설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시대 청소년들의 고민과 일상을 담은 작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언어권 작품이 번역되는가 하면 국내작가들이 쓴 청소년 문학작품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10대 후반 독자들을 겨냥해 ‘영 어덜트(young adult)’라는 마케팅 용어까지 등장했다.


출판사 비룡소는 새 출판브랜드 ‘까멜레옹’을 내놓았다. 어른의 취향에 가까워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하고 색다르면서도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첫 작품은 SF작가 스티븐 굴드의 소설 ‘점퍼’이다. 순간이동능력을 가진 18세 소년이 점차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워나간다는 내용으로 영화로도 제작된 상태다.

겉으로는 청소년문학을 표방하고 있지 않지만 10대를 주인공과 독자로 설정한 소설도 점차 늘고 있다. 소설가 이명랑의 신작 ‘날라리 on the pink’(세계사)는 17세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소년소설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해답을 모른 채 실수를 되풀이하는 아이들, 억눌린 감정을 표현할 수단을 갖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썼다”고 고백했다. 입시지옥에 갇힌 고교생들이 세상을 거부하고 자신들끼리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20대 소설가 김사과의 최신작 ‘미나’(창비)도 청소년문학에 가깝다.

이같은 소설이 생겨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형성된 청소년 문학시장이 세분화되는 형국이다. 국내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는 97년부터 선보인 사계절출판사의 ‘1318문고’를 시작으로 ‘반올림’(바람의아이들), ‘청소년문학선’(비룡소), ‘푸른도서관’(푸른책들), ‘청소년문학’(풀빛) 등이 대표적이다. 별도의 시리즈 이름은 없지만 양철북, 낭기열라 등의 출판사도 청소년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는 초등 고학년에서 고등학생을 독자층으로 삼고 있지만 실질 독자층은 중학생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고교생들이 입시로 인해 절대적인 독서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어린이보다는 어른에 가까운 이들이 단선적인 구성과 구태의연한 상상력, 교훈과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춘 ‘착한 청소년소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외 판타지소설이나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같은 참신함과 대중성을 겸비한 해외대중소설을 즐겨 읽는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3000여명의 청소년작가가 활동하는 것과 달리 국내 청소년문학의 작가층은 두텁지 못하다. 국내 출판사들이 고액의 상금을 내걸고 청소년 문학상을 공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계절을 필두로 창비와 비룡소, 푸른책들도 청소년문학상을 공모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해 5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상금을 내걸고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신설했다. 1회 당선작 정유정의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현재까지 1만8000부가량 팔렸다.

국내 작가들이 청소년 문학에 관심을 돌리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의 소설은 동화작가들의 청소년소설과 달리 엄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생생한 취재, 신선한 상상력,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다. 시장의 반응도 좋다. 공선옥, 성석제 등이 참여한 청소년문학단편선 ‘라일락 피면’(창비)은 현재 1만부 넘게 판매됐다.

그러나 이같은 청소년 문학의 세분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문학평론가 최윤정씨는 “청소년을 위한 작품이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청소년문학의 발판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인데 현재의 청소년 문학은 시장에서 부추기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동화작가들의 청소년소설은 한계가 많기 때문에 소설가들의 청소년소설 집필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청소년소설 ‘내 마음의 태풍’에 이어 현재 청소년단편 연작을 집필 중인 소설가 이상운씨 역시 “청소년문학이 본격문학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재나 주제뿐 아니라 문학적 장치나 형식, 문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동화작가들은 이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문학평론가 김경연씨는 “작가 입장에서 보자면 현재 한국문학이 침체이다보니 단순히 독자를 확장하는 측면도 있다”며 “청소년독자와 무엇을 공유할지는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윤민용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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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사회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 이상 독서인구 비율이 지난 2004년에 비해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평균 독서 권수 역시 10.5권으로 2004년에 비해 3.4권이나 줄었다. 지난해 15세 이상 국민이 한 달에 책 한 권도 사지 않은 셈이다. 독서량이 줄어든 이유로 많은 직장인들과 학생들은 '과중한 업무'와 '다양한 여가 수단'을 꼽는다. 하지만 독서인구 감소의 근본 이유는 개인보다 사회에 있다. 성공에 대한 압박과 경쟁적 사회분위기가 직장인을 비롯한 모든 독자들을 처세 및 자기계발서 등 일부 서적 코너로만 몰아갔다. 출판사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팔리는 책만 만들어내고, 소수의 독자들이 찾는 양서는 제작하지 않는 심각한 출판양극화를 가져왔다. 결국 취미로 책을 읽는 순수 독서인구는 점점 줄어 들고, '생계수단'으로 책을 읽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일반 상품이라면 시장경제논리에 맞는 자연스런 도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식 생태계의 생산자 역할을 하는 책이 특정 분야만 출판된다면 이는 결국 국가 지식 기반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신간 발행종수는 세계 8위, 출판시장 규모 세계 9위(2006년)인 한국은 분명 출판대국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엔 '출판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매년 비슷비슷한 독서 권장 캠페인 보다 이젠 이 양극화 해소 방안을 모색할 때가 온 것 같다. 

- 정진균(리브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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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골의 밤

 

미천골의 어둠은 짐승 같아서

외딴곳에서 마주치면 서로 놀라기도 하고

서늘하고 퀴퀴한 냄새까지 난다

나는 그 옆구리에 누워 털을 뽑아보기도 하고

목덜미에 올라타보기도 하지만

이 산골에서는 그가 제왕이고

상당한 재산을 불야성에 바치고

어느날 앞이 캄캄해서야 나는

겨우 그의 버러지 같은 신민이 될 수 있었다

저녁 밥숟갈을 빼기 무섭게 시커먼 밤이 내려오면

구렁이처럼 친친 감아오는 어둠에 숨이 막히거나

커다란 젖통에 눌린 남자처럼 허우적거리면서도

나는 전깃불에 겁먹은 어둠들이 모여 사는

산 너머 후레자식 같은 세상을 생각하고는 했다

또 어떤 날은 산이 노루새끼처럼 낑낑거리는 바람에 나가보면

늙은 어둠이 수천 길 제 몸속의 벼랑에 몸을 던지거나

햇어둠이 옻처럼 검은 피칠을 하고 태어나는 걸 보기도 했는데

나는 그것들과 냇가에서 서로 몸을 씻어주기도 했다

나는 너무 밝은 세상에서 눈을 버렸고

생각과 몸을 감출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는 어둠을 몸처럼 입고 다녔으므로

나도 나를 잘 알아볼 수 없었다

밤마다 미천골의 어둠이 더운 고기를 삼키듯 나를 삼키면

그 큰 짐승 안에서 캄캄한 무지를 꿈꾸거나

내 속에 차오르는 어둠 때문에

나는 때로 반딧불이처럼 깜박거리며

그 속을 날아다니고는 했다

 

 

 

- <창작과비평>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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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2-1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 양양 미천골을 말하는게지요?
선원사지 절터가 남아있고, 불바라기약수가 있고 휴양림이 있는.
어느해 9월의 깊은 밤의 추억이 있습니다.
짐승같은 어둠속에서 계곡물소리를 듣던.

달빛푸른고개 2008-02-12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의 순수함이 뭍어나는, 소박하고 정감있는 시를 쓰시는 이 시인은 제가 항상 존경하는 분입니다.
'언제 한번 놀러오라' 하시면 언제라도 달려가고 싶은...